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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한' 사람들, 24일 '별이 크리스마스'에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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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한' 사람들, 24일 '별이 크리스마스'에 모이자

[기고]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씨의 죽음에도 연대를

우리는 얼마 전 수많은 학생, 노동자, 시민들에게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들'이 각자의 몸 밖으로 나와 봇물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도 하룻밤 새에 학생회관 벽이 대자보로 가득 찼고, 지하철역과 아파트 벽에도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대자보에서 사람들은 안녕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처음의 '안녕들 하십니까'가 나오기 오래전부터 우리는 안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마치 이제야 알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의 이 운동이 나아갈 행보가 궁금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이 운동의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폭발적인 분출 그 자체가 주는 쾌감을 넘어, '안녕하지 못한 이들' 간의 연민과 공감만을 넘어, 우리가 진짜로 안녕해질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저는 학교에서 있었던 '안녕들 하십니까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대자보를 통해서 모였지만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과 문제의식을 나눌지, 모임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이 운동을 어떻게 '일상적인 삶의 변화'로 이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논의 끝에 우리는 활동의 지향점을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사회를 분석·비판하며, 그 내용을 공적인 논의의 장에서 이야기하고, 문제를 바꾸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감정'은 우리를 만나도록 한 시작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진짜 안녕할 조건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문제를 만든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내 안의 근거들을 풍부하게 해 나가고, 더 많은 사람의 실질적인 힘을 모으며, 이 모든 것을 지속시켜야 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분노와 반대'만으로는 얼마나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는지를, 우리는 2008년 촛불을 통해 배웠습니다.

▲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읽는 고려대 학생들. ⓒ프레시안(최형락)

그때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려면, '순수성과 비순수성'이라는 애매한 대립 구도를 넘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말하기'를 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대립이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만이, 우리를 허구적인 대립 구도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철도 민영화라는 의제에 머물러 있는 운동을 더 큰 관점으로, 다른 의제들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철도 민영화를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하려고 해왔던 원인을 생각해보면, 지금 '안녕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들이 민영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지 않고서 우리는 안녕할 수 없겠지만, 그 흐름이 더 넓은 관점과 다른 의제로 확산되지 않으면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도 그대로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고민과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철도 민영화를 제대로 반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지금이지만, 우리가 동시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또 하나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입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삼성이 소비자들에게 AS를 명목으로 받은 돈은 1조7000억 원이나 되지만, 외주업체에 지급한 돈은 3300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삼성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위장 도급을 하고, '건당 임금 체계'로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차량·도구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삼성을 바꾸기 위해 '삼바 운동'("삼성을 바꾸고 삶을 바꾸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부는 '안녕들 하십니까' 운동이, 재벌 대기업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이 된 이유를 밝히고, 더 나아가 삼성을 변화시키는 흐름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까닭으로 안녕할 수 없는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별이 크리스마스'에 1박 2일 동안 함께하자고 합니다. 아랫녘에 계신 분들은 밀양의 고 유한숙 어른의 분향소로 가서 촛불을 밝히자고 합니다. '별'이는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 마크를 달고 일하면서 너무 배가 고팠다며 2013년의 전태일이 되어 자신을 내놓고 간 최종범 님의 한 살 된 딸입니다. '별이 크리스마스'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면서 우리들의 미래를 상징하는 '별'이가 '안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연대의 자리입니다.

대자보로 서로 안부를 물은 우리, 그리고 모두 안녕해질 때 나도 안녕해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가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더 많은 문제에 대해서', '더 근본적인 시각으로'가 아니라면, '나'는 안녕할지 몰라도, '우리'는 영영 안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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