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3년간 '22조 원+α'라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에 국책사업예산을 떠넘기는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비 15.3조 원 중 8조 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것 이외에도 국책사업예산을 공기업에 떠넘긴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5일 이같은 편법 예산 편성 사례가 4건에 이른다고 밝히면서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할 정부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실제보다 축소할 목적으로 공기업에 국책사업예산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기업에 떠넘긴 예산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같은 예산 운용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현 정부에서 부담해야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부도덕한 재정운영"이라고 말했다.
편법사례 1 : 4대강 사업비 떠안은 수자원공사,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 시행
정부는 최근 4대강 사업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4대강 사업비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수공)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이 2조455억 원(당기순이익 1387억)이었던 수공이 3년간 8조 원의 사업비를 부담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수공이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금융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고 향후 수공이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이같은 예산 편성은 '눈속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수공이 시행하기로 한 8자원의 사업 중 64%에 해당하는 5.19조원의 사업을 다시 국토부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의원은 "국토부가 지난달 25일 수자원공사에 보낸 공문을 보면 수공 투자사업 8조 원 중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은 2.81조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5.19조원은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 시행하도록 돼 있다"며 "대규모 국책사업의 부담을 수자원공사에게 맡기면서 실제 4대강 사업 시행은 국토부가 직접 수행하는 기형적 방법으로 국민의 비판을 피해 눈속임 하는 국민기만행위"라고 말했다.
편법사례2 : 경인운하 사업비 1조 8648억원도 수자원공사에 떠넘겨
이 의원은 두번째 편법사례로 경인운하 사업비(2조2458억 원) 중 1조8648억 원을 수자원공사에 부담시킨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수공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예산 중 10조 원에 가까운 돈을 부담하게 된다.
이 의원은 "결국 수자원공사를 부실하게 만들어 미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국민이 마시는 수돗물 요금의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편법사례3 : 호남 및 경부고속철도 사업비 5431억 원을 철도시설공단에 떠넘기기
호남 및 경부 고속철도 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 정부가 투입할 예산은 호남고속철도는 4801억 원, 경부고속철도는 5360억 원이었으나, 실제 반영된 예산은 각각 2500억 원이었다. 구멍난 5431억 원의 돈은 철도시설공단이 부담하게 된 것. 이 의원은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2년까지 이와 같은 정부의 편법 예산 집행이 계속될 경우 철도시설공단의 추가 사업비 부담이 약 2조 원, 추가 이자부담이 약 16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는 고스란히 호남 및 경부 고속철도 건설비에 반영되어 결국 이용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편법사례4 : 인천공항철도 운영보조금 7.1조 원 철도공사에 떠넘기기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인천공항철도는 잘못된 수요예측과 졸속 추진 등으로 향후 30년간 정부가 총 13.8조 원을 부담해야할 지경에 처했다. '세금 잡아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최근 철도공사가 인천공항철도의 민간 건설사의 출자지분을 인수하게 했다. 그러면서 90%였던 최소수입보장률을 58%로 인하 조정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6.7조 원의 보조금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7.1조 원은 고스란히 철도공사가 부담하게 됐다"며 "정부가 져야할 재정적 부담과 책임을 철도공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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