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연속기고 ① "정리해고는 과연 불가피한가? 현실은…" |
잘 나가는 회사가 갑자기 조합원 32명 정리해고
영풍그룹은 시그네틱스를 포함한 5개의 전자업체를 통해 전자업종만 해도 연간 매출액 1조 원을 거두고 있는, 계열사 23개, 재계 순위 42위의 국내 굴지의 자본이다. 그리고 그중 시그네틱스는 2010년 영업이익 196억 원, 2011년 반기영업이익 149억 원을 거둔 바 있는, 심지어 정리해고가 있기 전인 2011년 4월에도 파주공장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한 바 있는, 잘 나가는 반도체 기업이자 영풍그룹의 효자기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가 2011년 7월 14일 경영상의 이유라는 이름 하에 조합원 32명 전원을 정리해고 했다. 2001년도에 이은 두 번째 해고였다. 과연 사측은 무엇 때문에 왜 정리해고를 했는가? 과연 사측의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따른 최후의 선택으로서 적법, 타당하게 이루어진 정리해고인가?
대법원 복직 판결로 입증된 1차 부당 징계해고
우선 2001년의 1차 해고는 공장이전을 반대하는 조합원에 대한 부당징계해고에 다름 아니었다. 당시 시그네틱스 노사는 서울공장을 2002년 말까지 파주공장과 통합하여 고용승계하는 조건으로 파주공장 이전을 합의한 바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파주로의 고용승계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합의를 파기하여 제2의 공장인 안산으로의 이전을 강요하였다. 노조가 이에 맞서 공장이전을 반대하자, 사측은 이를 이유로 조합원 130명 전원을 징계해고하는 반사회적, 반노동적 폭거를 자행했다. 대법원에서는 이를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복직 판결에 따라 시그네틱스 조합원 64명은 2007년에 회사로 돌아왔다.
정규직 제로 공장 완성 위해 "정규직은 하청공장으로 가라"
2011년도의 2차 정리해고는 2009년 사측이 퓨렉스라는 사내하청공장을 만들어, 삼성에서 우리에게 직접 주던 물량을 동종업체이자 사내하청공장인 퓨렉스에게 대거 넘겨주면서부터 그 전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퓨렉스가 처음 들어오는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측은 물량을 퓨렉스에 넘기는 게 아니냐는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우리가 원청이고 퓨렉스는 시그네틱스의 하청일 뿐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사측은 2010년 어렵게 법원판결로 진행된 교섭에서부터는 시그네틱스 교섭대표(당시 한정호 부사장)를 통해 2010년 1월부로 원하청이 바뀌어 시그네틱스가 퓨렉스의 하청이 되었다고 함으로써, 사내하청공장 설립과 확산을 통해 정규직 공장을 비정규직 공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아니 2010년도부터는 유엔씨라는 또 다른 회사를 만들어 이제는 시그네틱스에서 일하고 있던 우리에게까지 그쪽으로 가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제기하였다. 다시 말해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체제로의 완전한 재편을 통해 '정규직 제로' 공장 인력 운영 방침을 완성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였다. 물론 이러한 사측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노동조합은 굴복할 수 없었으며, 그 결과가 정규직 조합원 32명 모두에 대한 정리해고로 나타났다. 2011년도의 정리해고가 자행된 경과는 이러했다.
▲ 시그네틱스 조합원이 지난 4월 영풍문고 앞에서 '정규직 0명 공장'을 만든 영풍그룹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
영풍그룹의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따른 최후 수단이었나?
당시 우리를 정리해고하면서 사측은 본사인 파주공장과 안산공장은 분리되어 있으며, 안산공장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우선 파주와 안산에서 자유로운 인사이동이 진행되었으며, 안산공장의 공장장, 부사장, 인사부장 등은 파주본사나 협력업체의 이사 출신이었다. 파주와 안산 사이에는 물량도 오고 갔으며, 각 공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수리 작업도 상호 인력 지원을 통해 해결하였다. 심지어 안산의 급여명세서 역시 모든 서류가 파주에서 왔다. 다시 말해 파주공장과 안산공장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측의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안산공장의 경영상의 위기 따위는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영풍그룹의 '정규직 제로' 인력 운영 방향에 있었다. 즉, 영풍그룹은 생산라인의 지속적 도급화를 통해 정규직 없는 공장을 완성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그룹 전략의 관철을 위해 최종적으로 행해진 공정이 바로 시그네틱스 32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였다. 시그네틱스의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따른 최후의 수단이 아닌,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한 사측의 반노동적 경영전략이 빚어진 반사회적 결과물이었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라도 영풍그룹의 반노동행태 사라져야
현재 시그네틱스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끝으로 영풍그룹 내 모든 생산공장은 비정규직화(정규직0%)가 완성된 상태다. 영풍그룹 반도체 계열사가 모여 있는 안산 반월공단은 시그네틱스를 제외한 4개의 계열사가 있으며, 사무직을 제외한 모든 작업장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 인원이 6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영풍그룹이 얻은 수천 억 원의 영업이익은 사실은 영풍그룹에서 일하는 이들 6000명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을 확대시키고 착취를 강화하여 얻은 것이다.
더구나 이에 따른 폐해는 영풍그룹 내 정규직, 비정규직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안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고용의 질 저하, 1%만을 위한 사회의 문제점은 사실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영풍그룹과 같은 자본의 반사회적, 반노동적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리로 내몰린 해고자들이 복직 싸움 하는 이유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은 두 번째 해고 후 해고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며 안산지역 대책위와 파주지역 대책위를 출범했다. 영풍그룹의 비정규직 확산과 반노동행태에 맞서 영풍그룹 일인시위와 본사 집중집회, 선전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노동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영풍계열사 5곳에서 노동관계법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총 75건이나 된다. 노동부가 시정조치를 내렸다고는 하나 노동조합이 있어도 조합원이 1명인 곳에서 근무조건이나 환경개선이 된다고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영풍그룹내의 비정규직 확산과 반노동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 금속노조 시그네틱스 지회의 조합원들은 부당하게 이루어진 정리해고를 철폐하고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풍그룹에서 비정규직으로 몇 년씩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차별, 불안정고용으로 내모는 사내 하도급화 비정규직 방침을 철폐시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