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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또다른 노조죽이기 "단체협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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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또다른 노조죽이기 "단체협약이 사라진다"

"합법 가장한 헌법 부정…최종 피해자는 '시민'"

단체협약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주도 아래 공기업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사측이 노조에 '단협 해지 통보'를 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국 16개 지부 가운데 무려 12개 지부에서 단협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도 마찬가지다.

노조 입장에서 '개악'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노조에 유리한 조항을 전부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 서울의 도로 보수 및 하수 처리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공공노조 서울상용직지부가 10일 파업에 들어간 것도 서울시 측의 단협 개정안을 거부하자 해지 통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이 같은 흐름은 공공부문에서 완료되면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당연한' 노조의 권리로 20년 넘게 인정받아 왔던 단체협약마저 이명박 정부 들어 존립이 위태로운 것이다.

개별 노사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사회공공연구소의 유병홍 객원연구위원은 10일 발행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노조 활동 축소와 경영 참여 봉쇄를 통한 노조 무력화를 제도화하려는 것"라고 분석했다.

유병홍 연구위원은 "단협에 대한 압박은 정부가 합법을 가장해서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부정하는 극단까지 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단지 노사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수혜자이면서 비용의 제공자인 시민들의 참여권을 박탈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16개 지부 중 12개 지부에서 단협 해지 통보 받아

단체협약과 회사의 자체 규정 차이는 간단하다. 근로자의 대표인 노조가 인사권 등을 가진 회사 경영진과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상대적으로 회사 규정보다 근로자의 권익을 더 보호하는데 주력한다.

이 단체협약이 최근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전교조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에 단협 해지 통보를 한 뒤, 충북, 울산, 경북 등 곳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현재 전체 16개 지부 가운데 무려 12개 지부, 75%다. 나머지 4개 지부도 단협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해지 통보가 예상된다.

노동부 산하기관이면서 "노사 모두에게 상징적, 실질적 의미가 큰 기관"인 노동연구원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들어 연구원장이 바뀐 뒤, 지난 2월 연구원은 단협 해지 통보를 했다. 기존 단협은 해지 통보를 하고 현재 연구원 노사는 새로 단협 교섭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노조가 혀를 내두르고 있다.

연구원이 내놓은 새 단협안의 핵심은 노조의 활동을 최대한 제한하고 사용자의 의무는 모호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범위는 11개 항목이고 징계 사유도 무려 24개 항목인데 반해 사내근로복지기금, 생활임금 등 사용자의 의무는 모두 "노력한다"로 끝이 난다.

당연히 인사권이나 경영권에 노조가 참여하는 것도 제한하려고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각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 뿐 아니라 위원장도 원장이 지명하게 돼 있다. 노조는 참관도 할 수 없고, 발언은 더 안 된다. 유 연구위원은 "이런 조항은 단체협약이라기보다 회사 규정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노조 활동 무력화,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크고 장기적인 영향"

▲ 일련의 단협 해지 통보가 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협 해지의 궁극적 목표가 노조 무력화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다분히 정치적 '탄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레시안
현행 노조법은 당사자 가운데 일방이 해지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에 통보하고 6개월 이후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련의 단협 해지 통보가 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협 해지의 궁극적 목표가 노조 무력화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다분히 정치적 '탄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 연구위원은 "단협이 사라지면 노동조합 본래의 기능과 역할이 무의미해지고 당연히 활동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단체협약을 개악하는 경우도 그 효과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실제로 보여주는 예는 금속노조 소속의 동명모트롤의 경우다. 2008년 10월 사 측이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 통보를 한 뒤 그 효력이 지난 4월 발생했고, 이후 사측은 노조 전임자에게 현장 복귀 명령을 내리고 노조에게 제공했던 사무실을 빼앗고 현수막과 게시판도 철거를 요구하는 등 노조 자체의 존립을 위협했다.

유 연구위원이 "노조 활동 무력화를 제도화하려는 이런 시도는 물리적 폭력보다 훨씬 더 크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노조활동의 제도적 무력화, 최종 피해자는 시민이다"

또 개별 기업의 단체협약의 존폐 여부가 단지 그 노동조합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유 연구위원은 "노조 위기 수준을 넘어 공공성 위기,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나간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에서 그간 직간접적 정책 참여를 해 왔던 노조를 논의 주체에서 빼겠다는 발상은 결국 공공부문 운영을 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공공서비스 수혜자이면서 비용의 궁극적인 제공자인 시민들의 참여권을 박탈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경향이 민간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전교조 등 현재 진행 중인 일부 공공부문에서의 전세를 판단한 뒤, 전체 공기업으로, 그리고 다시 민간을 사실상 정부가 압박하는 방식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부가 산하 공기업의 단체협약을 평가하고 개선 지침을 내린 것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관련 기사 : 노동부, 무차별적 노사평화 깨기 대작전) 유 연구위원은 "결국 몇 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통한 노조탄압 이상으로 (단협 해지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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