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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기소된 희망버스 참가자들, 과연 유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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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기소된 희망버스 참가자들, 과연 유죄인가?

[희망버스 사법처리 연속기고·①] 무죄판결 받아도 검사는 항소

"희망의 버스 사법탄압에 맞서는 돌려차기"는 잘못된 집시법, 과도한 경찰의 집회방해에 맞서는 공동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희망의 버스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탄압에 맞서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싸운 이들의 힘으로 재판정에서 속속 무죄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찰과 검찰은 집회와 시위를 가로막고 불온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당당하게 집회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연속 기고를 합니다.

희망버스와 '법의 경계'

지난 겨울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사람들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기소가 시작되었고, 다양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참가자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희망버스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하기 위하는 '재판 투쟁'을 시작하였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희망법)(☞ 바로 가기)'은 이렇게 시작된 재판 중 10여 건의 변론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지금껏 진행되어온 희망버스 재판은 그 자체로 법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야간시위 행위, 일반교통방해 행위, 해산명령불응 행위는 모두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의 경계와 관련된 행위들이다. 이러한 행위들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형법상의 각 조항들은 모두 그 위헌성이 문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이 계류 중이거나 각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 중이다. (이와 별도로 최근 4차 희망버스의 경우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일반교통방해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희망버스와 관련된 또 다른 공소사실은 공동주거침입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 공소사실은 '5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공동하여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인 영도조선소에 침입하였다'는 것으로, 그 문구나 위반법률의 명칭('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만을 보면 큰 폭력성을 띠고 있는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실제는 영도조선소가 휴무 중이던 일요일 새벽,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살아서 내려오라는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85호 크레인이 있는 영도조선소 안의 커다란 공터에서 평화롭게 하룻밤을 지새우고 나온 일에 불과하다. 기소된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희망법은 재판을 통해, 이러한 경위로 영도조선소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낸 행위가 과연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법적으로 처벌되어야 할 위법성이 있는 행위인가를 물어왔다.

▲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희망버스의 '공동주거침입'과 '위법성'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85호 크레인 앞에 모였던 당시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문제에 관한 외부적인 타결책이나 타결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채로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이 150일을 넘어가던 때였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크레인에 오른 이에게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이들을 움직인 것은, 정리해고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지고 있는 짐이라는 문제의식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이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이었다. 결국 이러한 연대의 마음들이 모여 사회여론이 형성되고 정치권이 움직이면서 결국 한진중공업에서는 미흡하게나마 노사합의가 이루어졌고, 희망버스는 현행법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문제들의 해결에 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함을 촉구한 민중들의 자발적인 연대의 흐름으로 평가받았다. 희망버스가 꾸려지게 된 이러한 사회적 배경,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위법이라는 외피를 무릅쓰고라도 그 곳에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절박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들은 행위의 위법성을 살필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들이다.

희망법이 변론을 맡은 사건의 재판부를 비롯하여 전국 대부분의 법원들은 이렇게 기소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공동주거침입 행위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고 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영도조선소에 들어가게 된 행위의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를 미루고 판결확정일로부터 특별한 일 없이 2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로서, 형법상의 재제 중에 가장 가벼운 것이다. 법원 역시 희망버스의 배경과 그 사회적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데 이어, 속속 내려지고 있는 이러한 선고유예 판결들에 대해서도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항소를 하고 있다. 하여 희망법은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항소심에서 다시 희망버스의 정당성을 변론하고 있으며, 얼마 전 한 사건에서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아내었다.

희망버스가 법에 던지는 물음과 답변

어떠한 행위의 윤리적인 정당성을 반드시 법의 언어를 통해 인정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당성이 법을 통해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희망버스 변론 또한 희망버스의 정당성을 법에서 구하기 위하여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희망버스 재판은 오히려 '희망버스에서 보인 민중들의 양심과 연대감에 대해 법은 어떤 응답을 할 수 있느냐'는 물음 앞에 한국 사회와 법질서를 불러와 세우는 과정이다. 희망버스를 둘러싼 재판을 거치며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민의 정도, 우리 법질서의 그릇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이러한 법의 그릇에 대해 생각하며 검사의 항소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쓴다.

* 이 글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10월호 뉴스레터에 실린 원고를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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