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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규직, 비정규 18명 고용 위해 월급 자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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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규직, 비정규 18명 고용 위해 월급 자진 포기

전주공장 버스부 1200명 4일째 잔업 거부…'40만 원 특근'도 거부

노동조합에 가입도 하지 않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18명의 고용 보장을 위해 현대차 전주공장 정규직 1200명이 5일로 4일째 잔업을 거부하고 있어 화제다. 이들은 한 번에 거의 4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주말 철야 특근도 거부할 예정이다.

특히 5일에는 18명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 버스부 정규직 뿐 아니라 트럭부, 엔진부 등 전주공장 정규직 3500명이 모두 주야간 잔업을 거부했다. 현대차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고용을 위해 잔업 거부와 같은 단체 행동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하나의 노조에 가입하는 '1사 1노조'안을 그동안 3차례나 부결시킨 바 있어, 정규직의 비정규직 외면이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돼 왔다.

5일에는 전주공장 정규직 3500명이 모두 잔업 거부

현 사태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23일. 이날 열린 버스부의 노사협의에서 사 측은 비정규직 18명에 대한 계약해지 계획을 밝혔다. 이유는 지난해 버스 판매가 부진하면서 물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전주공장 버스부는 하루 8대 정도 만들던 고속버스를 6대 생산으로 조정한 바 있다.

물량 감소로 인해 남게 된 인력은 정규직 포함 총 60명이었지만 정규직 42명은 다른 작업에 배치됐다. 하루 아침에 잘릴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은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는 당장 24일부터 출근투쟁을 시작했고, 지난 2일부터는 정규직노조인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가 참여했다. 그리고 문제가 터진 버스부는 지난 2일부터 매일 2시간 씩의 잔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의 잔업·특근 거부는 당장 월급 봉투에 영향을 미친다. 2시간 잔업을 거부하면 약 2만 원, 주말 특근을 한 번 못 하면 대략 40만 원의 손해를 입는 것. 그러나 버스부는 지난 2일 대의원회를 열어 5일까지 나흘 동안 잔업을 거부하고 6~7일 특근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노동조합에 가입도 하지 않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18명의 고용 보장을 위해 현대차 전주공장 정규직 1200명이 5일로 4일째 잔업을 거부하고 있어 화제다. ⓒ금속노조

놀란 회사 "계약해지 후 재고용"…노조 "고용보장 아니다" 거부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정규직의 희생에 놀란 것은 회사였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 2일 노조와 만나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제안했다. 3개월만 더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3개월 후 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4일 다시 안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일단 계약해지를 한 뒤에 단기계약직으로 재고용하겠다"는 안이었다. 현대차전주위원회는 5일 소식지를 통해 이 안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밝혔다. "언제든 자르겠다는 안에 불과한 만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전향적인 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전주 공장 전체가 잔업을 거부한 5일 현재, 노사의 추후 협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비정규직을 고용 안전판으로 여기던 관행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전주공장의 사례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자신의 '고용 안전판'으로 인식하고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모른척 했던 관행을 벗어난 첫 사례라 의미가 있다.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에도 현대차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1000여 명에 가까운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때마다 명분은 물량 감소였다. 물량이 줄어들어 생산 시스템을 바꾸면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의 숫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번번이 정규직은 다른 곳에 배치하는 등 고용을 보장하고 비정규직만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

지난 1년 사이 이런 일들이 숱하게 벌어졌지만 정규직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의 해고 뒤에 숨어 정규직은 자신의 고용을 지킨 셈이다.

비정규직의 고용을 노사 합의로 보장한 유일한 사례는 지난해 4월 있었던 울산 2공장의 '여유인원 고용관련 합의서'였다. 울산 2공장과 3공장에서 아반떼HD 혼류생산을 시작하면서 해고 위기에 놓인 68명의 비정규직은 이 합의로 고용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2공장의 사례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 등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는 희생을 통해 얻어낸 결과는 아니었다. 다만 정규직이 처음으로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사용해 온 '과거'를 반성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했던 합의였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이번 사례는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일단 예정된 잔업 거부와 버스부의 특근 거부는 7일까지지만, 전주비정규직지회는 이날부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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