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도 법도가 있거늘"
본회의 대신 긴급의원총회를 연 자리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는 "최소한 날치기도 법도가 있고 원칙이 있는데, 이번 건은 날치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날치기가 아니라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이의 제기'를 하는 국회의원의 의사권이 완전히 묵살됐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해양위 소속 김진애 의원은 "이병석 위원장이 갑자기 이의 있냐고 물어 보길래 이의 있다고 손을 들었는데, 그 순간 의사봉을 두드렸다"면서 "현장에 있던 카메라 기자가 손 든 민주당 의원들 찍는 사이 의사봉을 두들기는 바람에 그 카메라 기자는 의사봉 두드리는 순간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토해양위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명백한 국회법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예산은 다시 심의해 의결해야 한다"고,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이병석 위원장의 강행처리는 날치기도 아니고 얼치기 날치기 미수이기 때문에 원천무효이고 재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 헌재 갈 만한 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회법 위반 사항은 두 가지. 국회법 제110조에는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병석 위원장은 "108항에서 111항까지는 토론을 종결하고 의결하고자 한다"고만 말했다. 안건 제목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회법 '표결방법' 위반이다. 국회법 제112조 제3항에 따르면 '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가 있을 때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방법으로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제1,2항은 전자투표, 기립투표, 기명, 호명, 무기명 등의 표결방식을 정하고 있다.
이병석 위원장이 "이의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손을 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 위원장은 곧바로 가결을 선포해버렸다.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표결 처리해야 하는 국회법을 위반하고 표결 없이 가결선포를 해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속기록 ○위원장 이병석: 의사일정 108항부터 111항까지는 토론 종결하고 의결하고자 합니다. 이의 있습니까? (「이의 있습니다」하는 위원 있음)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이건 재의결하는 등 바로잡지 않으면 다시 헌재에 갈만한 사안"이라며 "이렇게 법적 근거가 명확한데 가결됐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 오후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다만 예결산특위에는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단 참여하면서 국토해양위 해당 예산은 재심의·의결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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