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지방정부, 더 이상 중앙의 '식민지'일 순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지방정부, 더 이상 중앙의 '식민지'일 순 없다

[대화문화아카데미의 '새 헌법'⑦]지방자치와 지방분권

6.2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나라당이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17대 국회에서부터 개헌은 계속 제기됐던 문제다. 하지만 '5년 대통령 단임제'라는 권력구조 문제를 건드릴 수 밖에 없는 개헌 문제는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계속 뒤로 미뤄져왔다.

또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은 권력구조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가장 상위법인 개헌은 단순히 '대통령 임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헌법은 기본권, 영토, 경제 등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히 맞닿아 있는 많은 문제를 다룬다. 대화문화아카데미(구 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 강대인)가 지난 2006년부터 5년 가까이 '새 헌법'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거듭한 이유다.

<대화문화아카데미 헌법조문화위원회>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총강>, <기본권>,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 <지방자치>, <경제조항> 등 주제에 대해 9회에 걸쳐 기고와 좌담을 게재할 예정이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오는 7월7일 '새 헌법' 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편집자

☞ 바로가기 : 정치타협 '87년 헌법' 넘어 '국민참여 헌법'으로"

☞ 바로가기 : "6월항쟁 정신 담은 '21세기형' 새 헌법이 필요하다"

☞ 바로가기 : "대체복무제·사형제 폐지 등이 포함돼야 한다"

☞ 바로가기 : "통일 대비해 상-하원 양원제 국회 도입하자"

☞ 바로가기 : 제왕적 대통령 막기 위해 '세미-대통령제'로

☞ 바로가기 : '대법원장 맘대로' 법관 인사제도, 고치자

오늘날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시대환경은 지역문제를 지역이 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 지역정부가 지역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을 보다 주민이 생활하기 좋은 곳,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보다 나은 정책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실현하기 위한 지역 간의 경쟁을 통하여 달성된다. 즉, 지역이 서로 정책경쟁과 조세경쟁을 통하여 주민의 복리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정책경쟁은 궁극적으로 자주입법권이 전제되어야 하고 조세경쟁은 자주과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자치입법권과 과세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권 중심의 분권을 넘어서 입법권의 분권, 사법권의 분권도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의 구조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매우 빈곤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지방행정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떠맡아야 할 시대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에 대한 규정은 다른 나라에서 2000명 내지 1만 명의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전제로 한 것이다. 헌법이 입법이나 재판에 뚜렷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인정 범위도 매우 협소하다. 제도적 보장이론을 통하여 이론적으로 지방자치를 보장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 내용도 대단히 추상적이고 논자에 따라 다른 내용을 의미하고 있어 입법이나 재판의 실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입법권을 중앙정부가 독점을 함으로써 지방정부는 정책적인 기능을 하기 어렵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되고, 지역은 중앙정부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중앙정부의 소수 엘리트가 결정한 것을 지방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집행하도록 하는 산업사회의 요구에 맞추어진 것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인한 기능마비에 시달린다. 국가가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또한 현행법제하에서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책임을 미루게 되어 사실상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무책임정치가 된다. 지방은 절약할 동기도 없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혁신의 이유도 빈약해진다. 중앙정부로부터 예산과 특혜를 따와서 펑펑 쓰는 것이 유능한 정치가 된다. 이런 헌법구조 하에서는 지역 간의 정책경쟁 대신에 세종시 문제와 같이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의 분배투쟁이 지역간 갈등을 심화하고 중앙정치의 발목을 잡게 된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인도네시아, 벨기에, 이탈리아 등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이 있었거나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새헌법안에서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일상생활에 대한 생활자치단위로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자치구와 지방정치단위로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도를 구분하여 규정하도록 하였다. 제1장에서 지방자치의 기본원칙으로 권한배분의 기본원칙인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하였다. 또한 준헌법으로서 지방자치기본법을 규정하였다. 지방자치기본법에는 원래 헌법에 규정하여야 할 사항이지만 촉박한 헌법 헌법제정과정이나 개정과정에서 협상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 시대적인 요구를 수용하여 탄력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방자치기본법은 헌법보다는 개정절차를 쉽게 하지만, 일반 법률보다는 개정을 어렵게 하여 준헌법적인 지위를 보장하도록 하였다. 스페인의 헌법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예시적으로 규정한 후 개개의 지역정부(자치공동체)의 권한을 국가조직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의 독재자였던 프랑코의 사후에 민주화를 뒷받침하는 1978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지방분권의 정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워 헌법에 준하는 법률인 조직법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헌법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개정에 준하는 효과를 갖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찾은 법기술적인 방법이다. 지방분권의 정도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매우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에 지방분권에 관한 헌법적인 결정을 함에 있어서 스페인의 국가 조직법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페인의 경우 조직법은 의회에서 절대다수의 찬성을 얻어 제정 및 개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가의 배타적인 입법권만을 규정하고, 도와 국가가 경합적으로 입법권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회의 특별정족수로 확정되는 준헌법으로서 "지방자치기본법"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헌법상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은 폐쇄적이고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개방성과 발전가능성을 갖도록 하였다.

제2장의 시·군·자치구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의 불명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자기책임성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시·군·자치구의 재정책임과 재정권한을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의무를 규정하였다.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조례제정권에 관해서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별도의 법률유보를 요하지 않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시·군·자치구 마다 다양한 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민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시·군·자치구의 권리구제가능성을 보장하였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새헌법안에서 특히 역점을 둔 것은 제3장의 도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부분이다.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정부로서 도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그 궁극적인 결정권, 즉 입법권도 갖도록 하였다. 연방국가모델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였으나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모델에 따라 연방국가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지역정부인 도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정안에서는 지역정부인 도가 관여할 수 없는 국가의 전속적인 입법영역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사항 중에서 국가와 도가 모두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합적인 입법권을 규정하고, 지역적인 사항과 지역정체성에 관련된 사항, 그밖에 국가의 권한에 속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도가 입법권을 가지는 것으로 하였다. 지역이 관여해서는 안 될 국가의 전속적인 입법영역으로 외교, 국방, 국세, 국가조직, 통화, 물가정책, 금융정책, 수출입정책, 농산물·임산물·축산물·수산물 및 양곡의 수급조절과 수출입, 국가종합경제개발계획, 국토종합개발계획, 근로기준, 도량형, 우편, 철도, 고속국도, 항공, 기상, 원자력, 기타 성질상 국가만 입법권을 갖는 것이 명백한 사항 등을 규정하였다.

그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협상의 결과에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입법권을 가질 수도 있고(경합적 입법권), 도가 입법권을 갖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독일 등 연방국가에서는 이를 헌법에 일일이 자세하게 규정해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헌법개정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서 이런 자세한 규정을 헌법에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헌법의 경직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인 현실과 헌법규정간의 괴리를 초래하기 쉽다. 또한 헌법 개정이 단기간에 이루어져야하는 만큼 국가와 지역 간의 입법권의 배분문제를 사안마다 일일이 정치적인 타협을 거쳐 결정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세부적인 경합적 입법권은 헌법에 확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국회의 특별한 정족수에 의해서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는 준헌법적 성격을 갖는 법률인 지방자치기본법에 위임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경합적인 입법영역에서 국가가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국가는 전국적인 통일성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지역이 가져야할 입법권으로는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와 결정의 효과가 그 지역에 한정되는 지역적인 사무가 될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된 영역에는 교육·체육·문화·예술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인 사무에는 지역정부의 조직과 행정관리, 도시계획과 지역개발 및 주택건축, 주민복지시설과 생활환경시설의 설치 및 운영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행정권을 배분함에 있어서는 국가의 전속적인 입법권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역정부(도)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경합적인 입법권에 대해서는 지방자치기본법에 별도의 규장이 없으면 도의 자치사무로 하도록 규정하였다. 도의 입법권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도가 자치사무로 수행하도록 규정하였다. 지역정부인 도의 정부형태 및 정부조직은 기본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다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도의 재정에 대한 보장으로 도세의 종류와 세율을 도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였다. 국가가 사무만 위임하고 비용을 지역정부에 전가시키는 일이 없도록 도가 처리하는 국가위임사무에 대한 국가의 비용충당의무를 헌법에 규정하도록 하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