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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세대? 영화 한 편, 밥 한 끼에도 벌벌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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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포세대? 영화 한 편, 밥 한 끼에도 벌벌 떨어!

[최저임금 연속 기고 ③] 물질적 빈곤이 불러온 관계의 빈곤

101만5740원.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고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꼬박 일했을 때 받는 돈이다. 알바연대는 100만 원으로는 살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무 무리한 금액 아닐까? OECD 회원국의 평균 최저임금이 바로 시급 1만 원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프레시안>은 알바연대를 통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라는 주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20대 아르바이트생 등에게 기고를 받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최저임금 연속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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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0원 인생

어느 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 해고된 한 50대 남성이 알바연대로 찾아와 노동 상담을 받았다. 그는 주간에 일했는데, 2013년 법정 최저임금 4860원이 아닌 4300원을 받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일하다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고 했다. 50대 남성이 일했던 편의점을 야간에 찾았을 때, 야간 '알바'로 일하고 있던 60대 남성은 시급 4800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며, '취미 삼아' 하는 일이라고 내가 미처 물어보기도 전에 대답했다. 그리고 최저임금 1만 원은 바라지도 않으니 야간에 일을 하면 7000원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낮에는 4300원, 밤에는 4800원을 주니 시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일을 좀 배웠다 싶으면 이내 그만두고 가버려서 그 빈자리를 자신이 가끔 채워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너무 길어 '알바'가 되었고, '알바'는 대부분 젊은이들, 학생들이 한다고 해서 '알바생'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우리가 만났던 '알바'들 중 절반만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을 다니며 생활비와 등록금을 자신의 돈으로 버는 '알바생'이었고, 나머지는 '알바생'이 아닌 '알바'였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야간 편의점 '알바'를 선택해서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공부하는 주독야경(晝讀夜耕) '알바생'부터, 한때는 잘나가던 건설업체에서 수십 명의 인부를 거느리며 소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신촌 외진 골목의 편의점 야간 '알바'가 된 60대 아저씨 '알바'까지. 4860원의 최저임금, 혹은 야간이라 그것보다 300-400원 더 받으며 '알바'하면서 살아가는 '알바'들. 잠과 밥, 건강,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게 되는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보자.

'알바'를 해서 월 100만 원을 버는 한 '알바'는 50만 원을 저축하고, 40만 원은 고시원비로 내고, 남은 10만 원으로 생활을 한다. 고시원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밥과 김치가 그의 유일한 식사이다. 20대 후반의 또 다른 '알바'는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 성우가 되기 위해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다. '내추럴'한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서 성우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학원비와 월세, 생활비가 도무지 '알바'를 한 돈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학원은 잠시 쉬고 돈을 모은 다음 학원에 다닐 계획이다. 주변에서 아직 대학을 다니는 후배들을 보면 두 가지의 '알바' 타입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알바'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개강 전부터 '알바'를 구하고, 그 '알바' 시간을 피해서 수강 신청을 한다. 300만 원이 넘는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도 그나마 듣고 싶은 수업도 포기한 채, 4860원의 '알바'를 위해 시간표를 이래저래 짜 맞춘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는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주말에 일을 해서 한 달을 살아남는다. 어떻게 살 수 있냐고? 하루에 밥은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2200원 정도의 학생식당 밥값)도 먹을지 말지 기본 5번은 생각하고, 환승할 때 100원을 아끼기 위해 먼 거리를 걷고,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을 몇 년째 쓰며, 학교 사람들과 밥 약속과 술 약속은 정말 큰맘 먹고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제한하면 된다. 물론 아주 극단적이지만 이런 삶을 유지하며 '알바'하는 대학생이 존재한다.

이렇게까지 쓰고 보니 물질적인 가난은 1차적 문제인 것 같다. 대학생에게는 수업을 듣고 '알바'를 하고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어떤 시간이 남을까. 이들에게는 '시간'의 여유도, 밥값보다 더 비싸져버린 커피값 앞에 '돈'의 여유도 없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사라진 삶에서 다른 이들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알바'하는 개인들은 고립감을 느낀다. 이는 물질적 빈곤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빈곤이다. 바로 관계의 빈곤이다.

4860원의 낮은 시급은 '알바'들에게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끔 만든다. 잠을 포기해야 하고, 부족한 잠과 야간 노동으로 건강을 포기해야 하고,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으로 빼앗긴 시간 때문에 친구들과 만나거나 연인과 데이트할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시간의 여유가 허락하더라도 주말 영화표 한 장 1만 원과 기본 7000-8000원에 육박하는 밥값에 힘들게 번 돈을 쓰기가 아깝다. 혹은 기본적인 생활의 유지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4860원의 인생은 이렇게 외롭고 가혹하다.

ⓒ프레시안(최형락)

4860원 인생을 바꾸기 위한 열쇠, 최저임금 1만 원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끔 하는 데 바로 '낮은 임금'이 있다. 이 턱없이 낮은 임금이 2급 발암 물질인 야간 노동을 하게끔 만들어 건강을 위협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끊어지게 만든다. 월세, 교통비, 통신비를 내기에 빠듯한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4860원 인생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상상하려면 임금이 획기적으로 올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말한 최저임금 390원 인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한다면, '알바'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문화 생활을 하는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한다면, '알바'를 해서 300만 원을 훌쩍 넘어선 등록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등록금이 독일처럼 폐지되거나, 서울시립대처럼 반값이 된다면 등록금 벌기가 더 쉬울 것이다.

최저시급이 1만 원으로 올라도 월급은 채 200만 원이 안 된다. 그리고 이 금액은 별로 큰 액수가 아니다. 1년에 몇 백 원씩 오르는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6월이면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한 달 동안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회의를 한다. 동결하자는 '사'와 2012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정액 급여의 50% 수준인 5910원을 최저임금으로 하자는 '노'. 그리고 중간에서 적정한 금액을 찾는 척하며 '사'의 편을 들고 있을 '정'. 그리고 지난한 회의 결과로 나오게 될 실망스러운 내년 최저임금.

찔끔찔끔 오르는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안 되고, 생활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지긋지긋한 4860원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OECD 평균 최저임금과 1인당 한국 GDP를 봤을 때도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절실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4860원 인생, '알바'들의 현실과 여러 가지 근거들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잠을 더 자고 싶다, 일을 적게 하고 싶다, 빚 없이 살고 싶다는 많은 이들의 다양한 요구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였다. 이 목소리들은 '알바'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방관한 정부와 저임금으로 '알바'들을 쓰면서 순수익을 매해 늘려가는 자본을 공격한다. 찔끔찔끔 오르는 임금처럼 조금씩 나아지는, 아니 사실은 더 나빠지는 우리들의 삶을 위해 최저임금 1만 원의 목소리를 키우자. 최저임금 1만 원은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꿈꾸지 않았고, 요구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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