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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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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다!"

[오건호 칼럼] '세금 먹는 하마' 인천공항철도가 보내온 편지

난 인천공항철도다. 정말 면목이 없다. 2007년 개통 이후 승객수가 예상에 비해 7%에 불과하다. 부실덩어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국철도공사로 넘어갈 모양인데 그 집안에도 민폐를 끼칠 것 같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가? 이제라도 나를 알고 싶다.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들은 이야기

▲ 인천공항철도. ⓒ연합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1990년 인천 영종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필요해졌고, 정부는 도로와 철도 건설을 검토했다. 그런데 돈이 부족했다. 묘안이 나왔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자'고.

문제의 씨앗은 여기서 시작된 듯하다. 정부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만들었다. 일명 BTO 민간투자법이다. 민간자본이 건설하고(Build), 정부에게 소유권을 넘기되(Transfer), 일정기간 운영해(Operate) 투자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이 큰 SOC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민간에게 맡기고 투자비를 장기간 나누어 지급하면, 초기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게 보면 조삼모사이지만 당장 재정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거다. 문제는 민간자본이 들어오면서 '수익극대화'도 같이 밀려 왔고,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특혜' 의혹도 번져갔다는 점이다.

어쨌든 정부는 1998년 현대건설 콘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콘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대림그룹, 포스코건설 등 대부분 건설회사들이었다. 나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총 4조 원이다. 정부가 1조 원을 지원하고 현대건설 콘소시엄이 3조 원을 조달했다. 민간회사들은 준공 이후 30년간 나를 운영하면서 투자 원리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마침내 2001년 3월 23일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철도주식회사와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나의 운명이 결정된 날이다. 그리고 6년 후인 2007년 3월 나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운행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서울역까지 갈 예정이다.

이건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요즘 힘들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나를 이용한 승객수가 사업협약서가 예측한 것에 비해 7%라니! 얼마 전 정부가 다시 계산해 보았지만 계약이 완료되는 30년 후에도 실제수요는 여전히 예측수요의 33%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미안하다. 이로 인해 내가 당신들의 귀한 세금을 축내고 있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계약서에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 항목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는 협약서를 작성할 때 앞으로 승객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측수요의 90%까지 정부가 보상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김포와 인천을 오갈 때마다 당신들의 세금이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로 빠져 나간다. 2007년 1040억 원, 2008년 1666억 원. 앞으로 30년간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라. 연평균 4610억 원, 총 13.8조 원이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민간회사는 왜 나를 매각하려 할까?

이곳저곳에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갈수록 나의 건설 과정에 무엇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에게 투자한 민간회사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내가 개통한 지 2개월 만인 2007년 5월 금융투자자들과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승인해달라고 정부에게 요청했다.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내가 운행도 시작하기 전에 나를 팔아버릴 작정이었던 셈이다. 30년 동안 나를 돌보겠다고 해놓고선....

난 민간회사들이 나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들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덕분에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요새 같은 저금리에 보통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를 넘기겠다니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혹 이들에게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낭비하는 나에 대한 진실 말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당사자로서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 사회적으로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빠져나가려는 것은 아닌가?

난 알고 싶다. 내가 정말 그렇게 시급한 사업이었을까? 2000년 인천공항이 개통되면서 같은 해 이미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운행을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01년에 정부는 나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신들도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수요를 높게 잡을 수 있었을까? 보조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예측수요를 부풀린 것 아닌가? 감사원조차 민간회사의 수입보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탄했는데, 민간회사들이 이를 악용한 것은 아닐까?

지금 옆집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수요가 예측치의 절반에 불과해 속을 썩이고 있다. 올해 10월이면 인천대교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두 친구 모두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을 80%로 보장받았는데,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어느새 5000억 원 이상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갔고, 인천대교는 개통도 하기 전에 벌써 '세금 먹을 하마'로 불리우고 있다. 인천공항 가는 길에 BTO 3형제가 박 터지게 생겼다.

사건 규명을 외면하는 정부

▲ 인천공항철도가 '탄생'할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 현 국토해양부 장관. ⓒ뉴시스
정부의 태도는 더 이상하다. 지난 3월 30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회사들의 지분 매각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금융투자자 대신 한국철도공사가 나를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바뀌었다. 한국철도공사에게 적용되는 최소운영보장수입율은 90%가 아니라 58%이다. 그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만큼 가엾은 것이 한국철도공사다. 공기업으로 수익을 추구하진 않는다 해도 58% 보장율로는 나를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적자로 고생하는데 정말 안됐다. 철도선진화계획에 따라 내년까지 영업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민영화된다고 하던데.....

난 정부가 민간회사들의 매각 요청을 보류시키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줄 알았다. 고작 예측의 7%에 불과한 수요,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정부보조금, 이를 보면서도 그냥 넘어가다니, 정말 호탕한 정부다.

그런데 혹시 정부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민간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 사업을 승인해 준 당사자가 바로 정부다. 과연 민간회사가 내놓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했을까? 총건설비가 4조원이 드는 국책사업인데, 이후 예측수요의 90%를 보장해 주어야하는 사업인데, 수요 산정이 정확한지 꼼꼼히 따져나 보았을까? 그 자료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요즘 알아낸 사실들

요사이 내가 새롭게 접한 사실들이 있다. 나를 만들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조사는 국책사업으로 공사규모가 500억 원 이상일 때 실시되는 것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에 현대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바람에 나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단다.

수소문 끝에 몇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당시 계약에 서명한 정부 측 대표자는 철도청장이었다. 지금 이 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있다. 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이 분이 조사책임자이면서 피조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어쩌나!

▲ 인천공항철도 계약 당시 건교부 장관으로 참석했던 김윤기 전 장관은 현재 인천공항철도 사장이다. ⓒ연합
또 한 사람 있다. 당시 주무장관으로 계약에도 참석하신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이 분은 2001년 3월 23일 나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틀 후인 25일 장관직을 떠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4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공직자는 관련 사기업체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한다) 인천공항철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 분은 지난번엔 건설계약 승인자였고 이번엔 지분매각 요청자로 전면에 서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난 지지리도 운이 없다. 예비타당성조사 자료가 없다니, 나의 건설을 결정하신 분들이 지금 사장님, 장관님이라니...이러다간 내 비밀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 장관님 대신 당신들에게 편지를 쓴다. 난 7% 철도라는 불명예를 견디기 힘들다. 더 이상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싶지 않다.

이제 곧 한국철도공사가 민간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새 주인이 될 모양이다. 그 전에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정말 내가 그렇게 급히 태어나야 했는지, 도대체 아이들도 비웃을 예측수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었다던데 정부는 어떻게 검사를 했는지.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태어난 많은 나의 친구들이 비슷한 처지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건 바로 당신들이다. 제발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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