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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과 오프라 윈프리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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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과 오프라 윈프리의 공통점은?

[기자의 눈] '닮은 꼴' 소송…美 쇠고기 비판은 '금기'?

배우 김민선 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름아닌 1년 3개월 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썼던 글 하나 때문이다.

지난 10일 육류 수입 업체인 '에이미트'는 김민선 씨와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 업체는 김 씨가 지난해 5월 "(광우병의) 잠복기 역시 예측할 수 없어서 일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고 의견을 밝힌 것 때문에 15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민선 씨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무책임한 선동을 했다는 것.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여기에 한술 더 떴다. 그 역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난 광우병 파동 때 연예인의 한마디가 마치 화약고에 성냥불을 긋듯이 가공할 만한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을 기억한다"며 "이제 문제는 '한마디에 대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온라인은 '김민선 피소'를 둘러싼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은 여전히 관심을 모으는 주제인데다, 최근 부쩍 공권력의 제한을 받는 표현의 자유 논란까지 가세다.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 두고봐야겠지만, 피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고소 사건이 13년 전 미국에서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 스타인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다.

그는 1996년 텍사스목장주협회로부터 12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당시 <오프라 윈프리 쇼>는 '위험한 식품'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국제채식주의자연합'과 '어스세이브'의 하워드 리먼 회장이 출연했다. 피소 사유는 바로 이때 두 사람이 나눈 대화였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김종덕 지음, 이후 펴냄)에 소개된 방송 내용을 옮겨 본다.

오프라 : 당신은 이 병(광우병)이 에이즈를 감기처럼 만들 정도라고 말했지요?
리먼 : 그렇습니다.
오프라 : 그것은 지나친 진술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먼 : 내 진술은 확실합니다. 바로 지금 우리는 영국 사람들이 간 길을 똑같이 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소가 원인을 모른 채 죽어 가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소가 다음날 아침 죽어 있는 것이지요. 그런 소의 대다수는 분쇄기에서 잘게 갈려 다른 소의 먹이로 이용됩니다. 만약 죽은 소 중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려 있었다면 수천 마리의 소들이 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오프라 : 소는 초식동물입니다. 초식동물인 소가 다른 소들을 먹는다니, 그건 말도 안 돼요.
리먼: 맞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정해놓은 방식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소들에게 다른 소들이 아니라 풀을 먹여야 합니다. 우리는 소를 육식동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잡아먹게 했습니다.
오프라 : 죽은 소들이 다른 소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지요?
리먼 : 제가 그것을 직접 본 걸요. 또한 미국 농무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이지요.
오프라 : 어쨌든 죽은 소로 만든 사료를 먹을 소들이, 결국은 우리가 먹는 햄버거의 원료가 된다는 말씀이시죠? 이제는 더 이상 햄버거를 먹지 말아야겠군요.


방송 직후, 미국의 쇠고기 가격은 폭락했다. 축산업자들은 오프라 윈프리와 리먼을 텍사스주의 '먹을거리 비방법(Food Disparagement Law)'에서 금지하는 허위 비방(false disparagement) 혐의로 제소했다. 소송은 미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프라 윈프리는 승소했다. 그러나 그와 리먼 회장은 피소된 뒤 30개월 이상 재판에 시달려야 했다. 재판의 기록만 75권, 증언만 5666쪽에 이르렀고, 소송 비용으로는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갔다. 그가 세계적 스타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 지금 온라인은 '김민선 피소'를 둘러싼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유사한 고소 사건이 13년 전 미국에서 있었다. 피소된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 스타인 미국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였다. ⓒ뉴시스·프레시안

"광우병 없다" 장담하던 미국 축산업자들

당시 미국의 축산업자들은 오프라 윈프리를 고소하면서 "미국에서는 결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미국 축산업자들은 더 이상 광우병 위험 부위를 소에게 직접 사료로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0년도 채 못된 2003년, 결국 미국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할 때까지도 여전히 제대로 된 사료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 축산업자들은 한국, 일본 등 외국 정부에 자신들의 쇠고기가 안전하니 수입하라며 미국 정부를 앞세워 압박을 가했다.

미국 축산업자들이 오프라 윈프리를 고소하는 근거가 됐던 '먹을거리 비방법'은 미국 농식품 산업의 실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김종덕 경남대 교수는 "법을 통해 제품에 대한 비판이나 비방을 억제하고자 한 농기업과 식품 산업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며 "미국의 농기업이나 식품 산업이 기아 해결이나 건강 증진보다는 이윤을 위해 소비자들의 불만이나 비판을 약화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 법이 13개 주에서 발효 중이다.

어쩌면 김민선 씨를 고소한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역시 미국의 이 법을 참고했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 또한 승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하는 원인을 쇠고기에서 찾지 않고, 배우의 말 한 마디로 돌리는 그들의 주장은 아무리 봐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오프라 윈프리는 당시 소송에서 이긴 뒤 "언론 자유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공개 토크쇼에서 비판했고, 우리나라 배우 김민선 씨는 똑같은 비판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에이미트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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