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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위기? 아니, 박근혜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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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위기? 아니, 박근혜의 위기다

[김종배의 it] 박근혜는 '쪽배'다

타이타닉 호의 승객들이 이랬을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왕좌왕, 갈팔질팡 한다. 곳곳에서 아우성을 쳐댄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했다. 사퇴 요구에도 '배째라'로 버티는 홍준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현 지도부의 자동 붕괴를 모색하고 있단다.

차명진·전여옥 의원 등 김문수 지사·정몽준 의원 등과 가까운 10명 안팎의 의원들은 따로 모여 당 해산 및 재창당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단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의 몇몇 의원들은 탈당을 모색하고 있단다. 한나라당이 수명을 다 한 것 같다며 탈당해 일단 무소속으로 있다가 이후를 모색할 요량이란다.

▲박근혜 의원 ⓒ뉴시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구난방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굳이 짚을 필요가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거듭 확인됐다. 반이명박·반한나라당 민심이 얼마나 깊고 거센지 명징하게 드러났다. 이런 판에 최구식 의원 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실까지 밝혀졌으니 내년 총선이 깜깜하다. 그들은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그래서 '쪽배'에라도 올라타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짚을 건 따로 있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중구난방의 외양 속에 감춰진 두 줄기 흐름이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등이 모색하는 건 박근혜 체제다. 자신들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현 지도부를 자동붕괴시킨 뒤 박근혜 의원을 당 간판으로 앉히려고 한다.

차명진·전여옥 등의 재창당파는 일종의 연합군이다. 이들이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워온 김문수 지사·정몽준 의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반박근혜 연합군이고, 이들 모임에서 "최후의 선택으로 탈당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점에서도 역시 반박근혜 연합군이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탈당 모색파도 박근혜 의원과는 거리가 있다. 일각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이 탈당 후 새 당을 만들어 안철수 원장과 연대하는 방안까지 모색한다고 하니 박근혜 의원의 '구원'을 고대하는 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렇게 일별하니 확연해진다.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은 중구난방이지만 흐름은 일관되다. 친박 대 반박이 흐름의 두 갈래다. 주체 또한 큰 틀에선 같다. 원조 친박에 일부 중도소장파가 합세한 신친박세력, 그리고 과거 친이를 중핵으로 한 신반박세력이 갈등의 두 주체다.

한나라당의 중구난방이 악성이라고 보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입으로는 쇄신을 외치지만 실제론 구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계파 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직 하나, 과거의 계파 구도가 이명박 대통령을 기준으로 해서 나뉘었다면 지금은 박근혜 의원을 기준으로 해서 나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래도 낫다. 악성이라 해도 그것이 초기단계면 어떻게든 손을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한나라당에 퍼진 악성 종양은 말기 상태를 보이고 있다.

친박 대 반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직접적인 이유는 공천일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었을 때 미칠 화가 두려워 과거 박근혜 의원에게 각을 세웠던 친이세력이 반박의 깃발 아래 뭉치고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반박세력이 박근혜 의원 체제를 대안이라고 보지 않는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정치의 생리를 보면 안다. 손바닥 뒤집는 묘기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이 정치판이다. 과거의 적이었다 해도 이해관계가 맞으면 언제라도 동지가 될 수 있는 게 정치판이다. 반박세력이라고 중뿔날 게 없다. 그들의 지상과제인 '금배지 사수'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월박'할 수 있는 게 그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 등장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는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도 참패를 한 박근혜 의원의 미약한 파워를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왔다.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11월 둘째 주 조사에서 26.6%였던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11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엔 26.0%였고, 12월 첫째 주엔 23.9%였다고 '리얼미터'가 발표했다.

반박세력은 믿지 않는다. 박근혜 의원이 '백마 탄 공주님'일 거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박근혜 의원을 단단한 동아줄로 여기지 않고 썩은 새끼줄로 여긴다. 추종은 고사하고 굴종의 여지조차 없다고 여긴다. 박근혜 의원을 '쪽배'로도 여기지 않는다.

반박세력의 이런 판단이 현실적인 것이라면 친박세력이 구조함으로 여기는 박근혜 의원은 '쪽배'다. 거대한 타이타닉 호에 몸을 의탁했던 모든 승객을 구하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쪽배'에 불과하다. 거센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릴 그저 조그만 '쪽배'일 뿐이다.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중구난방은 통합과 단결의 구심이 미약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한나라당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역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중구난방 현상을 걷어낼 수 있는 묘책은 박근혜의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지피고, 나아가 거기에 콘크리트를 치는 것이다.

한데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의 위기를 부르는 두 요인, 즉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안철수 원장의 약진이 여전히 살아 꿈틀대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 혼자 힘으로 돌파하기엔 너무 벅찬 두 개의 상수가 거센 파도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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