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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를 적출하라!"…문화미래포럼의 '한예종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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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를 적출하라!"…문화미래포럼의 '한예종 죽이기'

[추적] '유인촌 전쟁'의 최전방, 문화미래포럼②

우리 문화예술계에 때 아닌 '좌파 색출'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부터 시작해 영화 단체들에 대한 집중 감사까지, 이른바 '유인촌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그 최전방에 선 뉴라이트 문화단체, 문화미래포럼(대표 정용탁)을 해부한다. (☞관련 기사 : MB의 '좌파 색출대' 문화미래포럼, 넌 누구냐?)

2006년 창립 이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문화미래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법인으로 인가를 받으면서부터다. 이 단체는 보통 약 1년이 걸리는 문화체육관광부 법인 등록 절차를 단 2달 만에 받아냈다.

일단 날개를 단 문화미래포럼은 문화계의 '좌파 색출'에 나선다. 이른바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그 첫 번째 성과다. 한예종 사태나 진보 성향의 문화단체에 대한 유례없는 집중 감사에 이 단체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설은 오래 전부터 문화계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지난달 15일 열린 문화미래포럼 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문화미래포럼은 국공립 공연예술단체들의 전속단원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영화법 개정 방안 등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프레시안

지난달 15일 '21세기 문화 진흥을 위한 신문화법 제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문화미래포럼은 "정권이 바뀌면 문화 환경 또한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 3월 12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지난해 9월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문화예술계 현안과 과제' 문건 제출

사실 문화미래포럼의 '좌파 인사 색출' 행보는 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돼 왔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문화미래포럼은 작년 9월 국회 문방위 고흥길 위원장에게 '문화 예술계 현안과 과제'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출했다. 이들은 이 문건에서 ▲영화계 좌파 세력의 청산 ▲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의 개혁 ▲한예종의 개혁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전속제를 철폐하고 계약제로 전환할 것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이 문건에서 "지난 정권에서 민예총, 문화연대 등에 대한 편파적인 지원으로 좌파 예술인들에게 문화 권력을 안겨주었으며 그 폐해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며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을 이르러 "반정부 활동의 근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화계 현안을 다룬 부분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영화진흥위원회는 좌파 문화운동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며 "영화법 개정을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진흥기구로 개편, 가칭 영화진흥원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영화제를 비롯해 서울영상위원회, 경기영상위원회 등 각종 단체들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이들은 이 단체의 상당수가 "좌파 영화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그동안 이들 단체 및 소속 영화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FTA 체결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좌파 문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변혁시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문건은 한예종에 대해선 "각종 특혜를 누려온 한예종은 문화예술 분야의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마당에 전면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문화미래포럼의 '한예종 죽이기'가 본격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한예종 학생들은 매일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예종학생비상대책위원회

준비된 전쟁, 문화미래포럼의 '한예종 죽이기'

본격적으로 한예종에 대한 '압박 시나리오'가 제출된 것은 같은 해 9월 3일. 문화미래포럼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였다. 당시 발제를 맡은 정재형 동국대 교수는 "한예종은 대규모 종합대학처럼 통합교육 과정, 예술경영 과정, 아시아동반자사업 등 지나치게 확장을 일삼고 있다"며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한예종의 운영은 한마디로 실패작"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예종의 구조 개혁'을 강하게 역설했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한예종에 설치된 이론과 및 협동과정을 폐지하고, 기존 예술대학과 중복되는 전공을 폐지해 축소된 형태의 영재조기교육학교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당시 발표된 발제문의 일부이다.

한예종의 구조조정 대안
지금까지 짚어본 것처럼 예종은 종합적인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감사를 필요로 한다:
첫째, 교육목표를 포함하여 국립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 추구 여부
둘째, 여타 교육기관과의 불필요한 중복투자 여부
셋째, 투자 예산의 효율적 운영 여부
대학시스템을 폐기한다는 의미에서 종합예술학교를 해체하고 각각의 학교로 독립시킨다. 그것이 몇 개가 남고 어떤 성격이 될 것인지는 다음의 단계를 밟아 필요한 학교만 남기는 방안이다:
1단계, 각 원에 있는 이론과 및 협동과정을 폐지한다.
2단계, 예술대학과 중복되는 전공은 폐지한다. 단일하고 축소된 형태의 영재조기교육 학교 로 남고 대학에서 하지 못하는 전공만을 특별히 하는 학교로 전환한다.
(중략)
이처럼 각 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사계의 의견으로 정리되는 공청회 등이 개최되어 문광부가 예종을 구조조정하길 바란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과제에 관한 심포지엄Ⅱ>
"국가의 전문예술인 양성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 중


이듬해인 올해 5월, 문화미래포럼의 이같은 '시나리오'는 정부의 집중 감사로 현실화한다. "이론과를 폐지"하고 "감사를 필요로 한다"는 문화미래포럼의 주문이 문화부에 의해 직접 실행된 것이다.

ⓒ한예종학생비상대책위원회
문화미래포럼이 지난 3월 <독립신문> 등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통섭 교육(학제 간 융합 교육)'에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도 고스란히 감사 결과에 반영됐다.

문화부는 감사 끝에 ▲통섭 교육(학제간 융합 교육) 중지 ▲통섭 관련 교수 징계 ▲이론과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모두 12건에 대해 주의·개선·징계 처분을 내렸다. 황지우 총장에 대한 파면·해임 등도 거론됐다.

감사는 이례적으로 두 달에 걸쳐 느리게 진행됐지만, 황지우 총장의 사표는 10일 만에 전격 수리됐다. 황 총장의 퇴진은 애초 진보 인사 몰아내기의 '필연적인 수순'이라는 관측이 존재했다.

황 총장 역시 사퇴 선언 당시 "건강 검진이 아닌 생체 해부에 가까웠다"며 "감사의 과녁은 한예종의 학사 조직 개편 내지 리모델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 항목들이 문화미래포럼이나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회 등 문화계의 뉴라이트에서 제기한 문제점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문화부와 문화미래포럼의 '협공' 작전

한예종학생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주현(26)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화미래포럼이 사실상 (한예종 공격의) 선두에 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부 쪽은 감사와 뉴라이트 단체의 개입을 분리해서 얘기하는데, 문화미래포럼의 배후는 사실상 문화부"라는 것이 학생대책위의 주장이다.

문화부와 문화미래포럼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이미 문화계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이 단체의 장미진 초대 사무처장은 대선 이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되기도 했다. 6월 2일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우파 정권에서는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며 뉴라이트 언론의 행보에 발을 맞췄다.

문화부를 뒷받침하며 문화미래포럼이 '한예종 죽이기'의 선두에 섰다면, 그 뒤는 뉴라이트 계열 언론이 이어받았다. 올해 상반기부터 <데일리안>, <미디어워치>, <빅뉴스> 등의 뉴라이트 매체가 황지우, 진중권 등 이른바 "한예종의 좌파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뉴라이트 언론들의 보도에 이어 바로 두 달에 걸친 문화부의 감사가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조직이 벌인 별개의 일이었다. 그러나 황지우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행정 판단에 의해 감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한예종을 문제 삼는 '외부'의 주장을 국가권력이 대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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