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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꼭 가보세요! 거기에 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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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꼭 가보세요! 거기에 왜 가는데?"

[화제의 책] <싸바이디 라오스>

가끔 '여행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답은 한결같았다. "라오스, 라오스를 가라."

2006년, 여행과 자원 활동을 겸해 열흘간 머물렀던 라오스는 어느 국가보다도 강한 인상을 주었다. 사람과 자연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반할 게 분명한 곳이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올해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라오스를 선정했다는 소식에 '당연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즉각 든 까닭이기도 했다.

그러나 라오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언제나 설명이 막막했다. 우선, 절반가량은 "그게 어디에 있는 나라냐?"라고 반문했다. 사회주의 국가이자 1990년대 들어서야 개방을 시작했던 라오스는 교과서에 이름조차 본 기억이 없는, 그야말로 우리 머릿속에 없는 국가다. 더군다나 "무엇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산과 물이 좋고, 사람이 좋다"고 답하다 보면 갸우뚱거리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짧은 설명 속에 담기엔 너무 어려웠던 그 라오스의 감동을 빠짐없이 담아낸 책이 마침내 나왔다. 2007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해외봉사단원으로 라오스 싸이냐부리 지역에 파견됐던 이영란 씨가 그간의 일기와 사진을 모아 펴낸 <싸바이디 라오스>(이매진 펴냄)가 그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경력을 쌓아왔던 저자는 라오스의 작은 마을로 파견되어 그곳 학교 행정 지원을 맡아 일했다. 2년간 마을 주민들과 울고 웃으며 지낸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태국, 베트남 등 인근국가와 함께 라오스의 관광지를 짧게 소개하는 여행 책이나, 중국, 베트남과 묶어 라오스를 사회주의 국가로 설명하는 다른 책에서는 볼래야 볼 수 없는 '진짜 라오스'다.

▲ 라오스의 수도 '위양짠'의 풍경. ⓒ이영란

"케이크를 사니 당연히 생일인 줄 알더라"

▲ <싸바이디 라오스>(이영란 지음, 이매진 펴냄). ⓒ프레시안
애초 파견지가 콩고였다가 뜻하지 않게 라오스로 가게 된 저자는 금세 라오스의 시골 싸이냐부리가 주는 평온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고백한다. 소박한 일기를 쓰자며 시작했던 기록은 어느새 정든 고향을 소개하는 안내서이자 라오스와 마을에 대한 사랑을 풀어놓는 연애편지가 되었다.

저자는 라오스가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던 일부터 하나하나 라오스라는 나라를 알아가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흰개미국부터 라오스 명절 축제를 즐기고, 국경일 행사에 참석하고, 동료들과 전통 놀이를 함께했던 일화까지…. 하루하루 새로운 그의 일기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라오스의 문화가 훤히 그려진다.

그런 '거시적'인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2년간 저자가 부대끼며 살았던 마을 주민들과의 소소한 일화들은 라오스 사람의 성격과 풍습,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연인이 아니면 오토바이 뒷좌석에 잘 타지 않는다거나, 타게 되어도 앞사람의 몸을 잡지 않는다는 '충고'를 들었던 일, 평소 먹고 싶던 케이크를 사려 하니 당연히 생일인 줄 알아 얼떨결에 생일잔치까지 치르게 됐던 일, 행사 연습에 몇 번 간식을 사서 갔다가 표창장을 받게 됐던 일 등등.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라오스, '나 답게 살고 싶다'는 한국

저자가 마을 주민, 그리고 함께 파견된 단원들을 좀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에서 진행했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오스 마을 주민과 한국 봉사단원들이 내놓은 답이 다른 것은 흥미롭다.

라오스 사람들은 "행복, 생활 수준의 발전, 일반 대중이 잘 먹고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 행복하고 좋은 거처가 있고 잘 먹는 것을 보고 싶다", "공부를 계속 더 하고 싶다", "외국을 여행하고 싶다" 등의 답을 했다. 반면 한국 봉사단원들은 "어떤 일을 하든지 즐기면서 행복한 것", "생활 신앙인이 되는 것", "정말 나답게 내 길을 가는 것"라고 답했다.

▲ 라오스 학생들의 '기술 시간' 수업 모습. ⓒ이영란
▲ 싸이냐부리 시장 풍경. ⓒ이영란

라오스를 '알아가는 과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중학교의 새 교사를 짓는 행정 지원을 맡은 파견 단원으로서 저자에게 싸이냐부리는 주어진 일을 해야 할 직장이기도 했다. 한국국제협력단 업무 과정에서의 갈등, 그리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또 일기 중간 중간에는 요긴한 정보가 담겨 있다. 라오스 음식, 전통 복장, 챙겨야할 물건, 교육 과정 소개, 생활 라오스어 등 일기는 실용적인 면에서 라오스 소개 책자로 활용되기에도 알차다. 전면 칼라로 수록된 사진과 깔끔한 디자인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개발이 한창인 라오스…마음만은 '싸바이디'하길 바라며

라오스의 주민들과 친하게 어울렸던 경험을 가진 이라면 책에서 틈틈이 나오는 '맏캔' 장면에 가슴 뭉클함을 느낄 것이다. 라오스에서 잔치가 벌어지면 볼 수 있는 이 의식은 특별한 손님이나 여정을 앞둔 이, 또는 참가자들에게 축원을 담아 손목에 하얀 무명실을 묶어주는 것이다. 작은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축원 인사를 하며 조심스레 손목 위에 실을 묶어주는 맏캔을 받다 보면 라오스 사람들의 '정'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 라오스에서 잔치가 벌어지면 볼 수 있는 맏캔 의식은 특별한 손님이나 여정을 앞둔 이, 또는 참가자들에게 축원을 담아 손목에 하얀 무명실을 묶어주는 것이다. ⓒ이영란

그런 라오스도 지금 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가 꼭 가봐야 한다고 소개했던 이유도 개방 이후 빠른 속도로 변하는 라오스의 세태 때문이었다. 개방 이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이 시골까지 찾아 가 거침없이 돈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라오스 젊은이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며 자본과 개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지금의 라오스는 내가 보았던 3년 전과 또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개발 사업의 이익을 얻고자 뛰어드는 한국인들도 만만치 않은 역할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존중하고 녹여내는 개발과 협력 사업이 절실한 이유다.

라오스어로 '안녕'이라는 뜻을 담은 '싸바이디'. 이 책에 소개된 소박하고 속 깊은 라오스 주민들의 마음만은 오래도록 '싸바이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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