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50이하로 떨어져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군림했던 새롬기술의 오상수(37) 대표가 각종 위법행위로 이달초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시장에 알려져 시장참여자들을 힘빠지게 만들고 있다.
한때 `공짜로 전화 할 수 있다(다이얼패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무기삼아 코스닥에 등록, 벤처 열풍을 주도했던 새롬기술이 지금 '성공신화 붕괴'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서울지검에 오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이 회사 김지수 상임감사의 고발장에 따르면, "오 사장은 지난 99년 11월 새롬기술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회 공시때 미국 다이얼패드사 지분율을 실제 48.2%가 아닌 56%로 허위 공시해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 또한 "오 사장이 2000년 2월 허위 공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미 다이얼패드사 주주였던 이스트게이트와 안 모씨로부터 총 23만주(8%)를 매입하면서 주당 매입가를 1백달러가 넘는 실제 매입가 대신 62.5센트로 허위 공시했다"는 것이다.
김 감사는 "이처럼 이중 계약서를 만들어 회사에 1천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힌 것은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 감사의 주장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오상수 사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다.
***투자가들에게 천문학적 손실 끼친 새롬기술의 몰락**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모범 벤처사업가로 평가받았던 오 사장이 이처럼 '실패 경영자'로 추락하는 과정은 왜 코스닥이 빈사 상태에 빠지게 되었나를 보여주는 축소판 모델이다.
지난 99년말만 해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분 매입에 참여하는 등 유상증자로 3천7백억원의 자금을 단숨에 끌어들이는 등 잘 나가던 새롬기술은 '묻지마 투자'의 미몽에서 벗어난 투자자들이 수익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한계기업으로 전락했다.
다이얼패드의 수익성이 의문시되면서 새롬기술은 불과 2년만에 2천억원을 날렸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미국 다이얼패드 사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자금 압박과 손실이 심해지자 오 대표의 아버지 등 친인척들은 내부정보를 이용, 주식부당거래를 저질렀다. 급할 때는 개미투자자들 희생양으로 삼는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은 개미투자자들뿐만 아니다. 새롬기술에 투자한 삼성계열사들도 엄청난 투자 손실을 보았다. 삼성계열사가 새롬기술에 갖고 있는 지분은 삼성전자가 2.21%,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1 .1%로 도합 4.41%에 달한다.
삼성 계열사들은 1999년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중공업이 모두 8백80억원을 투자,주당 11만원에 새롬기술 주식 80만주를 사들였고 이후 100% 무상증자에 따라 주식은 1백60만주로 늘었다.
그러나 새롬기술의 주가는 현재 5천원대로 추락 , 투자손실이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전체 주가가 가라앉기도 했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 상무보의 2세 경영을 뒷받침하는 과정에 무리하게 벤처 쪽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주는 큰 인센티브였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도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롬기술 사태는 잘 보여준다. 지난 99년부터 새롬기술은 3회에 걸쳐 4백53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임직원에게 부여했으며 그중 2백40만주가 지난 10월5일부터 행사가 가능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초 1차 부여분 2백40만주와 내년 3월 행사 예정인 1백22만2천주가 모두 취소됐다. 사유는 퇴사 및 자진 반납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스톡옵션 취소 조치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장, 적대적 M&A 막겠다며 동분서주**
이처럼 새롬기술의 사업전망이 회복불능에 이르자 다이얼패드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해도 주식을 담보로 오 사장에게 출자자금을 빌려줬던 홍기태(44) 새롬벤처투자 사장은 8월초 결별을 선언했다. 홍 사장은 삼성그룹과 도이체뱅크에서 외환 딜러를 했던 금융전문가로 한때 한글과컴퓨터, 엔씨소프트, 새롬기술 등에 투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로 업계에 알려져있다.
새롬기술 창업 초기에 엔젤투자자로 참여했던 홍 사장은 다이얼패드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새롬기술이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금전적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다이얼패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홍 사장은 투자한 금액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수 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다이얼패드를 회생하겠다고 나섰을 때 홍사장은 오 사장의 새롬주식 3백만주를 담보로 5백만달러를 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홍사장은 다이얼패드가 넷투폰 등 글로벌 선점자의 장벽을 넘기 힘들뿐 아니라 국내 인터넷폰 시장 역시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오 사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오 사장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다이얼패드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이에 홍 사장은 새롬기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적대적 M&A에 나섰다.
***'벤처 머니게임 세대'의 종언**
순식간에 오사장은 최대주주에서 2대주주(가족 지분 포함 9.95%)로 떨어지면서 경영권 박탈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재 홍 대표 측의 11.79%와 오 대표측의 9.95%를 빼고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삼성전자의 4.4% 지분을 감안하면 73.8% 정도의 지분이 일반 소액주주의 몫인 셈이다. 더욱 검찰이 오사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망을 좁혀옴에 따라 그의 입지는 밑둥채 흔들리고 있다.
오사장은 홍 사장이 적대적 M&A에 나선 것은 무려 1천6백88억4천만원에 달하는 새롬기술의 현금자산을 노린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새롬기술의 현금자산은 최대주주인 홍기태 사장의 지분 2백40억7천만원의 7배에 달하고 있다.
반면 홍사장측은 새롬기술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백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백1억원, 경상손실은 85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롬기술의 매출 구성은 00770 국제전화와 인터넷전화(VoIP) 등 통신 서비스 분야가 84%, 온라인 분야가 9%, 그리고 솔루션 분야가 8%를 차지하고 있다
홍 사장은 현재 최대주주로서 주주총회를 소집할 자격을 얻게 되는 내년초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새롬기술의 매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별정통신사업을 병행하고 자신과 새롬기술의 수천억대의 현금동원력을 기반으로 투자수익을 얻는 모델로 새롬기술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오사장은 자신의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시점에 주주총회를 열어 소액주주들에게 창업주에 대한 재신임을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새롬기술이 구상하는 사업모델로는 오 사장의 '경영권 사수'는 버티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이 우세한 실정이다.
새롬 창업자인 오사장의 몰락. 이는 '벤처 머니게임 세대'의 종언을 알리는 조종(弔鐘)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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