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국정조사 연속 기고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꼭 필요한가? ② '쌍용차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의 불편한 진실 ③ 쌍용차, '먹튀'에게 또 당하지 않으려면… ④ 우리는 모두 저 송전탑에 오를 '대기표'를 들고 있다 |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국정조사는 단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만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회계 조작으로 만들어졌고 국가의 폭력으로 뒷받침돼 부당하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그 어떤 기업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회계를 조작하여 정리해고할 수 있고, 정리해고에 대항하는 투쟁이 합법적 쟁의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이러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국정조사를 통해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정리해고가 손쉬운 구조조정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잔인한 국가 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쌍용자동차 사측, 기업노조는 국정조사에 반대한다. 국정조사가 당론이라고 이야기해왔던 민주당도 최근에는 후퇴한 입장을 내고 있다.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회사가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국정조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할 뿐, 많은 이들의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는다. 왜 마힌드라가 약속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지, 왜 이미 쌍용자동차는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하던 때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데도 적자 상태가 지속하는지, 왜 공장 안 누군가는 잔업이 없어서 죽음을 택하는데 왜 누군가는 과도한 노동 강도에 시달려 삶을 좀먹어 가는지, 무급 휴직자에 대한 복직을 약속하면서 왜 이들에게 소송 취하를 강요하는지 그들은 답하지 않는다. 아니, 답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이러한 사태의 책임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복직 여력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이들은 결코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힌다고 해도 모든 해고자가 바로 복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쌍용자동차 24명의 죽음과 수많은 이들의 고통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누가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단지 정리해고자들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복직시켜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이 정리해고가 잘못됐음을 알았기 때문에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싸웠다. 노동자들을 갈가리 찢어 관계를 파괴하는 쌍용자동차에 맞서서 '함께 사는 길'을 제시해왔다. '먹튀'와 조작과 갈라침과 폭력으로 난마처럼 얽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쌍용자동차지부가 외쳐왔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로부터 지혜를 얻어야 한다.
쌍용자동차지부는 '함께 사는 것'에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해고자, 희망퇴직자, 무급 휴직자, 정리해고자, 그리고 공장 안에서 일하는 '산 자'…. 이러한 갈라짐은 노동자들이 만들어내지 않았다. 자본은 이윤을 향한 끝없는 욕망으로 노동자들을 가르고 등급을 매기고, 죽음의 순서를 정해왔다. 이런 구분을 스스로 없애는 것이 첫 출발이다. 그래서 쌍용자동차지부는 무급 휴직자의 복직을 기뻐하지만, 무급 휴직자들에게 소송 취하를 강요하는 회사에 맞서 함께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과 절망의 길에 숨어 있는 희망퇴직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공장 안에서 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모두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고 있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요건인 '해고 회피 노력'을 충족시키기 위해 먼저 해고된 이들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희생된 이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는 77일 파업기간 함께 싸웠고 지금도 대한문 농성장, 평택 농성장, 그리고 철탑 위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 정리해고자만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먼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복직해야 한다는 것,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어 함께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쌍용자동차 지부의 의지이다. 정리해고자들보다 더 멀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반드시 '함께' 살고자 한다.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것은 노동자들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은 경영자들이 알아서 하고, 노동자들은 시키는 대로 줄을 서서 경영자들이 부르는 순서대로 죽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처럼 경영자들은 정리해고라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철저하게 챙겼다. 회계 조작을 저지른 회계법인, '먹튀' 자본인 상하이차, 마힌드라 등 그 누구 하나 손해 보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행동했지, 단 한 번도 진정으로 회사와 그 안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염려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함께 살겠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대상화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겠다는 뜻이다. 회사가 어려운 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노동자들이 대상화되어 이리저리 찢기고 죽어나가는 대신, 모든 노동자가 함께 살 길을 노동자들의 힘으로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쌍용자동차 지부는 그렇게 싸워왔다. 24명의 죽음을 가슴에 묻었기에 더더욱 함께 사는 길을 고민해왔다. 기업 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버릴 수 있게 만들어 버린 정리해고 제도를 없애기 위해서 싸워왔다. 사내 하청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구조에 맞서 함께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길을 열기 위해서 싸웠다. 그리고 '먹튀'와 구조조정으로 점철된 자본의 탐욕을 멈추기 위해서 싸웠다. 기업이 경영자들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것이 되게 하기 위해 싸웠다. 거짓과 협잡과 조작과 폭력으로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몇 사람만의 이익을 챙기면서 모든 이의 삶을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멈추려면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소위 '경영인들의 합리성'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폭로하고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야 지금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정조사는 그 진실을 밝히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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