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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뻥튀기'… "일자리 6만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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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뻥튀기'… "일자리 6만개 늘렸다"?

[홍헌호 칼럼] 신뢰도 떨어지는 자료로 업적 과장하는 오세훈 후보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외국관광객이 30% 늘었다"며 "관광객이 30% 증가하면 6~7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27위에서 12위로 15계단 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 글은 오 시장 주장과 관련하여 세 가지 쟁점을 다룬다. 첫째, 지난 4년간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오 시장의 업적인가 하는 점. 둘째, 관광객이 30% 증가하면 6~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주장이 타당한가 하는 점. 셋째, 도시경쟁력에 관한 중국 사회과학원의 평가들이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점.

첫째, 지난 4년간 외국인 관광객 30% 증가에 오 시장이 공헌한 일은 무엇일까.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오 시장이 재임한 지난 4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29.8% 증가했다.

▲ ⓒ프레시안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과 오 시장의 업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지난 4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이 다른 시기에 비하여 월등히 좋은 실적이라 볼 수 없고, 또 이런 실적이 대부분 2009년의 급격한 환율급등(=원화가치 급락)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33.6% 하락했고, 일본 엔화 대비 65.9% 하락했으며, 중국 위안화 대비 56.0% 하락했다. 지난 해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비중이 39.1%, 중국인 비중이 17.2%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對일본·對중국 원화가치 급락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 ⓒ프레시안

듣자 하니 오 시장은 이와 같은 반론에 대해 지난 해 가을에는 오히려 원화가치가 올라갔다고 항변했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거있는 항변이 되지 못한다. 필자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활용한 환율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평균 환율'이기 때문이다.

둘째, 4년간 관광객이 30% 증가하여 6~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오 시장 주장이 근거가 있는가 하는 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우리나라 관광수입은 관광객 증가와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6조1053억원 증가했다. 오 시장은 이런 수치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관광수입이 6조 원 증가해서 일자리가 6만 개 늘어난다면, 1억 원에 1개씩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니 듣기에 따라서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일자리가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 시장의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일자리는 65만 개 늘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같은 기간 소비가 162조 원, 투자가 19조 원, 수출이 191조 원 증가해서 3대 최종수요는 도합 372조 원 증가했다. 즉 지난 4년 간 우리 경제는 372조 원의 최종수요 증가에 힘입어 6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1조 원당 1747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그렇다면 6조 원의 관광수요 증가는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까. 초등학생들도 쉽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년간 1조 원당 1747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므로 6조 원은 1747개의 6배인 1만 개 가량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즉 오세훈 시장은 관광수요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6배 뻥튀기하고 있다. 10배 이상 뻥튀기하는 국토해양부에 비해서는 낫다 할 수 있지만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셋째, 서울시 도시경쟁력 순위가 2006년 27위에서 2008년 12위로 올라갔다는 중국 사회과학원의 평가가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점.

지적 사대주의 성향이 유난히 강한 우리나라 사회지도층들은 매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의 발표 내용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는 중국 사회과학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류의 경쟁력 보고서들이 지나치게 기업가 편향적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 심지어 IMD는 기업가들에 대한 설문조사 내용에 많은 가중치를 두기도 한다.

더구나 이들 기관들의 현실진단능력이나 미래예측능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적으로 90년대 우리나라 외환위기 직전 이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우리 경제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내놓은 도시경쟁력 순위도 신뢰할만한 것이 못된다. 특히 2008년의 경우 이 기관은 GDP, 일인당 국민소득, 지역평균 GDP, 노동생산성, 다국적기업수, 특허신청수, 물가, 경제성장률, 취업률 등 단지 9개 지표만으로 도시경쟁력을 평가했다.

더구나 9개 지표 중 GDP, 일인당 국민소득, 지역평균 GDP, 노동생산성, 경제성장률이라는 5개 지표는 포장지만 다를 뿐 그 내용은 같은 것이었다. 2006년 보고서에서는 53개 변수로 도시경쟁력을 평가했는데 그것을 9개로 줄인 이유는 뭘까? 물론 활용한 변수가 많다고 정확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9개 단순지표로 만들어진 2008년 보고서는 내지 않은 것이 더 좋을 뻔했다.

우려는 자주 현실로 나타나곤 한다. 2006년과 2008년 보고서 사이에 도시들의 부침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나타났다. 보고서의 신뢰성이 낮다는 증거다.

▲ ⓒ프레시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예로 들어보자. 2006년 보고서에서 더블린은 도시경쟁력 2위로 랭크되었다. 그러나 2008년 보고서에서는 2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그 이유가 뭘까.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 속에서 아일랜드가 위험한 국가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위싱턴DC 순위도 이 보고서의 신뢰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싱턴DC는 공공행정 부문 종사자가 41%에 달하는 매우 특별한 도시다. 과천의 공공행정 비중이 26%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워싱턴DC는 매우 특별하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8년 보고서에서 워싱턴DC 순위를 그들의 노력과 무관하게 18위에서 5위로 급등시켰다. 이유는 행정도시가 일반도시에 비해 금융위기에서 더 안전했기 때문이다.

남유럽과 북유럽 도시들에 대한 중국사회과학원의 평가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은 2006년 보고서에서 남유럽 도시들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 반면, 북유럽 도시들은 외면했다. 그러나 최근 남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금융위기·재정위기에 노출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의 현실진단능력이나 미래예측능력에 문제가 많다는 증거다.

어쨌든 중국 사회과학원은 서울시 도시경쟁력 순위를 2006년 27위에서 2008년 12위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과 인천발전연구원은 이들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25개 주요 아시아 도시 중 9위라고 발표했고 인천발전연구원은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상하이나 베이징 등 중국 4대 도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필자는 중국 사회과학원에 비해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과 인천발전연구원의 현실진단능력이나 미래예측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국가경쟁력이나 도시경쟁력에 관한 각종 국내외 연구보고서들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적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외국 기관의 의견을 무작정 맹신하고 보는 태도는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연합

요약과 결론

필자는 이 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행한 발언 중 세 가지를 골라 이것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먼저 지난 4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과 오 시장의 업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이 다른 시기에 비하여 월등히 좋은 실적이라 볼 수 없고, 또 이런 실적이 대부분 2009년의 급격한 원화가치 급락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4년간 관광객이 30% 증가하여 6~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4년간 우리 경제는 372조원의 최종수요 증가에 힘입어 6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1조원당 1747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이 중 6조원의 관광수요 증가는 1747개의 6배인 1만개 가량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을 뿐이다. 오 시장이 관광수요의 일자리창출효과를 6배 뻥튀기한 것이다.

또 필자는 서울시 도시경쟁력 순위가 2006년 27위에서 2008년 12위로 올라갔다는 중국 사회과학원의 평가를 맹신해서는 곤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류의 보고서들이 지나치게 기업가 편향적이고 정확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현실진단능력이나 미래예측능력도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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