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대통령, 청와대의 '녹색 성장' 구호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0년간 국내의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 앞장서왔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대통령의 '선의'가 지식경제부 관료들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고발하는 연속 기고를 보내왔다. (☞관련 기사 : "李 대통령! 지식경제부에 휘둘리면 '녹색 성장'은 없소")
<프레시안>은 지식경제부의 반론을 포함한 다른 독자의 기고도 환영한다.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정책은 공개 토론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최근 태양광 산업계가 하루 사이를 두고 웃고 우는 일이 발생했다. 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이 정부의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중단 방침은 일종의 착오고, '정부가 보조금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녹색성장위원회측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2012년에 재생 가능 에너지 의무 할당제(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가 도입되더라도 현재 발전 차액 지원을 받고 있는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실로 발전 차액 지원 제도와 의무 할당제가 무엇이기에 막 태동한 태양광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잔인한 4월 정책, 태양광은 무너지는가?
2008년 4월 25일, 지식경제부는 태양광 발전 차액 기준 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2011년까지만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2012년부터는 이를 대신하여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에는 올해의 발전 차액 태양광 용량을 50메가와트, 2010년 70메가와트, 2011년 80메가와트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 시장에 설치되는 외산 제품의 비중이 높아 국내 관련 산업 육성이 미비하다는 것과 발전 차액 지원을 위한 급격한 예산 증가에 따른 정부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의무 할당제 도입으로 외산 제품의 비중은 줄어들고, 국내 태양광 시장은 더욱 발전될 수 있는가? 사실 기준 가격을 인하하거나, 태양광 상업 발전 용량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국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의무 할당제 도입으로 의무 할당량을 받은 발전사들이 재생 가능 에너지원 중 잠재량은 높으나 현재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는 태양광 발전의 설비 증설을 통해 자신들의 할당량을 채울 가능성은 적다.
정부의 재정 부담 이유도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잘못 짜인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재원 조달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다. 국내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모태인 '고정 가격 구매제(FIT·Feed in-tariff)'를 도입하면서 다른 국가들처럼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원에 대한 비용을 전기 가격에 그대로 반영시키기 보다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정부예산에서 일부 지출해 왔기 때문이다.
즉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더라도 각 발전 사업자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 의무 발전 할당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전기 가격에 반영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의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유지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원에 따른 비용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로 정상화 한다면 정부의 재정 부담 이유는 해결된다.
그동안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통해 국내 재생 가능 에너지의 투자 경제성이 보장되어 투자 및 보급이 촉진되어 왔다. 또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제공하여 태양광은 물론 풍력 또한 관련 설비의 산업화 기반을 조성, 발전해 왔음을 정부에서도 제도적인 성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다른 전원에 비해 발전 단가가 비싼 태양광 발전은 이 제도를 통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고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전 세계 5위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러한 입증은 국내보다는 이미 같은 제도를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발전시켜온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더 잘 나타나고 있다.
결국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통해 그나마 성장해온 국내 태양광 시장은 이 제도의 폐지 계획으로 인해 관련 산업과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다. 더욱이 외국산까지 점유의 폭을 넓히게 된다면 국내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파산으로 몰리게 돼 내실 있는 보급 시장 창출은 물론 수출 경쟁력 확보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의무 할당제에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고민하는 사람들
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와 사업자 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생산 비용 절감 가능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의무 할당제는 미국, 영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전 세계 16개국에서 시행중에 있다. 그러나 의무 할당제는 경제성 중심의 전원을 구성하고, 특정 재생 가능 에너지로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풍력 발전의 경우, 중서부를 중심으로 엄청난 풍력 자원들을 본격 활용하면서 2008년에 들어서 누적 설비 용량이 독일과 덴마크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막대한 재생 가능 에너지 잠재량에 비해 다른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와 집중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국에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전원의 다양성과 목표 보급 달성을 위해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고려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에 관한 유럽의 사례연구를 통해 이 제도가 의무 할당제보다 비용 효과적이고 투자 안정성, 일자리 창출 및 신규 설비 투자 유인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하와이, 일리노이, 미시건, 뉴저지, 버지니아, 워싱턴 등 15개 주에서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 도입에 관한 법제정 및 규정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의무 할당제 도입으로 오히려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과 산업이 축소된 사례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998년부터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였으나 2000년 당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은 의무 할당제 도입 이전인 1997년 수준보다 낮았다. 아직 미성숙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시장에 시장 효율성을 추구하는 의무 할당제를 성급히 도입함에 따라 오히려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과 시장을 위축시킨 것이다. 즉 의무 할당제 도입보다 탄탄한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 형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2002년에 의무 할당제를 폐지하고 2003년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다시 도입하였다. 의무 할당제 도입에 따라 독일에게 태양광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일본도 태양광 발전에 한해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부활시켰다. 이처럼 몇 가지 살펴본 사례를 통해, 미성숙된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과 보급 수준, 부족한 기술적 완결성을 보이는 국내 재생 가능 에너지 현실에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버리고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려는 계획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택한 독일, 덴마크, 스페인 등은 재생 가능 에너지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반면 지식경제부가 도입하려는 의무 할당제를 도입한 오스트리아는 오히려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 시장이 축소했다. ⓒ프레시안 |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유지를 통한 시장 안정화 우선
재생 가능 에너지는 1990년대 초부터 각종 지원책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주요 보급 지원책에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의무할당제 등이 있고, 미국은 1995년부터 의무 할당제를 도입해 왔다. 같은 제도를 도입하였다 하더라도 국가별 경제, 환경, 사회적 세부적인 제도 및 실행계획 등에 따라 그 효과와 결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발전 차액 지원 제도는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 측면이나, 비용 효율성, 일자리창출, 투자 안전성,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 안정화 등의 결과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지원책으로 활용하고 있고 도입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한국에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의무 할당제를 도입할 시기는 아니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가 2002년 한국에 도입될 당시, 재원 마련과 같은 면밀한 검토가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인식의 부족, 세부 시행 규칙과 규제의 미비 등에서 비롯되는 문제나 부작용 해결이 선행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졸속과 일방적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사회적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