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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직전 한나라당, '당 해체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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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직전 한나라당, '당 해체론' 봇물

디도스에 '녹다운', 박근혜가 나선들…

최고위원 3명의 동반 사퇴로 지도체제 붕괴 위기에 놓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또 다시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지난달 29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전제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내비친 이후 두 번째다.

홍준표 대표는 7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한 뒤 의총 개회 2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그는 "169명 의원들이 한 말씀씩 다 해 달라"며 "소수 의원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고, 만약 다수 의견이 그런 의견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 3명이 홍 대표의 동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 것에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하며 의원 전체에게 다시 한 번 재신임을 물은 것. 이날 오전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사표를 반려하겠다고 밝히며 자신 역시 대표직에서 당분간 물러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 홍준표 대표가 또 다시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최고위원 3명의 동반사퇴에도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그가 이번엔 "다수 의원의 의견을 묻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 ⓒ뉴시스

원희룡 "홍준표, 착각해도 유분수"

홍 대표의 이 같은 '버티기'에, 일부 친이계 및 쇄신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최고위원직 사퇴 반려에 대해 "착각해도 유분수"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사태 파악을 못하고 계시는데 최고위원이 임명직 당직이냐"면서 "누가 무슨 사표를 반려한다고 하나.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지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사표 반려라는 말 자체가 한나라당의 후진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라며 "그 표현을 보면서 (역시 한나라당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기자회견에서도 "한나라당 해체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과 관련해서도 "위기상황이 발생했는데 공개적으로 논의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저도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퇴의 변을 밝히겠다"고 공개회의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홍 대표의 지시로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쇄신파의 '좌장'으로 지난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 총사퇴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는 정두언 의원 역시 "우리당이 당장 한 달 후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홍 대표를 비판했다.

▲ 이날 최고위원 동반 사퇴의사를 밝힌 (왼쪽부터)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 ⓒ연합뉴스

'키'는 다시 친박계에…박근혜, 이번에도 洪체제 지원할까

현 당헌·당규에 따르면 3명의 최고위원 사퇴로 인해 홍 대표의 사퇴가 강제되지는 않는다. 즉 이날 의총 결과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가 될 수도, 대표직 유지가 될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이미 3명이 물러난 상황에서 '식물 지도부' 상태가 된 홍준표 체제는 사실상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결국 169석의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이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난파 직전의 상태에 이른 것.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완패 후 몇 번의 고비를 맞았던 홍준표 체제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전략적 지지' 덕분이었다. 당시에도 원희룡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친이계 일부와 쇄신파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부담스러워한 친박계 의원들이 홍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갈등이 표면적으론 봉합된 것.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 촉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태로 당이 결정적 '한 방'을 맞은 데다, 현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는 결국 "홍준표 체제론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의원들의 불안감을 더 확산시켰다.

당권을 둘러싼 계파별 이해관계도 다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키를 쥔 것은 당내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박 전 대표와 미리 상의한 바 없다며 "사후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도부 중 유일한 친박계 인사인 유 최고위원의 사퇴에 박 전 대표의 의중도 개입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문제는 이번에도 친박계가 홍 대표와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의 여부. 유 최고위원의 사퇴 표명과 달리, 이날 이경재·이성헌 등 일부 친박 의원들은 현 지도체제의 유지를 주장하며 홍준표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또 '계파 전쟁' 시작되나…'당 해체론'에 '선도탈당론'까지

그러나 일부 친박 인사의 '방패막이'에도 친이계 및 쇄신파 의원들은 '당 해체'까지 주장하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홍준표 대표가 이번에도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원희룡 최고위원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예 "박근혜 대세론으론 더 이상 당의 미래가 없다"고 직접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하는 등 날을 세웠다.

일부 친이계 의원들 역시 '당 해체부터 해야한다'며 벼르고 있고, 이는 곧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날 '당 해산 후 재창당'을 요구한 의원 10명의 면면을 따져 봐도 당내 다른 대선주자인 친정몽준계, 친김문수계 의원이 대부분이다.

서울지역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이른바 '안풍(安風)' 이후 이미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쇄신파 일부 의원도 이유야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 당 안팎에선 쇄신파 의원 일부가 이른바 '선도 탈당'을 고려하고 있단 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의 개혁을 함께 해왔던 의원들이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당 혁신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침몰 직전의 한나라당 상황에, 청와대도 복잡한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 지켜보자"고만 말하며 다른 언급을 피했다. 다른 관계자들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오히려 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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