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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발췌본 보니…盧 NLL 포기 발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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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발췌본 보니…盧 NLL 포기 발언 없었다

[발췌본 입수] "평화경제 지도 그리자"…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 강조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대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서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이 있었다. 24일 국가정보원이 배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본을 통해 확인됐다.

아직 100쪽 짜리 대화록 전문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8쪽 분량의 발췌본은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의 유출로 이날 언론에 공개된 상태다. 국정원이 작성한 이 발췌본은 지난 20일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이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동일한 문건이다.

그러나 'NLL 포기' 발언은 8쪽 짜리 발췌본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화록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굴욕감', '굴종', '비굴'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발췌본을 확인한 결과 NLL을 '서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자는 구상만 있을 뿐이었다. 이는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 盧 전 대통령, 김정일에게 "NLL은 영토…어떻게 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NLL, 평화협력지대로 바뀌어야"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와 관련해 "나는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이것이 'NLL 포기'라고 규정할 근거는 발췌본 어디에도 없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면서도 "그래서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로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말하자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 거기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하는 평화지대를 하나 만드는, 그런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 서해에 빈발해온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 협력'과 '평화지대 설정'이라는 안전판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밖에도 "NLL 문제가 남북 문제에 있어서 나는 제일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NLL은 바꿔야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 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NLL 포기'라기보다는 '평화지도 구상'에 가까운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전체를 평화 체제로 만들어서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서해 평화협력지대' 제안은 "우리(북한)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 구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느냐"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역제안'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 문제, 공동 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를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측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NLL 영토선'이 엄밀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효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앞서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청와대와 관계 기관의 사전 준비 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비서관은 당시 작성한 '비망록'을 통해 "NLL은 공짜로 주지 않는다"(2007년 8월15일 관저회의), "NLL 기본선을 지킨다는 전제로 해주 직항로만 해도 실리가 큰 것 아닌가"(2007년 8월18일 NLL 등 근본문제 전문가회의) 등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새누리, 盧 NLL 발언 교묘히 '짜깁기'…'평화협력지대 구상'이 NLL 포기?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의 요지는 'NLL 포기'가 아니라 NLL을 "안보·군사 지도에서 평화·경제 지도로" 바꾸자는 것인데,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NLL 포기 확인'이라고 총공세를 폈던 셈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NLL 관련)법을 포기하자고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고 한 것으로 보도된 것은 '교묘한 편집'이었음도 드러났다.

실제 발췌본에는 평화협력지대 문제를 논의하던 중 김정일 위원장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법을 다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온다. 평화협력지대 구상을 먼저 발표하자는 제안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과 노 전 대통령이 나눈 발언을 'NLL 관련법 포기' 발언으로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20일 이 발췌본 열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온 국민이 이 기막힌 영토 포기 발언록을 국민 앞에 공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제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제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발췌본'까지 일반에 공개된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 발언 '왜곡'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이 법적 절차를 밟아 '대화록 전문과 녹취록 공개'까지 주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까지 왜곡한 것을 두고서도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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