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 왜곡 대책위원회'(교과서대책위) 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1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위의 향후 활동 계획을 밝히면서 "교학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 표기 오류, 표절, 역사적 사실 조작 등 3가지(문제)가 입증됐고, 교과서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수준미달"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학사 교과서 내용 관련 <프레시안> 단독기사 바로보기)
유 의원은 교과서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 △역사적 사실도 확인하지 않는 교과서, △제대로 감수도 하지 않은 급조된 교과서,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친일교과서라고 비판하면서 "검정 합격은 마땅히 취소되어야 하며 (교과서 검정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도 불가피하다"면서 주장했다.
유 의원은 "검정 합격 취소가 (민주당 교과서위원회의) 목표"라며 새누리당을 향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막는 것을 정쟁으로 만들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문제의 교과서 내용을 다른 교과서들과 비교 분석하고 오류를 종합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 교과서대책위는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11일 교육부 장관을 방문해 검정 합격 취소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며 "검정취소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법률적 대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일제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도 참석해 '친일 미화' 부분에 대한 의제화에도 나선다.
대책위는 또 교육부가 검정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부실, 불량, 왜곡 교과서 퇴출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학계 및 시민사회와 함께 전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일 대책위를 구성하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대책위 위원 명단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13명 전원과 강창일, 이용섭, 인재근, 이종걸, 설훈 의원 등 총 18명이 포함됐다.
정진후 "검정 통과한 교과서 8종 중 5종, 5.16 군사정변 미화"
민주당이 교학사 교과서 하나에 집중해 '일점 돌파'를 노리는 반면,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8종 가운데 최소 5종에서 유독 5.16 군사정변을 미화하는 서술이 발견됐다며 더 심화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5.16 군사정변에 대한 서술이 심각하게 우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 의원실은 다른 3종의 교과서 또한 입수해 분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는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고 쓰고 있다.
또 천재교육 출판사의 국사 교과서는 기존의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였다"는 부분을 "박정희를 비롯한 일부 군인 세력이 장면 내각의 무능력, 사회 무질서와 혼란 등을 내세우며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바꿨다. 이번 재검정을 거치면서 4년 전 검정 때에는 없던 5.16 주도 세력의 주장을 반영한 서술이 추가됐다는 것.
비상교육 출판사의 교과서도 '5.16 이후 군사정부가 개혁을 실시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개혁을 실시했다"고만 바꿨고, "박정희 정부가 대외 수출 지향적 경제 성장 전략을 추구하면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이후에는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생겨났다"고 쓴 '도움글'을 추가한 반면 기존의 중앙정보부에 대한 설명은 삭제했다.
지학사의 교과서는 5.16 '혁명공약' 1~3조를 수록하고 '박정희는 혁명공약 발표 이후 어떤 정책을 실시했을까?'라는 토론 과제를 싣기도 했다. 미래엔 출판사의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과 민주주의의 시련'이라는 단락 제목을 '5.16 군사정변과 자유민주주의 시련'이라고 바꿔 달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을 선포하면서 유신체제가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강변했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친(親) 박정희 서술로 5.16을 미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향후 국회 상임위에서 교육부 장관과 국사편찬위원장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교육현장에서 역사왜곡", 김무성 "좌파 역사전쟁"…뉴라이트 부추겼나? 박근혜 정부 들어 중등 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지는 배경은 뭘까. 앞서 지난 5월 한국현대사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 중고등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회의는 '교과서 전쟁'의 전주곡 격이었다. 학술회의에서는 그간의 중등교과서들이 좌편향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관련기사 보기) 학술회의 후원은 <조선일보>였다. 이 학술회의를 주도한 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취임한 곽병선 이사장은 앞서 '박근혜 인수위'의 교육과학분과 간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학술회의 공동주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싱크탱크다. 또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인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청와대 오찬에서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백년전쟁>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 시각에서 묘사하고 있다. 이는 교학사 등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세력과 현 집권세력 간의 인적·정서적 거리가 가까움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 내의 유력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발언이 이들을 부추겼을 개연성도 있다. 지난 4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의원 공부모임인 '근현대사 연구교실' 첫 모임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인문정신 및 문화계 분야 석학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혼을 구성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갈라지기 시작하면 국민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편협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하면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불교계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는 "국사는 반드시 가르쳐야 되고 또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며 "편파적으로 가르치면 학생에게 해를 줄 수 있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은 또 6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고등학생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으로 오인해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관련기사 보기)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해당 교과서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는 분들이 과연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7종이 좌(左)성향이라고 하는데, 유독 우성향 교과서 하나만 문제 삼는 것은 산업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6일, 홍문종 사무총장)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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