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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금융실명제 누설자, 현정부 고위관리"

김기원 교수 주장해 파문, "박병원 재경차관도 삼성 옹호 전력"

언론노조 운동에 참여했던 전·현직 언론인의 모임 '새언론포럼'이 28일 개최한 '삼성공화국'비판 토론회에서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정보를 삼성측에 사전 누출한 인사가 현 정부 고위관료로 재직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에게 금융실명제 정보 누설 혐의자가 현 정부 고위관리"**

이날 서울 배제정동빌딩 1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는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 전문기자가 발제를 한 데 이어, 국회 재정경제위소속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과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과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같은 폭로는 발제에 이은 토론 과정에 김기원 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 의해 제기했다.

김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삼성의 인맥관리 방법'을 소개하는 과정에 "삼성은 유망한 정치인, 관료에 대해선 일찍부터 관리하여 승진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높은 지위에 올라서면 그를 통해 삼성의 사업편의를 제공받기도 하였다"면서 "그리고 이런 관계는 오래 지속되어 예컨대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를 삼성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현재 정부의 고위 관리로 재직하고 있을 정도"라고 폭로했다.

김 교수는 문제 '고위 관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경제관료 출신인 현 정부의 모 각료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실명제라는 국가 기밀을 사전에 삼성에 유출한 인물이 현 정부 각료로 재직중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참여정부의 도덕성 및 인선과정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오랜 기간 과천 청사 및 언론계에 나돌아왔었고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도 나돌았던 것이어서, 차제에 반드시 소문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박병원 재경차관,노골적 삼성 옹호 전력"**

김 교수는 이밖에 현 정부내 삼성인맥과 관련, "진대제 장관, 홍석현 대사는 모두 직접적으로 삼성의 인물"이라면서 "재경부의 박병원 차관은 4년 전 국장 시절 토론회에서 '삼성생명의 계약자 돈으로 삼성총수의 의결권을 늘리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강력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감위에선 이 정부 들어와 삼성과 대결했던 이동걸 부위원장은 결국 밀려났고, 그 후 금감위는 삼성의 여러 불법과 편법을 덮어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공화국'은 광범위한 삼성의 의지 관철 현상"**

한편 주제 발표에 나선 곽정수 기자는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는 발제문을 통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은 '삼성이 추구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우리사회에서 관철되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정의하고 "검찰과 법원의 삼성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곽 기자는 "검찰과 법원의 경우 편향을 넘어 '이중잣대'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지난 2월 이건희 삼성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을 둘러싼 배임사건에 대한 선고를 연기한 것은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영향력 안에 들기는 입법부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삼성이 반대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각 정당과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은 집요한 로비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재벌 소속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축소를 위해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할 때 정부안을 지지했던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사석에서 '삼성에 척지고는 정치인도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곽 기자는 이어 "정부 부처에 대한 삼성의 로비는 검사와 판사, 국회의원들에 대한 로비에 비해 한수 위"라면서 "삼성의 대정부 로비는 재경부, 금융감독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 직원 두 타입, 진학반과 취업반**

그는 "금융감독원 안에는 진학반과 취업반 두 가지 직원 타입이 있다고 한다"며 시중의 우스갯 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진학반은 윗선과 삼성에 잘보여 승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며, 취업반은 평소 삼성에 잘보였다가 기관을 그만 두면 삼성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풍토에서 정부의 법집행이 삼성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한 삼성카드에 대해 법 규정의 미흡을 내세워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리지 않는 것이나, 재경부가 금산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역시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규정 마련에 소극적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이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지만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의 10대그룹 내 매출비중 30%, 순이익 35%, 또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출 22%, 국세의 세수 8~10%, 시가총액의 23% 를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이 클수록, 삼성이 잘못될 때의 충격은 과거 그 어느 재벌의 위기 때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몰락으로 한국경제에 공적자금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청구한 대우그룹 사태라는 전례도 있다는 것이다.

곽 기자는 삼성이 안고 있는 최대 약점으로 '강압적 무노조 경영'과 '세금 없는 소유·경영권 세습'을 꼽았다. 그는 또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언론에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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