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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인터넷서도 쫓겨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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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인터넷서도 쫓겨나고

다음, 삼성코레노 노조추진 까페 폐쇄…신종 노동탄압?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조 설립을 하려다가 쫒겨난 것이 지난해 10월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원 100명의 인터넷 까페마저 글 한 건 때문에 폐쇄되다니요. 삼성의 노조 탄압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최근 삼성의 하청업체 가운데 하나인 삼성코레노(한국니토옵티칼)의 해고자가 운영하는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 까페를 폐쇄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까페의 운영자인 노경진 씨는 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에서도 쫒겨나고 이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인터넷 공간에서마저 쫒겨나게 되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글 한 건 때문에 까페 전체가 폐쇄
▲ 다음이 최근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의 인터넷 까페를 회사측 요청에 의해 폐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레시안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8일 삼성코레노측이 다음에 까페에 대한 '사이버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비롯됐다. 이유는 "'노조추진위'가 사실과 다른 글을 게시했다"는 것이었다.

'사이버 가처분'이란 다음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까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과 같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되는 글이나 메뉴를 수정 또는 삭제하거나 까페 전체를 임시로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목적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및 명예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제도가 회사의 노동조합 설립 활동에 대한 탄압에 이용된 것. 삼성코레노는 사이버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 노경진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고발장을 첨부했다.

삼성코레노에서 2년 1개월을 일했던 노 씨는 회사에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활동을 벌이다 지난해 10월 해고됐다. 이후 노 씨는 다음에서 이 까페를 운영하는 한편 회사 앞에서 7개월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체크합니다")

회사는 명예훼손 고발장을 까페 폐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내세웠지만 노 씨의 설명은 좀 다르다. 명예훼손 건으로 지난 5월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까페 글 가운데 문제가 됐던 것은 단 한 건이었다는 것이다.

노 씨는 "그 글도 내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퍼온 글이었다"며 "글 한 건을 가지고 까페 폐쇄를 요구한 것은 노동조합 설립 활동에 대한 악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온갖 수법으로 '무노조 경영' 유지하는 삼성이 코치했을 것"
▲ 삼성코레노의 해고자이자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의 인터넷 까페 운영자 노경진 씨. ⓒ프레시안

노 씨는 "더욱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가 아니냐"고 반발했다. 게다가 다음 측은 노 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지한 지 이틀 만에 폐쇄를 단행했다. "2일간 스스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한을 줬지만 아무런 수정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 씨는 "다음이 나에게 메일을 보낸 당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황이었다"며 "다음에서 내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고 까페를 폐쇄한 것은 회사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들어줬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씨는 "주변에 수 많은 해고자들을 봤고 10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까페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삼성코레노가 삼성의 하청업체고 원래부터 삼성의 노무관리 시스템을 많이 배워왔던 만큼 삼성이 뒤에서 코치를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을 통한 개인의 명예훼손 가능성이나 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애초에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까페 폐쇄에는 다음의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간 것은 아니며 원래 제도의 절차에 따른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제 노동자들은 인터넷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건가요?"

문제는 이같은 제도가 노동자들의 인터넷 상의 활동마저 옥죄일 수 있는 '신종 노동탄압' 수법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노 씨는 "앞으로 어떤 회사든지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들이 만든 까페를 없애기 위해 일단 고발부터 하고 고소장과 함께 사이버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의 탄압이 확산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측도 이번 건을 통해 이같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애초의 취지와 달리 한 쪽의 일방적인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멍'이 이번 논란을 통해 발견된 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음은 법원의 판단에 앞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이 건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다. 다음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충분히 검토해봐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곳에 의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사이버 가처분이라는 제도가 그동안은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인데 예상치 못한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인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제 등의 보충장치에 대한 고민을 내부에서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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