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1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10월부터 중국산 배추 100톤과 무 50톤을 공급하고, 수입 배추와 무에 각각 30%, 27%씩 적용하던 관세를 올해 말까지 폐지하는 내용이다. 역시 김장 재료인 마늘과 고추도 가격 안정 대상이다.
농민 피해는 필연적…농식품부 "관세 철폐, 현 배춧값 '반의 반' 이하에 공급"
농민들의 피해는 필연적이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농식품부 채소특작과 관계자는 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중국산 배추를 관세 없이 수입하면 당연히 농민들은 싫어한다"면서도 "정책 대상 중에서 농민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체 국민도 중요하기에 정부로서는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피해보다는 배춧값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안의 효과에 대해 정부는 낙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산 배추에 관세를 붙이지 않으면 한 포기에 2000~2500원 선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가격대의 '4분의 1'이하로 낮추겠다는 이야기다.
연간 중국산 배추수입량은 보통 100톤~200톤 정도였다. 다만 2007년에는 2700톤 가량 수입됐었다. 당시 기상 상황 등의 이유로 배추 작황이 나빴다. 정부는 "민간 수입량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역시 배추 수입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업자 횡포는 그대로 두면서, 농민만 희생하라니…"
농산물 유통 과정 등 배춧값 인상의 다른 이유는 건드리지 않은 채 관세부터 없앤 정부 방침에 대해 농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북 고창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수입 물량이 들어오면 농민들은 중도금도 받지 못하고 가격을 떼어먹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사무국장은 "관행적으로 농민과 유통업자는 구두로 계약을 하는데다, 계약서를 썼더라도 대다수 농가는 깎아달라는 유통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창에서 채소농사를 짓는 양종탁 씨는 "추석 전에 이미 3.3㎡당 7000~8000원(한 포기에 1000원)에 계약했다"며 "배추가 아직 손바닥만 한데 계약금의 30~40%밖에 못 받은 상황에서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재배 비용도 올라간 데다 배추 심는 철을 놓쳐서 피해가 막심하다"며 "유통업자는 물량이 많아지면 잔금을 깎으려 하지만 계약 후에 가격이 오르면 농민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아직 김장철도 아닌데 농가들이 판매를 30%정도 마무리할 때까지 정부가 (중국산 김치 수입을) 기다려주고 조치를 해도 늦지 않다"며 "300만 농민은 정부에서 아무것도 아니냐"고 말했다.
4대강 사업과 채솟값 관련성, 뇌관은 그대로
게다가 이번 김장채소 가격 폭등이 4대강 사업과 관계가 있는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 단체는 관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농민 단체의 입장에 힘을 싣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4대강 사업으로 생긴 피해를 농민이 뒤집어 썼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경우, 농민들의 반발 여론은 현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다.
이날 나온 '김장 대책'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정부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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