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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파선거' 탈피하자더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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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노총, '정파선거' 탈피하자더니, 또…

지도부 선거 돌입, 결국 3파전으로 치러져

11일부터 민주노총 선거가 시작됐다. 지난 2월 핵심 간부의 성폭행 사건으로 이석행 집행부가 중도 사퇴한 이후 치러지는 첫 정식 선거다. 이석행 집행부에서 임원을 지낸 허영구 전 부위원장과 8개월의 보궐 집행부를 책임졌던 임성규 현 위원장이 후보로 나섰다. 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냈던 김영훈 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져 3파전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산별대표자들이 차기 집행부 논의에 구체적이고 깊이 개입했던 것이 특징적이다. "통합지도부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결국 여러 인물을 놓고 논의를 벌인 끝에 산별대표자들이 '낙점'한 인물은 현 임성규 위원장. 자신이 여러 차례 '차기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임 위원장은 끝까지 고심했지만 산별대표자들의 설득에 끝내 후보 등록을 했다.

그러나 범 '국민파'로 분류되는 정파들이 임성규 위원장의 출마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막판 김영훈 위원장을 후보로 내, '불출마 선언'을 뒤집었던 '통합 지도부'라는 명분에도 흠집이 났다. 이런 탓인지, 임 위원장은 지난 9일 있었던 용산 참사 장례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예정돼 있던 임 위원장의 노제 조사는 생략됐다.

"절대 차기 선거 안 나간다"더니…임성규 다시 나온 사연?

임성규 위원장이 처음으로 차기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임 위원장은 대의원 및 단위사업장 대표자 수련대회에서 예정에 없던 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던 '직선제 시행 유예안'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본인의 의지는 강력한 듯 보였다.

임 위원장은 당시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매우 부족한 사람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비대위원장까지만 수행하는 것이 적절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석행 집행부 사퇴 이후 비대위원장에 이어 보궐 집행부까지 맡았던 것이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임성규 위원장이 처음으로 차기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연합뉴스

최근까지도 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통합지도부 구성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불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이 이번 선거마저 잘못 치르면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치러지는 경선은 차선도 아니고 악"이라고까지 주장했었다.

그런 임 위원장이 돌연 8일 차기 선거에 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그것도 이미 허영구 전 부위원장이 출사표를 내, 경선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경선은 악"이라던 임 위원장은 대체 왜 그 경선에 나서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산별대표자들의 오랜 논의와 설득이 작용했다. 그것도 범 '중앙파'(PD) 계열로 분류되는 임 위원장의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은 범 '국민파'(NL)로 분류되는 산별 위원장들이었다. 이유는 "통합"이었다.

임성규 위원장 출마를 설득한 한 산별대표자는 "더 이상 민주노총 선거가 정파간의 경쟁으로 치러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 8개월 간 통합 지도부로 민주노총을 꾸려 온 임 위원장의 출마를 권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별대표자들 "더 이상 정파 선거 안 된다…통합지도부 만들자"

핵심 산별대표자들이 차기 선거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5일이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집행부가 중도 사퇴한 뒤 '보궐 집행부'가 구성될 때를 제외하고, 3년 임기의 정식 선거를 앞두고 산별대표자들의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최초였다. 통상 민주노총의 통합지도부는 '정파'들 간의 논의와 합의로 이뤄지기 마련이었다.

목적은 '통합 지도부 구성'이었다. 성폭력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올해 4월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준비 중인데다, "민주노총이 어렵다면서 집행부를 놓고 경선을 벌이면 현장 조합원들이 어떻게 느끼겠냐"는 문제제기가 '정파를 초월한' 공감대의 밑바탕이 됐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정파끼리 싸우는 선거는 안 된다"는 의지였던 셈이다.

실제 지난해 2월 이석행 집행부가 물러난 뒤, 잇따랐던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토론회 등에서 핵심 문제제기는 "정파"였다. 임 위원장은 "이념은 다를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행동은 하나도 다르지 않더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선거가 이후 민주노총 사업에서 '발목잡기'와 '딴지걸기' 등의 폐해를 낳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물론 논의가 쉽지는 않았다. 범 중앙파 계열이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을 후보로 내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였고, 그 외에도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몇몇 산별 위원장들은 "여러 정파가 모여 있는 조직의 특성상 위원장인 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난감한 입장에 놓인 대표자들도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한 노력의 정신은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7일 저녁 논의에서 3명의 후보군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산별대표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 가장 유력했지만 그때까지도 본인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등록 마감 당일 양경규 전 위원장은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별대표자들이 '찬성'했던 최상재 위원장 본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겠다"며 고사한 것. 결국 산별대표자들은 통합지도부로 출범한 현 집행부의 '임성규-신승철'의 재출마로 결론을 모았다.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던 임 위원장을 다시 선거에 출마하도록 설득한 것과 관련해, 한 산별대표자는 "약속을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통합지도부 구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등록 마감 2시간 전까지도 "못 하겠다"고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이유 등에 대해 임 위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임 위원장은 9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통합지도부 구성 위한 산별의 노력, "독자 후보" 내 꼬이게 만든 '정파'

임 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일에도 휴대폰을 꺼놓은 채 고심에 빠진 것은 단지 약속을 뒤집었다는 이유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합지도부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오랜 논의를 존중해 달라"는 산별대표자들의 설득에 넘어갔지만, 모양새가 예상보다 더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허영구 후보는 통합지도부와 관련된 논의 초반부터 "통합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단독 출마 의사를 밝혔다지만, 뒤늦게 출사표를 낸 김영훈 후보는 돌발변수였다.

김 후보 개인은 특정 정파 소속은 아니지만, '전국회의'와 '혁신연대' 등 범 국민파(NL)가 밀고 있는 후보라는 것이 여러 관계자의 공통된 증언이다. 국민파가 임성규 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독자 후보를 낸 셈이다. 이런 국민파의 행보는 소위 중앙파(PD)가 "산별대표자들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며 출마를 포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범 국민파는 최상재 위원장의 출마가 어렵겠다는 의견이 다수가 되면서부터 독자 후보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파는 7일에 이미 최상재 위원장이 안 될 경우 이흥석 전 경남본부장을 낸다는 의견을 모았으나 본인이 고사했고, 특별히 이름이 거론된 적 없었던 김영훈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이다.

국민파로 분류되는 산별대표자들은 임성규 위원장을 미는데, 정작 '국민파'들은 다른 인물을 내세운 셈이다. 당연히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본인의 약속을 뒤집고 출마한 임 위원장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한 산별대표자는 이와 관련 "민주노총이 정파 중심이 아닌 산별 중심의 유기적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첫 시도를 정파가 자기 이해관계로 무시하면서 꼬였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위원장이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죽었다"던 허영구 전 부위원장도 출마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허영구 후보의 출마다. 현장파 성향의 '노동전선'이 낸 허영구 후보는 성폭력 사태 이후 부위원장 직을 내놓으며 "민주노총은 죽었다"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켰었다. 당시 허영구 부위원장의 사퇴는 임원 5명의 사퇴 행렬의 시발점이 됐다. 또 남은 집행부의 총사퇴를 압박하는 강력한 이유기도 했다.

허 후보는 임원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틈날 때마다 "지금 민주노총은 리모델링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단지 '혁신'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허 후보가 조직 내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임원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차기 임원 선거는 오는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치러진다.
다음은 임원선거에 등록한 후보들의 이력이다.

○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출생년/소속)

기호1번. 김영훈('68년생/ 운수노조 철도본부)-강승철('70년생/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기호2번. 허영구('56/공공운수연맹 공공연구노조)-이정행('61/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기호3번. 임성규('56/서울지하철노조)-신승철('64/금속노조 기아차지부)

○ 일반명부 부위원장 후보

기호1번. 홍광표('61/금속노조 광전지부)
기호2번. 양동규('63/금속노조 경기지부)
기호3번. 정희성('70/광주일반노조)
기호4번. 주봉희('53/언론노조 KBS분회)
기호5번. 정승호('77/부산일반노조)
기호6번. 정의헌('54/부산일반노조)
기호7번. 손영태('66/공무원노조 안양지부)
기호8번. 배강욱('60/화학섬유연맹 오비맥주지회)

○ 여성명부 부위원장 후보

기호1번. 정혜경('68/금속노조 시그네틱지회)
기호2번. 김금자('65/전교조 여성위원회 정책국장)
기호3번. 김경자('66/보건의료노조)
기호4번. 노우정('70/서비스연맹 서비스유통노조 마트본부)
기호5번. 반명자('59/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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