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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20명을 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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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20명을 돌보니…"

[돌봄노동 연속기고·④] 아이들의 또다른 부모, 보육교사의 현실

올해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 20일 보신각에서 '제3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제안하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돌봄노동 연속기고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를 기대한다?"
"노인을 2500만 원에 팔아넘기는 '현대판 고려장'"

숨 돌릴 틈이 없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출근하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혹은 차 한 잔과 함께 업무파악을 시작한다. 그러나 보육 교사들은 작업복인 앞치마도 걸치지 못한 채 아이들을 받기 시작한다. 먼저 내원한 아이의 상태를 살피다 정신없이 오전 차량반에 탑승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을 보조석에 앉아 아이들을 데리러 다닌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오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밥을 먹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한 명씩 양치를 시키고 나면 점심시간도 일만 하다가 훌쩍 넘어가버린다. 그렇게 낮잠을 재울 시간이 다가오면 옷을 갈아입히고 이부자리를 봐준다. 아이 하나하나를 재우고 나면 그날의 일지를 또 하나하나 작성해 집으로 보내줘야 한다. 아이들이 떠나고 아이들이 있었던 공간을 치우고 장난감들을 소독하고 나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우리에게 휴게시간은 없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보통 육아는 전쟁이라 한다. 가정에서 부모 한 명이 아이와 1:1 상황에서도 너무나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만 4~5세는 교사 한 명이 아이들 20명을 봐야 하고, 만 3세는 교사 한 명이 15명, 만 2세는 7명, 만 1세는 5명, 만 0세는 3명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있지도 않은 유령교사를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 허위로 보고하면 두 몫을 한 명이서 해야 하니 더 죽을 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오래 버티지 못해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

▲ 어린이집 보육교사. ⓒ연합뉴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단지 노동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있고 또 가장 귀중한 일이다. 그런 일들을 하는 우리는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초과노동을 하고도 수당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나마 국공립이나 사회복지법인시설일 경우는 호봉으로 인정해주지만 전국 95% 이상의 민간어린이집에 고용된 교사의 급여는 매년 최저임금수준으로 맞춰지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07:30~19:30인 12시간이지만 8시간 근무를 위해 탄력근무나 2교대를 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나오는 주 40시간제가 적용되면서도 정작 어린이집에선 영유아보육법의 운영시간을 따르라 한다. 우리도 하루 중에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어린이집에는 휴게공간이 없다. 휴게시간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휴게시간이 노동시간 안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월급 이외의 어떠한 수당지급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노동강도만 점점 더 해져 갈뿐이다.

보육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싶다.
어린이집은 행사가 많다. 각종 행사들을 준비하는 날이면 그날은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린이집 내부 시설을 정리하는 준비를 하는 날에도 야근을 한다. 물론 수당은 없다. 오로지 자부심 하나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반을 운영해야 하는데 차량운행에 동승자까지 하라하고, 행정업무에 청소에 모든 잡무까지 다 맡겨버리니 자부심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무상보육, 좋은 어린이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로부터 결정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봐주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피는 것은 보육교사들이다. 점심시간에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조금의 쉴 틈도 없이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감당하는 상황은 아이들과 보육교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게다가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 전권을 지닌 상황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언제나 파리 목숨이다. 비리가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도 말하지 못한다. 비리를 이야기하는 순간 그 보육교사는 다시는 그 어떤 어린이집에서도 일하기 힘들다.

그러니 예산을 늘린다 해도 원장들의 배만 불려주지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한 서비스의 질은 좋아질 리 없다.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는 것도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정책은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 행복하게 자랄 권리와 행복하게 일할 권리는 다르지 않다. 결국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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