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6일, 참여연대가 이동통신요금 원가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갖고 있는,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에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의 산정 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통신서비스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일체, 이동통신사의 통신서비스에 대한 이용약관을 인가하기 위한 규정과 평가 및 심의 관련 자료 일체 등도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처럼 재판부는 참여연대에서 청구한 자료를 대부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중 개별 유형 자산, 취득가액, 감가상각비 등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통신 요금 인하와 관련된 문서와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팀'의 의사록 등을 공개하라는 청구는 각하했다.
이번에 재판부가 공개를 결정한 자료는 2세대, 3세대 통신 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4세대 LTE 서비스와는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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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의 공공성 확인하는 계기 돼야"
이번 소송은 참여연대가 지난해 7월에 제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동통신사들이 폭리를 취해 서민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였다. 방통위가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작년 5월 이동통신요금 원가,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이동통신 3사의 원가보상률 등을 공개하라고 방통위에 청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가보상률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해 6월 초, 방통위는 '기본요금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 50건 무료 제공' 등을 골자로 한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 인하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태스크포스팀 구성원과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고 다시 청구했다. 방통위는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방통위는 '요금 원가 관련 자료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참여연대는 이동통신 요금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영업 비밀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영업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공익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송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인 SKT 측이 방통위 쪽 보조 참가자로 재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부분적으로 비공개가 있긴 하지만, 비밀 행정을 하며 대기업을 비호한 방통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안 팀장은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비공개 부분 등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살펴본 후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소비자 주권 확립, 국민의 알 권리 확대, 중요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권 확대 등의 관점에서 중요 공공 정보에 대해 승소 판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팀'의 의사록 공개 청구가 각하된 것과 관련, 참여연대는 "'회의록이 없다'는 방통위 주장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위원회는 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보존하여야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3조를 근거로, "실제로 회의록이 없었다면 이 또한 방통위의 중대한 직무유기"이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다시 요금 인상 효과를 불러일으킨 LTE 서비스에 대해서도 원가 및 주요 정보 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소송 및 캠페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계 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의 2010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가구당 월 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액은 13만6882원이었다. 이는 그 전년보다 4.8% 늘어난 수치로, 통신비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로 인해 통신비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09%에 이르렀다. 2003년 이후 6%대였던 통신비 비중이 7%를 넘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통신비는 식사비(12.38%), 학원 및 보습 교육비(7.21%)에 이어 가계 소비지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통신비 지출 상승을 주도한 것은 이동전화 요금으로 분석됐다. 통신비에서 이동전화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는 60.5%였으나 2010년에는 75.6%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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