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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금융서비스' 시장도 개방…마지노선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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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금융서비스' 시장도 개방…마지노선 무너져

[한미FTA 뜯어보기 192 : 단독] 정부 비공개 문건…금융정보 해외이전도 수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는 이른바 '신(新)금융 서비스' 상품이 대거 국내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또 무슨 서비스를 위해서건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내의 지사가 보유하게 되는 한국인의 금융정보를 미국 본사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인이 국민연금과 같은 한국 정부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거나 우리 국채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금융시장은 1992년 자본시장 개방,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을 겪으며 거의 대부분 개방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이처럼 '한미 FTA'를 통해 신금융서비스의 공급 허용, 금융정보의 해외이전 허용, 금융 관련 정부조달 시장의 개방 등 금융시장 개방의 '마지노선'들이 속속 무너지게 되면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확연하게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이 국민연금 운용하게 될 수도

18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정부 비공개 문건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한미 FTA 금융서비스 분과의 협상에서 "미국 측이 '법을 개정할 필요 없이 금융감독 당국이 신금융 상품·서비스별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확인편지(confirming letter, 확약서)를 제안할 경우 (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도 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금융서비스'란 통상협정 국가들 중 한 나라에는 있으나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금융서비스로, 주로 선물, 옵션, 스왑 등 고난이도의 파생금융기법이 요구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한미 양국 간 금융서비스 수준과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신금융서비스 상품이 한국으로 건너오는 형태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4년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파생금융거래 잔액은 4451억 달러로 미국 상업은행의 76조5240억 달러의 0.6%에 불과하다. 또 한국의 거래규모는 미국의 17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미FTA 저지 범국본'의 금융 부문 공대위는 한미 FTA에서 신금융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이 국내 금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밖에도 이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된 시점으로부터 2년 내에 관련법을 정비해 '금융정보처리의 해외 위탁'도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한국시티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 고객의 금융정보를 미국 본사인 시티뱅크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정부는 국채시장에의 참여, 정부자산의 운용, 정부예산의 은행 예치 및 집행 등 금융 관련 정부조달과 관련해 "미국 측이 정부조달과 관련해 관심 있는 사항을 명시적으로 나열한 확인편지를 제공하는 경우" 미국인도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금융부수서비스나 보험부수서비스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시장을 개방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또 미국 보험회사의 임·직원이 한국에 들어와 직접 보험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연인 이동을 통한 보험상품의 판매'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한미 FTA 특위에서 정부 측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금융서비스 협상 진척내용에 대해 보고받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신금융서비스 상품을 수용할지의 여부 △국경 간 거래를 허용할지의 여부 △금융정보처리 해외위탁을 허용할지의 여부 등"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금융서비스 분과, 남은 쟁점은 16개뿐

이날 <프레시안>이 입수·공개한 문건은 지난 13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정부 비공개 문건들 가운데 하나로, '한미 FTA 금융협상 쟁점 현황 및 분류', '금융협상 쟁점별 대응방향', '금융서비스 비합치 유보리스트 대응방향' 등 크게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 국가 간 분쟁해결절차)' 등과 같이 금융서비스 분과와 다른 분과의 공동 협의가 필요한 쟁점을 제외하고 현재 금융 분과에 남아 있는 쟁점은 16개뿐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우리 측은 이 16개의 쟁점을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핵심 쟁점' 3개, 7차 협상에서 주고받기 식 협상을 할 '주요 쟁점' 6개, 6차 협상에서 가능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기타 쟁점' 7개로 분류해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같은 협상 전략에 대해 외견상으로는무리가 없으나, 이 협상 전략의 결과가 과연 우리에게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서비스의 민영화, 미디어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 폐지 등 이 16개의 쟁점에 속하지 않는 사안은 사실상 지난 1~5차 협상에서 한미 양국 간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프레시안

한편 이 문건에 따르면 우리 측의 금융서비스 유보안에는 20개의 비합치 조치와 20개의 '비합치 조치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할 조치가 들어가 있다. 미국 측 유보안은 서두(headnote)와 18개의 비합치 조치로 구성돼 있다.

우리 측은 6차 협상이 열리기 전 우리도 미국처럼 유보안에 서두를 추가해 '레쳇(Ratchet, FTA 발효 후 협정문에 명시된 시장 개방수준에서 후퇴할 수 없다는 뜻)' 조항을 넣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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