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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도 제값 못 받는 한국 음원 시장,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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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싸이도 제값 못 받는 한국 음원 시장, 활로는?

[디지털 음원과 해적 행위 ②] '저가 음원'의 딜레마

*"[디지털 음원과 해적 행위 ①] 음원 불법 해적들이 '합법 구매' 고객들이다"에서 이어집니다.

한국 음원 시장에서 음원 해적 행위와 합법 음원 시장 사이의 관계를 재고하려는 노력이 시기상조로 보이는 이유는 합법 음원 시장이 창작자의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탓이 크다.

합법 음원 시장에서 뮤지션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지난해 전 세계에 걸쳐 인기를 얻은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은 한국에서 약 360만 건의 내려받기를 기록해 66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한 반면, 미국에서는 290만 건의 내려받기로 약 28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과 외국의 음원 시장의 차이가 크게 부각됐다. 애플 아이튠스 등은 최신곡 1곡에 1.29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454원)를 책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600원이다. 이마저도 국내 음원 업계의 할인 정책 탓에 600원에 음원 1곡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음원 사이트 '멜론'의 상품을 보면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150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상품의 정가는 1만6500원이고, 할인 혜택이 있어서 3개월은 1만900원에 쓸 수 있다. 스트리밍 가격을 무시한다고 해도 정가 기준 1곡당 110원 꼴이다. 또 외국에서 음원 매출의 70%를 창작자가 가져가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약 40~45%만이 배분됐다가 최근 매출의 60%까지 보장됐다.

그나마 현재 요금도 지난해부터 뮤지션들이 저가로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내려받기 요금제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무제한 정액제 폐지 등을 거론하는 등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음원 유통사들이 올린 금액이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합법 음원 시장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저작자와 제작자 등은 기존에 합법 음원 사이트에서 소비자 1명이 월 정액제에 가입하면 1800원(단일 플랫폼에서만 이용) 혹은 2400원(기기 제한 없음)의 저작료, 아니면 매출액의 60% 중 더 큰 금액을 받게 되어 있었다. 문화부는 개정안을 통해 스트리밍 1회 이용 시 저작권 사용료 단가를 3.6원으로 새롭게 정하고, 매출액 60%와 비교해 더 큰 금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 음원 사이트 멜론의 상품 소개 화면. 합법 음원 시장에서는 대부분 온라인 스트리밍과 내려받기 묶음 상품을 판매한다. 음원 1곡에 대해 창작자들이 받는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부의 음원 종량제 도입, 조삼모사?

저가 음원 상품 논란은 한국의 합법 음원 시장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계속됐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소리바다 사태'로 대표되는 음원 무단 공유 문제가 부각되면서 음악 업계에서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저가의 디지털 음원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인해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은 CD 등 오프라인 음원 시장을 대체해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는 8500억 원인 데 비해 오프라인 음반 시장은 500억 원 이하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음악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적은 저작권 사용료를 감내했던 시장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양한 장르에서 지속적인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도 저가 스트리밍 및 내려받기 묶음 상품 서비스 폐지를 주장했던 창작자 진영에서는 실제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도원 음악평론가는 "(문화부의 발표는) 창작자들이 얻는 수익의 총량을 늘리는 조치가 아니라 기존의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종량제라고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화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평균 가격 6000원을 기준으로 소비자 1명이 월 평균 1000회 스트리밍을 이용한다고 가정해 1회당 3.6원의 저작권 사용료가 적절하다고 계산했다. 멜론의 경우 소비자 1명의 월 이용 횟수는 1200회, CJ가 운영하는 엠넷은 월 800회로 알려졌다. 문화부의 계산에 따르면 한 이용자가 월 1000회 이용할 때 유통 업체가 지불하는 저작권 사용료는 3600원으로 매출 60% 기준과 같아진다. 이용자들의 월 평균 이용 횟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지급되는 저작권 사용료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조삼모사'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음악생산자연대의 웹 포스터.

음원 해적 행위 근절되면 100명 중 70명이 합법 구매?

만약 이용 횟수가 크게 늘어 음원 유통 업체들의 저작권 사용료 지불 부담이 늘어난다면 스트리밍 요금제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나도원 평론가는 "음원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자신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대형 음원 유통 업체의 호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싫다는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법 음원 요금이 상승하면 그동안 저가 정책과 저작권 침해 행위 단속에 힘입어 줄어들었던 해적 행위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보호센터는 현재도 음원의 무단 공유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합법 음원 시장의 침해 규모도 크다고 보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의 '저작권 통계 2012년 1권 2호'에 따르면 2011년 음악 부문 합법 저작물 시장의 침해 규모는 유통량으로 9억 건, 금액으로 약 5909억 원에 달한다. 음원 해적 행위가 근절될 경우, 해적 행위를 하던 이들의 69.7%가 합법 음원 시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저작권보호센터가 추산해 정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전환율 69.7%가 과도한 추정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저작권보호센터의 합법 시장 전환율은 설문 조사 방식을 통해 집계된다. 조사 대상에게 현재 음원 해적 행위를 하고 있는지 묻고, 해적 행위를 못 하게 될 경우 디지털 음원이나 CD 등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식이다.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경우 응답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합법 전환 의사를 밝히는 비율이 실제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201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부에 제출한 '콘텐츠 불법 복제 감소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고 합법 시장으로 대체될 수 있는 규모를 추정하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방법론상에서 많은 한계로 말미암아 활발히 조사되거나 연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저작권보호센터에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합법 저작물 침해 규모를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위와 같은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어느 한 방법론이 다른 방법론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각 조사 방법에 따라 불법 복제율에 대한 추정치에 큰 차이가 존재하므로 상호 보완하여 산업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보호센터 조사홍보팀 관계자는 "가장 정확하게 피해 규모를 알려면 (해적 행위가 일어나는) 웹하드 사이트와 P2P 사이트, 각 포털, 토렌트 등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야 하지만 어렵다"며 "사실상 설문 조사로 전환율을 추정하고 있으며 외국도 설문 조사에 기반을 둔 조사 결과가 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음원 가격도 중요하지만 음악 생산자 지원·복지도 필요해

논란을 종합하면, 한국 음악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제작자 등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계속 음악을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음원 가격만 놓고 보면 결국 창작자들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현재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비용이 상승하면서 음악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딜레마가 있다.

음원 해적 행위의 경우 음악 수요층이 다변화되어 있고, 시장이 성숙한 외국에서는 해적 행위를 통해 들은 좋은 음원을 합법적으로 다시 구매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기도 한다. 연예 산업이 만들어내는 특정 인기 아이돌을 중심으로 음원 판매가 집중되고, 다른 장르의 영세 뮤지션들의 음악을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된 한국에서는 요원한 현상이다.

음악 수요층이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음악 시장에 머무르게 할 수 있게 하려면 음원 가격의 적정성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도원 평론가는 "음악 생산자들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위한 국가의 지원과 복지, 음원 수익 분재의 재조정은 함께 가야 하는 과제"라며 "정부는 저작권 사용료 등에 대한 규제보다는 실제 음악 생산자와 음원 업계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해 음악 산업을 확장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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