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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육 잘못' 박 대통령 발언 근거, 측근이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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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육 잘못' 박 대통령 발언 근거, 측근이 뒤집었다

새누리 이학재 의원 조사 결과 '6.25는 북침' 답한 학생은 0.3%뿐

'역사 교육이 잘못돼 학생들이 6.25를 북침(남한이 북한을 침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설문 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지난 14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시내 초등·중학생 1489명을 대상으로 '안보·통일의식'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학생의 87%인 1292명이 "6.25전쟁은 북한이 일으켰다"고 답했다. 남한이 6.25전쟁을 일으켰다고 응답한 학생은 5명(0.3%)에 불과했다.

2010년의 '천안함 폭침 사건은 누가 일으켰냐'는 질문에 설문에 응한 학생의 84%(1250명)가 북한이라고 응답했다. 71%(1056명)는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으며, 일본이라 응답한 학생이 168명(11.3%)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일에 가장 영향을 줄 것 같은 국가로는 미국이 828명(55.6%)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중국이 233명(15.6%)으로 2위를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토해낸 '열변'에 시선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얼마 전 언론(<서울신문>)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며 "이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사들이 역사를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들의 약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이(역사)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또한 "교사의 교육 방법에 차이가 있고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학재 의원은 "본 조사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6.25가 남침(북한의 남한 침공)인지 북침(남한의 북한 침공)인지를 잘 모른다는 최근의 우려와는 결과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다만 "제2연평해전과 같은 가까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설문의 편향성은 의심할 필요도 없다. 이학재 의원은 박 대통령이 후보일 때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부실한 조사를 근거로 잘못된 결론…"특정 교사들" 겨냥한 공세?

박 대통령이 근거로 제시한 건 <서울신문> 보도였다. 문제는 <서울신문>이 보도한 설문 조사가 부실한 것이었음에도 박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한 입시 업체가 이메일을 통해 고교생 50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런데 용어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라고 물어본 조사였다.

이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은 "역사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 교육의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북침'을 '북한이 침략한 것'으로 받아들인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학재 의원실에서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심지어 당시 문제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했던 <서울신문>마저 설문의 허술함을 인정했다. <서울신문>은 "학생들이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해" 한국전쟁을 북침이라 답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곁들여 놓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대목은 쏙 뺀 채 '남한이 북한을 침공했다고 다수의 학생이 답한 것은 역사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부정확한 전제를 근거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 셈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역사 교사들 사이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쳐들어갔다고 가르치는 선생이 어디 있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박 대통령이 "특정 교사들"을 지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마련하라고 한 대책을 교육부 등이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사 교육 강화'보다는 '잘못된 역사 교육 단속' 등의 방침이 내려올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대변인은 이어 "박 대통령이 인용한 조사 결과를 보도한 매체조차 조사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조사 결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지시했다"며 "이는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역사 교육과 관련해 한마디 하고 싶던 상황에서, 6.25 문제가 자신의 입맛에도 맞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특정 교사들을 상대로 공세를 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성인 55%·청소년 86%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모른다"

23일 안전행정부는 한국전쟁 관련 여론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연도(1950년)에 대해 성인의 35.8%, 청소년의 52.7%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안행부는 "청소년에 대한 안보 교육 및 홍보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4월에도 비슷한 여론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6.25전쟁 발발 연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6.9%가 '모른다'고 답했다.

안보 교육 및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안행부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6.25전쟁 발발 연도를 알면 안보 의식이 높은 것이고 모르면 안보 의식이 낮은 것이냐는 의문이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트위터 등에서는 "그렇다면 임진왜란 발발 연도를 모르고 병자호란 발발 연도를 모르면, 그게 역사 의식이 낮다는 증거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행부 여론 조사에서 오히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모른다고 답한 대목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성인의 55.7%와 청소년의 86.1%가 "모르거나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안행부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우선 사항" 1순위로 꼽힌 건 "우리 정부의 지속적 대화와 교류 협력"(성인의 37.8%, 청소년의 48.9%)이었다. "북한의 군사 위험 완화 등 태도 변화"를 꼽은 응답자는 성인의 23.0%와 청소년의 27.5%였다.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 경제' 개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많은 국민들에게는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 안보 의식과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 인지도를 높이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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