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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패떴>이 '리얼 쇼'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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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패떴>이 '리얼 쇼'가 아닌 이유

[기자의 눈] TV 속에 '진짜' 농촌은 없다

요즘 주말 황금시간대 TV를 틀면 온통 너른 들녘이 화면에 가득하다. 농·어·산촌을 배경으로 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모든 지상파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시골을 무대로 삼은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줄곧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영 중이다. <무한도전> 역시 1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한 벼 농사 시리즈를 지난 17일부터 방영하면서 이런 분위기에 가세했다.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에 서던 걸그룹 가수들이 시골로 내려가 온갖 고생을 하는 <청춘불패>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녹색 TV' 그 자체다.

프로그램마다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재미의 포인트는 비슷하다. 풋풋한 농·어촌 주민의 푸근한 인심, 농촌 생활이 낯선 연예인의 좌충우돌 등. 시골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요즘 젊은이들을 겨냥해 방송사들은 농촌을 낯설고 신기한 또 하나의 새로운 오락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농·어민의 일손을 돕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 이제 대학가에서 거의 다 사라진 '농활'을 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부활시키는 듯도 하다.

▲ 문화방송(MBC) <무한도전>. ⓒMBC

그런데, 웃음 속에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는 농민들이 절규했다. 쌀값이 폭락하면서 '쌀값 대란'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나선 것이다.

이번 가을, 농민들은 몇 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쌀의 재고량이 증가하면서 산지 쌀값이 백미 80킬로그램(㎏) 한 가마에 12만 원으로, 지난해 16만2000원과 비교해 2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 가격이면 최저 생산 비용에도 못 미친다고 한탄했다. 농촌 곳곳에서는 수확을 포기하고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기도 했고, 시·군별로 농협 미곡처리장(RPC)을 봉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렇게 농사가 힘들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른 바로 그 쌀이 팔면 팔수록 손해만 쌓이는 헐값이 돼 버려지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심지어 이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쌀값 폭락 해결을 촉구하며, 나락을 쌓아 놓고 시위를 벌이던 농민 23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이날 지상파 방송에서는 농민들의 울분과 눈물을 볼 수 없었다. 한국방송(KBS)에서 잠시 연행 소식을 보도했을 뿐, 문화방송(MBC)과 SBS에서는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은 앞서 열린 농민집회 역시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결국 우리가 TV 속에서 볼 수 있는 농촌은 그저 연예인들이 한없이 망가지고 웃고 떠드는 무대일뿐이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농민은 그런 연예인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지금 한국 농촌의 현실인가?

피땀흘려 지은 쌀을 버릴 수 없는 농민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농민들은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대북 지원을 재개하고 법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쌀값 대란은 대북 지원이 끊긴 것이 한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6일, 대북 지원을 재개한다고 하면서 옥수수 1만 톤(t)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 옥수수는 전량 수입할 예정이다. 그 저렴한 수입 옥수수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유전자조작(GM) 옥수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묻고 싶다. 이 나라 위정자들이 정말 농민들의 생존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 나라 방송사들이 농촌을 오락 프로그램의 색다른 무대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지. <무한도전>을 보며, <1박2일>을 보며, <패밀리가 떴다>를 보며 우리가 웃고 즐기는 사이에, 농민들은 절망하며 오늘도 피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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