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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죄 수사…지방선거 겨냥한 김기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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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죄 수사…지방선거 겨냥한 김기춘 작품?

[분석]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최근 국가정보원은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았었다. 그러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냈다. 또 지난 2011년에 국정원이 수사한 이른바 '왕재산 사건'의 경우 재판 결과, 반국가단체 구성 부분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형 간첩 사건에서 연이어 수사 실패를 맛본 국정원이 이번에는 현역 국회의원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내란 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다.

국정원과 함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국정원은 30일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에 돌입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 국정원은 29일 밤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과 비교하기에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내란 음모죄 적용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왜 하필 지금 시점에 야당 국회의원을 겨냥하고 나섰을까? 이 사건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 2013년, 박근혜 새누리당 정부 집권 6개월이 넘은 현재, 대선 개입·사초 공개 등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져 있는 국정원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말 그대로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국정원,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석기 이슈' 끌고가면…"

당초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내란 음모' 사건이 터진 후 국정원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는지 관심을 모았다. 국정원의 '불법 도청' 가능성, '이른바 RO 조직원(Revolutionary Organization, 즉 혁명조직의 영어 약자로,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등의 주도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조직) 내부 제보'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29일 <KBS> '뉴스9'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검찰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감청영장을 받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결정적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지난 5월 130여 명의 '회합' 당시 3시간 짜리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합법적 방식의 수사가 이뤄졌다는 보도다.

국정원은 매우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석기 의원의 신발장 속에서 현금 1억 4000만 원을 발견했다"고 밝히는 등, '언론 플레이'를 구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물품 내역 등에 대한 보도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30일자 보도를 통해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 전문을 인터넷에 상세히 공개하기도 했다. 밀입북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도 있다. 보도 내용대로 지난 5월 '회합' 당시 참석자들이 쏟아낸 방대한 분량의 발언 등을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확보한게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정치적 관점에서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국정원이 이번 수사와 관련된 '여론 통제력'을 전적으로 확보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내란음모죄 적용 여론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공당의 국회의원이 설마 그런 일을 했겠느냐'는 반론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뒤집어 말하면 "평당원이나 비주류 조직의 장(長) 정도의 수준이 아닌, 공당의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반대급부 여론이 생길수 있다.

▲ 최근 국정원은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았다. 그러나 법원의 '무죄' 판결을 냈다. 지난 2011년에 국정원이 수사한 이른바 '왕재산 사건'의 경우 재판 결과 반국가단체 구성 부분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형 간첩 사건에서 연이어 수사 실패를 맛본 국정원이 이번에는 현역 국회의원을 향해 칼날을 빼들었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내란 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다. ⓒ프레시안

이번 사건의 파장과 여론의 흐름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왜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형법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33년만에 내란음모죄를 부활시켰다"는 부담감을 감수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국가보안법만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국보법 페지 여론' 등, 발생 가능한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간 진보 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 논란이 일 때마다 "형법상 내란죄 등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때문에 내란음모죄를 내세웠을 경우 반론의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둘째, 왜 국정원은 왜 하필 이 시점에 공개수사로 전환했을까. 답은 명확해보인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국정원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핵심은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국내파트 해체 등이었다. 만약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국정원이 내란죄를 입증해내면 이 논의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여론'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심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만약 국정원이 내란음모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진짜 역풍을 맞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국내 정치와 여론에 개입해온 전례가 있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안보 이슈는, 더군다나 '종북의 상징'으로 여론화된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이슈는 불만 붙이면 타오를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죄가 성립되느냐 여부를 떠나, 이번 국정원의 수사가 박근혜 정부 차원의 '고도의 정치 행위'로 읽히는 이유들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에 포진한 정무 기획의 핵심 '브레인'들이 모두 공안통이라는 점은 이같은 분석에 신빙성을 보탠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압수수색 시점 등을 미리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미리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작품'의 총괄 기획자로 이른바 '유신 검사' 출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음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강성 보수인 군인 출신 남재준 국정원장,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정부 요직에 포진한 것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이석기 사태'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일단 국정원 개혁, 4대강 사업, 경제민주화 등 9월 정기국회의 쟁점이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9월 국회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민주당은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은 이번 이슈를 빨리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슈가 간헐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야권은 앞으로 선거에서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NLL 대화록 공개' 등 안보와 민감한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 함께 공모했다는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남재준 국정원'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전직 국정원장이 기소당하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안보' 이슈는 정부여당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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