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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이 '인권 침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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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이 '인권 침해'인 이유

인권위 "노숙인 대출불가 등록 정책, 재검토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숙인 가운데 희망자를 '금융권 대출불가자'로 등록하려는 서울시의 정책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런 입장은 최근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논란에 대해 인권위가 3일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비록 범죄 예방 등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정책이라도, 경제적 약자의 권리와 충돌한다면 정책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자율 선택 보장…"신용서비스 이용 일률 금지는 잘못"

서울시는 "노숙인, 부랑인, 쪽방 거주민 등의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를 미리 예방하고자 당사자로부터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서 서울시가 자체선정한 개인신용평가기관에 등록하여 정보금융대출, 휴대폰 개설, 사업자 등록, 차량등록 등 주요 신용서비스를 제한하는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른바 대포통장, 대포폰, 대포차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노숙인 명의로 통장이나 휴대폰 등을 개설해 범죄에 이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지적에 따른 정책인 셈이다.

이런 정책이 인권을 침해하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3일 배포한 자료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이런 내용이다.

"서울시 정책이 당사자의 사전 신청을 받아서 시행된다고 하지만, 신청 시 당사자가 각각의 사정에 따라 제한받기를 희망하는 신용서비스를 선택하기보다는 주요 서비스사업을 포괄적으로 신청하도록 돼 있다. 모든 신청자에 대해 신용서비스 이용이 일률적으로 금지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숙인들의 선택권이 보장되려면, 신용 서비스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가난을 이유로 권리 포기 강요할 수 없다"

이어 인권위는 서울시의 정책이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이라는 특정한 사회집단을 행정기관이 권리제한을 수반하는 조치를 통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지금은 노숙인에게 국한된 차별 조치지만, 이런 선례가 더 폭넓은 집단에 대한 차별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한 이유다.

그리고 인권위는 서울시의 정책이 노숙인 등 저소득취약계층이 사생활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노숙인 등 저소득취약계층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해 신용정보평가회사를 통해서 그 정보를 관리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정보의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근거 및 보호장치가 미비하여 노숙인의 사생활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이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노숙인이 명의도용예방 신청 철회를 요청하면 자활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상담을 하고, 필요시 인지수사를 의뢰한다고 했는데, 이는 노숙인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인권위는 "서울시가 명의 도용 예방 신청 철회 요청자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처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고 삭제할 수 있는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다. 개인정보를 다룰 권리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단지 노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서울시는 '명의도용 피해 예방대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인권위가 서울시의 선의(善意)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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