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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드러난 '해고대란'…조사결과 해고 37%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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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드러난 '해고대란'…조사결과 해고 37%뿐

노동부, 여전히 "고용불안 크다"…노동계 "노동부 결과에 승복해라"

역시 '해고대란'은 없었다. 4일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법 적용과 관련된 '사업체 실태조사' 결과, 2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해고율은 37%에 불과했다. 전체의 3분의 2 가까이 고용이 유지되고 있었다.

36.8%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26.1%는 기간제 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등 법을 어기고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 등이었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의 지위를 가진다.

'100만 해고대란'을 주장하던 노동부는 머쓱해졌다. 때문에 노동부는 같은 조사를 놓고 2년 이후에도 정규직 전환 대신 비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는 사업장을 '기타'로 분류해 "계약종료까지 포함해 고용불안 규모는 63%에 달한다"며 '위기론'을 거두지 않았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무기계약직의 지위를 가진 2년 이상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법적 다툼을 제기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노동부, 무기계약직도 '고용불안' 층으로 분류

▲4일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법 적용과 관련된 '사업체 실태조사' 결과, 2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해고율은 37%에 불과했다. 전체의 3분의 2 가까이 고용이 유지되고 있었다.ⓒ연합뉴스
노동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2일까지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표본사업체 1만4331개를 대상으로 비정규직법의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응답 사업체는 1만1426개였다. 이번 조사는 개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적용된 비정규직법의 기간 제한 효과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올해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년 동안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는 전체 38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계약기간이 끝난 기간제 가운데 7276명(36.8%)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7320명(37%)은 계약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5146명(26.1%)에 달하는 '기타' 군이다. 신영철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기타 군에는 2년이 지난 후에도 △기간제 계약을 다시 체결해 계속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경우, △법과 관계없이 관행대로 기간제로 고용하는 경우,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경우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2년 이상된 비정규직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어, 이들은 법대로라면 이미 무기계약직의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7월만 놓고 볼 때 법 적용을 받는 기간제 가운데 무려 62.9%가 비정규직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가 유지된 것이다.

법 적용 직전인 6월에도 추이는 비슷했다. 계약기간이 끝난 전체 5만3500명 가운데 38.8%(2만735명)는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30.7%(1만6434명)는 재계약 등으로 고용 계약이 유지됐다. 계약을 종료한 비율은 30.5%(1만6331명)에 불과했다.

이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70만~100만 해고대란"을 주장하며 법 개정의 정당성을 틈날 때마다 역설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다. 고용유지와 해고의 비율도 기존 노동부 주장인 30 대 70과 거의 정반대로 나왔다.

노동부 "'100만 해고대란설' 틀린 것 아니다" 고집

이런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존 노동부의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하지도 않았고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신영철 고용정책실장은 "기간제한 규정 적용 이전과 이후의 정규직 전환율이 유사하게 나타나 법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계약 종료자 외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불안 규모는 6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해고대란설'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적으로 무기계약직 지위를 가지는 이들에 대해서도 "법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현상적으로는 기업도 근로자도 (스스로 무기계약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정규직 전환된 것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타로 분류된 26.1%의 고용이 안정된 것으로 보느냐"고 되물었다.

실태조사의 신뢰도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기도 했다. "시범 조사에 불과해 정확한 통계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 3월 통계청의 경활 조사와 숫자 차이가 크게 난다"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영철 실장은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겠지만 실태조사 결과로 노동부 입장을 바꿀 상황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노동부 "행정지도 강화하면 고용유지자도 해고 가능성 높다"

다음은 신영철 고용정책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기타'에 해당되는 이들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 법적으로는 무기계약직으로 분류된다. 이 근로자가 해고될 경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용자도 근로자도 본인들이 기간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법이 제대로 효력을 미치지 못해 발생하는 법의 사각지대로 봐야한다. 또 이 경우에 해당되는 모든 근로자가 다 법적 다툼을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2년 이상 계속 비정규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법을 어긴다는 얘긴데, 대책이 있나?
= 행정지도를 강화할 수는 있다. 행정지도를 강화하면 기타에 해당되는 비율이 줄어들겠지만 그것이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2년이 넘어 법적으로 무기계약직 지위를 가진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통계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 법이 효과를 미쳐 고용이 안정된 계층일 때 정규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경활 조사의 분류 방식으로도 기간제에 포함될 것이다.

- 경활 조사와 차이가 많이 난다.
= 이 통계가 안정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통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근로감독관이 직접 사업장에 나가 조사했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 '기간제가 없다'고 대답하면 다음 질문이 없어 더 편하기 때문에 비표본오차가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 1년 간 계약 만료 예정자가 38만2000명이면 법 개정 논란 당시 노동계의 주장과 비슷하다.
= 노동계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경활 조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우리보다 더 많이 법 적용 예외자를 빼고 계약 기간 자체를 훨씬 길게 잡았다. 이번 조사 결과와는 다른 얘기다.

- 법 개정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나?
= 정부가 유예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유예 얘기가 나온 것이다. 우리는 4년으로 연장하는 법을 내놓았다. 당정 태스크포스(TF)팀에서 다시 논의하겠지만 우리가 입장을 바꿔 새롭게 어떤 방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할 상황은 아니다.

노동계 '거봐라' 발끈…"이런 노동부에게는 '규탄'도 과분"

법 개정 논란 때부터 정부의 '해고대란설이 공포 정치'라고 비판해 왔던 노동계는 구체적 조사를 통해 정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발끈'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주도해 만든 현행법이 '무기계약 혹은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이들을 놓고 노동부가 악의적으로 법해석을 통해 '정규직 전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과왜곡이며 추태"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매사 이런 식으로 왜곡과 조작을 일삼으니 노동부가 '경총 노무관리부서'란 조롱을 받는 것"이라며 "이런 노동부에게는 '규탄'도 과분하다"고 조롱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왜곡과 조작을 일삼을 셈이라면 아예 노동부 문을 닫던지 조사 결과를 승복해 대세로 자리잡은 정규직화를 지원하고 촉진하는데 나설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도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또 다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법 적용 이전인 6월보다 적용 이후인 7월 해고율이 6.5%포인트 늘어난 것은 해고대란설을 주장한 '이영희 효과'일 가능성이 높고 계약 종료자들 가운데서도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해고된 것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법으로 인한 해고자 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고대란'을 주장한 이영희 장관은 3일 개각 대상에 포함됐지만, 당정 TF팀이 계속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만큼 노동부의 '억지'는 상당 기간 논란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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