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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좌파 색출대' 문화미래포럼,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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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좌파 색출대' 문화미래포럼, 넌 누구냐?

[추적] '유인촌 전쟁'의 최전방, 문화미래포럼①

전깃불이 밝혀졌다. 어두운 밤 방문이 덜컹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눈이 부시도록 밝은 전깃불을 얼굴에 내리비추며 말한다. "당신은 좌익인가 우익인가?"

섣부르게 대답할 수 없다. 전깃불 뒤에 가려진 사람이 인민군인지 국군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답을 잘못했을 때 잔혹한 복수가 돌아온다. 전깃불 앞에 선 자는 그 절망적인 순간의 기억을, 사람의 얼굴을 가려버린 전깃불에 대한 공포를 평생 생생하게 간직한다.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념 싸움으로 얼룩진 한국전쟁 당시처럼, 전깃불 앞에서 대답을 강요받는 상황이 우리 문화계에 재연되고 있다. 전깃불 뒤에서 칼자루를 쥔 존재는 바로 뉴라이트 문화단체들.

그 선두 주자는 문화미래포럼(대표 정용탁)이다. 이 단체는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부터 영화진흥위원회 폐지 논란까지,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문화 게슈타포'로 불린다. 이른바 '유인촌(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의 전쟁'의 선봉에서 좌파 색출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좌파 색출대' 문화미래포럼

문화미래포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80명이 모여 2006년 10월 발족했다. 정진수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 소설가 복거일, 정용탁 전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 등 대표적인 우파 지식인이 그 주축이다.

▲ 문화미래포럼은 문화예술계의 우파 지식인을 중심으로 2006년 발족했다. 왼족부터 복거일 초대 대표, 홍정선 부대표, 정진수 전 대표,.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조건호 전 전경련 부회장 ⓒ프레시안

그들은 뉴라이트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으나 주도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뉴라이트 문화단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단적으로, 지난 15일 문화미래포럼의 새 상임대표로 선출된 정용탁 교수는 뉴라이트문화예술연합의 공동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문화미래포럼은 2008년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문화예술정책센터를 발족하는 데도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의외의 인물도 눈에 띈다. 문화미래포럼 부대표 홍정선 인하대 교수는 현재 문학과지성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홍 교수와 함께 '문지 2세대'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정과리 연세대 교수도 문학 분과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잘 알다시피 문학과지성사는 김현, 김병익, 김광규, 이성복, 황지우, 윤홍길 등 유수한 지식인, 문인을 배출한 창비와 더불어 한국 문학계의 양대축 중 하나다. 이 출판사의 모태인 <문학과지성>은 1970년 창간돼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인문주의자의 요람으로 불렸던 이런 '문지'의 대표 주자들이 '좌파 색출대' 요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

정부 인사 역시 회원 명단에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문화미래포럼의 문화일반분과에 소속된 한민호 씨의 경우 현재 문화관광부 공간문화팀장을 맡고 있다.

문화미래포럼의 전체 회원 수는 현재 300여 명으로 서울과 경남에 두 개 지부와 총 8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근래의 활발한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공식적인 홈페이지도 없어 외부인들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는 다소 힘들다. 다만 이 단체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를 통해 회원 명단과 단체 활동과 관련된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다.

문화미래포럼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정치색 짙은 활동을 해왔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편파적 예산 집행이 미친 폐해' 등을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으며, 같은 해 6월 '북한 핵무기 개발이 불러올 재앙을 주제로 한 연극' <그라운드제로>를 상영했다.

전경련과 관계도 주목

문화미래포럼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긴밀한 관계도 주목된다. 문화미래포럼의 '2008년 2/4분기(4월~6월) 결산 보고'에 따르면 전체 운영비 296만6200 원 중 77만 원이 '전경련 접대비' 항목으로 책정돼 있다. 또한 전경련 조건호 전 부회장이 문화미래포럼의 자문위원 역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작년 하반기 사업이었던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 특별 강좌'를 전경련 후원으로 진행하기도 했으며, 작년 12월에 있었던 "새 정부의 문화 정책의 방향" 토론회 역시 전경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유인촌 장관,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승철 전경련 전무이사의 축사와 함께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문화미래포럼은 '문화미래포럼 2008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소위 좌파 이데올로기는 그 생명력을 소진했다고 판단한다"며 "오늘의 대토론회가 이 같은 좌파 이데올로기의 종식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또다시 지난 촛불 시위와 같이 포퓰리즘을 등에 업고 구차스럽게 잔명을 이어가는 좌파 세력들의 책동이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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