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권상정 요청을) 아직은 안 했다"고 말했다. 여론 추이를 보면서 요청을 하겠다는 의미로 들리는 말이다. 당 내에서는 이미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달 31일 여야의 외통위 대치 상황 중에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났었다. 직권상정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외통위를 야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통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바로 직권상정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직권상정을 할 경우 통과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5명이다. 한미FTA비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이 참석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즉 148명이 참석해 과반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한나라당 의석 수는 168명이다.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이미 지난해 12월 "물리력을 통한 의사 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문에 참여한 의원은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 위원장을 비롯해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의원이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리력을 동원한 국회 의사진행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선언엔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구상찬 김성식 김세연 홍정욱 김성태 황영철 정태근 의원. ⓒ뉴시스 |
이들이 자신들의 선언을 깨고 비준안 강행처리에 동참할 경우 비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경우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빠진다고 가정을 하면 168명 중 146명이 남는다. 의결 정족수에서 2명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농촌 지역 의원 일부는 한미FTA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유선진당이나 미래희망연대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선진당은 한미FTA 강행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심대평 대표는 지난 31일 "피해대책을 보완한 후 한미 FTA를 비준 하는 것이 당론"이라며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일방적인 강행처리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제시한 피해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 선진당의 기반이 충청 지역 농어촌이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쉽게 입장을 바꾸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석을 가진 미래희망연대는 적극적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족수 148명을 넘길 가능성이 높지만, 다소 불안한 상황인 것은 맞다.
결국 직권상정 및 강행처리 시 몸싸움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가결'을 담보해내려면 보수 야당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을 최대한 '선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명분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10일이 직권상정 'D-데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급하게 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