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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 왜 악플이 줄어들지 않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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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 왜 악플이 줄어들지 않냐고요?"

[완군의 워드프로세서] 모욕

그녀는 판사였다. 한나라당의 입이었다. 중앙일보사에서 펴낸 <이명박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에 따르면 "언변, 외모, 매너 뛰어난 한나라당의 386 신실세"이다.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의원이다. 정치 1번지 중구를 지역구로 갖는 의원이다. 뭐랄까 '국회의원 중에 국회의원'이라고 할까, 아니면 '18대 국회의 대표선수'라면 적당할까. 어찌되었건,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녀는 돋보였다.

그런 그녀 왈,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란다. 발언이 워낙에 저급인지라 처음엔 출처가 비공식 석상(예컨대, 친구들과의 술자리)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심화교육과 제8회 정기총회'에서 한 말이란다. 내가 다 수치스러웠다. 어떤 모멸감이 밀려왔다. 국회의원 수준이 이렇게 저질이다. 그녀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다.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뉴시스
발언으로 난리가 난 이후 나경원 의원이 해명을 했는데 이게 더 가관이다.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했을 뿐,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 덧붙여 "교사가 우수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이란다.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참담하다.

나경원 의원의 태도를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뜬금뉴스'식으로 풀면 이렇다.

"나안~ '선생님'이란 직업을 칭찬 한 것뿐이고, 못 생기고 이혼하고 애 딸려도 선생님이란 직업이 그렇지 않은 여자들보다 훨씬 등수가 낫다는 얘기일 뿐이고, 선생님을 비하한 것이 아닐 뿐이고, 억울할 뿐이고~."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비하하고 있는 대상은 '여성 전체'이지, 교사만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 따위를 근거로 삼아 차이를 서열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차별'의 태도이다. 나경원 의원의 발언은 여성 전체를 비하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어떠한 '차이'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등급화하는 악랄한 '차별'을 저질렀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주의 중요한 작동원리인 다양성을 '모독'했고, 결혼은 조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의 자연스런 합의라고 믿는 대다수의 상식들을 '모욕'했다.

'모독'과 '모욕', 나경원 의원과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말이다. 그것은 나경원 의원이 가장 혐오하고 또 우려하는 무엇이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31일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관련 보도가 많았으니 간단히 얘기하겠다. 이 법은 속보이는 인터넷 통제법이다. 예컨데, 이 법은 '반의사불벌죄'로 추진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라고 함은 피해자의 고발 없이도 수사당국이 인지하면 일단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신고 없이 수사기관이 인지하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모욕'은 누굴 대상으로 한 것일까? 단언하건대, 일반인에 대한 모욕일 리 없다. 일반인이 모욕당했다고 수사기관이 즉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 법은 정부에 대한 비판 통제용이다. 협박이다. 촛불에 놀란 정부가 댓글을 단속하기 위해 부는 호각이다.

'풍속'을 단속하는 것은 먹통 권력들의 대표적 말기적 징후 가운데 하나이다. 명예훼손, 모욕과 같은 주관적 기준들이 풍속 단속의 수단으로 곧잘 활용된다. 인터넷에 악플이 많다고 하여, 실명제를 도입했는데 왜 악플은 줄지 않는 것일까? 나경원 의원은 알고 있을까? 악담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국회의원의 저열한 행태에 대하여.

이번 주의 열쇳말은 모욕이다.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겠다는 나경원 의원의 취지대로라면, 그녀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오히려 이런 글을 쓰는 나, 혹은 퍼 나르고 댓글을 다는 당신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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