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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똥오줌 받아낸 대가가 고작…"

[핵가족 시대, 환자는 누가 돌보나?·上] "간병 서비스 비용, 건보가 지원해야"

남궁종천(57)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한 달 전에 높은 데서 떨어졌고 허리에 엉덩이뼈를 잘라 붙이는 대수술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은 마쳤지만 문제는 간병이었다. 남궁 씨에게는 80세가 넘은 노모와 아들, 딸이 가족의 전부다.

가족이 못하는 일 해주는 간병인

처음에는 자녀들이 번갈아가며 직장에서 일주일 임시 휴가를 내고 그를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자녀들을 곧 직장에 돌려보냈다고 한다. 자녀들이 직장에서 휴가를 오래 낼 수 없었던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뼈가 다쳤는데 가족들이 휠체어에서 옮겨줄 때마다 각도만 안 맞아도 고통이 느껴져서"였다.

그는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 외에 하루에 6만5000원을 더 부담하고 전문 간병인을 고용했다. 남궁 씨는 "개인적으로 환자한테는 간병 비용이 부담된다"면서도 "(비전문가인 가족과는 달리) 체계적으로 간병해주는 간병인은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누구나 아플 수 있는데 저 때문에 가족이 받는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가족이 못하는 걸 해주니 간병인에게 고맙죠. 그런데 (간병인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보입니다. 밥도 잘 못 먹고 전반적으로 다 부실해 보여요. 국가 차원에서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환자도 (간병 비용의) 부담을 일부나마 줄일 수 있어야 하고요."

간호 인력은 OECD 평균의 1/3…간병인이 간호사 역할까지

▲ 간병인들은 코에 연결된 관을 통해 환자에게 음식과 약을 투여한다. 차승희 분회장은 "병원이 사실상 간병인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지만, 간병인의 처우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한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한국에서는 아직 간병 서비스가 제도화되지 않았다. 간병 노동자는 병원에 고용된 인력이 아니라 '특수고용직'에 속한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받는 서비스는 병원비에 포함되지만,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따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환자 보호자가 소개소를 통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현정희 공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외국에서는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이나 넓은 의미의 간호까지 병원이 책임진다"고 지적했다. 간병 서비스도 포괄적인 의료서비스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 간병인과 간호사가 하는 일의 구분은 모호하다. 한국에는 간호 인력이 OECD 국가 평균의 1/3에 불과한 탓에 간병인은 간호사가 하는 일인 기계로 가래 빼기, 콧줄로 미음 넣기, 방광의 소변 관으로 빼기 등의 의료행위를 한다.

차승희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간병분회 분회장은 "간호사들도 간병인이 없으면 병원이 안 돌아간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시급 2300원, 최저임금 절반 수준…24시간씩 연속 6일 일해야 생활임금

간병인 중 대다수는 24시간씩 연속으로 6일을 일하고 일당 5만5000~7만 원을 받는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2300원(일당 5만5000원 기준)이다. 공공노조가 2009년에 내놓은 간병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간병인의 54.2%가 한 달에 50만 원 이상~100만 원 미만을 받고 일했다.

차 분회장은 "간병인은 주로 50~60대 여성 노동자들이 하는데 이 중에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절반"이라며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24시간씩 연속으로 6일을 일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간병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밥 먹을 곳!)

"형편 어려운 환자는 간병비 내기도 버겁죠"

서울대병원에서 7년째 간병인으로 일한 장명진(54) 씨는 "3일 연속 24시간 내내 꼬박 잠을 못 잤다"며 충혈된 눈을 깜빡였다. 지금 돌보고 있는 할머니가 새벽 1시부터 밤새도록 설사를 한 탓에 장 씨는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그는 잠이 부족한 간병인들에게 안약은 필수 의약품이라고 했다.

"이 일은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적어요. 파출부도 한 달에 60만 원을 버는데 시급이 파출부보다 적거든요. 환자나 보호자들은 '해주시는 일에 비해 (우리 일당이) 너무 싸다'고 하죠. 그런데 지금 돌보는 이 환자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그것조차 내기 힘들다고 해요."

장 씨가 돌보는 할머니는 지방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올라왔다. 장 씨는 "할머니의 자녀들에겐 한 달에 200~3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일주일 간병비 45만5000원이 큰 부담이다"라고 했다. 장 씨의 소망은 간병 서비스 비용이 건강보험에 포함돼서 환자 부담도 덜고, 자신도 생활임금을 받는 것이다.

"우리도 노동잔데 기초적인 건 보장돼야 하죠. 환자 똥오줌 받으면서 하루에 24시간 일하고 6만5000원 받는데 너무해요. 건강보험에서 (간병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간병인도 건강보험 수가에 빨리 포함됐으면 좋겠어요."

월급 대부분 내고 간병인 고용할 건가, 직장 관두고 직접 간병할 건가

장 씨는 "간병인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들었다 놨다하므로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며 "우리도 나이 먹으면 아플 거 아닌가. (간병 서비스가 건강보험에 보장돼야) 우리가 아파서 간병인을 둘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은영 병원노동자 희망터 부장은 "핵가족이 늘어날수록 간병하는 사람은 더 필요하다"며 "간병 서비스는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 중에 한 사람이 쓰러졌다고 합시다. 선택은 둘 중에 하나죠. 월급의 대부분을 내고 간병인을 고용할 것인가.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자를 간병할 것인가. 가족 중에 누가 아파도 생계를 버리고 간병에 매달릴 수는 없죠."

"공식적으로 제공해야 할 간병 서비스 비용, 환자에게 떠넘기는 병원"

현정희 부위원장도 "간병이 사회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으니 간병인 고용에 대한 모든 책임과 부담이 환자와 보호자에 돌아가고, 간병인은 간병인대로 형편없는 근로조건에서 일한다"고 꼬집었다. 간병 노동자들은 △간병 서비스를 건강보험 수가에 포함할 것 △병원이 간병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2010년부터 간병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2011년부터 간병 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10개 병원을 대상으로 '간병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벌였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다. "환자 비용 부담도 줄지 않았으며, 간병인의 열악한 근로조건도 그대로였다"는 시민단체의 빈축을 샀다. (☞관련 기사 : "고작 5000원으로 '간병비 부담' 줄인다고?")

노동부, 간병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

현 부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간병 제도화를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지만, 간병 서비스를 건강보혐 급여화하겠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서는 간병서비스에 대한 환자본인부담율을 20%로 줄이면 건강보험 재정 1조 원이 추가로 든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가족이 직접 환자를 간병할 때 드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정희 부위원장은 "노동부에서는 (간병인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탓에) 간병을 공식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복지부는 제도화하려 하지 않는다"며 "노동부와 복지부가 외면하는 동안 자신들이 공식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환자에게 떠넘긴 병원만 이득을 본다"고 비판했다.

- 핵가족 시대, 환자는 누가 돌보나
☞(下) "병원에서 간병인 때문에 화났다고요?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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