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건설회사들 간의 입찰 답합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도 16개월에서 최대 32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은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 카르텔총괄과에서 작성한 '4대강 입찰담합 관련 진행상황' 문서를 4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작성 당시 이미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와 영주 다목적댐 공사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심사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공정위도 이 문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턴키'(turn-key) 방식이란 한 업체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책임지는 방식의 공사로,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하기에 주로 대형 건설사가 맡을 수밖에 없다. 4대강 공사 1차 턴키 방식 공사는 전국 15개 공구에서 이뤄졌다. 문서에 따르면 이 중 "13개 공구에 대해 공구분할 및 들러리 입찰 합의"가 이뤄졌다고 돼있다.
그러나 턴키공사 담합 의혹에 대한 처분은 심사보고서 작성이 완료됐다는 시점인 지난해 2월부터 16개월 후인 올해 6월에야 의결됐다. 김 의원은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의결을 1년 4개월 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정위 의결 내용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가 1차 턴키공사 답합에 대한 적용 법 조항을 바꿔 과징금을 최소 80%인 4415억 원이나 깎아 줬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공정위는 8개 건설사에 최종 부과된 과징금 1115억 원에 대해 '1600억 원에서 485억 원만 깎아 준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원래의 법령 규정에 따르면 과징금은 최소 5530억 원에서 7335억 원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계산이다.
김 의원은 또 영주댐 입찰담합 의혹의 경우 공정위가 2009년 12월 16일 조사에 착수했으나 32개월째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아직도 이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김 의원은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앞의 문건을 보면 최근 5년 간 처리된 11건의 입찰담합 건 중에서 평균 기간이 보통 1년 정도고 가장 길었던 것도 1년 반을 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음에도, 공정위가 '통상 담합사건 처리 기간은 2년 이상'이라고 국회에 허위 보고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공정위의 입찰담합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입찰담합과 비자금 조성 의혹 해소를 위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이날 아침 고위정책회의에서 "공정위가 건설사를 봐주기 한 것이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국책사업인 4대강과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직무유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4대강 전체가 비리의 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민주당의 책임이 날로 커가고 있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시민사회에서 큰 족적을 남겼던 김기식 의원이 공정위 내부문서를 완전히 확보했다"고 김 의원을 추켜세우며 "우리 민주당은 이런 자료를 완전히 확보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 사실을 국민 앞에 고발하고 공정위와 검찰, 감사원, 더 높은 곳의 여러 상황을 공개해서 국민 혈세로 국민의 반대 속에서 이뤄진 4대강 공사 의혹에 대해 계속 파헤치고 비리를 바로잡을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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