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북측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과 남측의 김숙 당시 국정원 1차장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비밀접촉을 벌인 끝에 남북정상회담을 1차는 판문점에서, 2차는 서울에서 갖기로 합의했고,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양측이 "과거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서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입장을 표명하기로 잠정합의를 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아일보'의 이 보도는 대북전문 온라인매체인 '통일뉴스'가 어제 오전 보도한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인데요. '통일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비밀접촉을 통한 정상회담 추진이 결정적으로 어그러진 것은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의 등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과를 거론하는 등 북측이 남측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김태효 비서관이 비밀접촉에 나서 판을 뒤집었다는 겁니다.
김태효 비서관이 등장하는 비밀접촉은 류경-김숙 라인의 비밀접촉과는 다른 것으로 5월 9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 비밀접촉을 뜻하는데요. 북측은 6월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나서 '베이징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이들(남측 인사들)은 우리와 한 초기 약속을 어기고 천안호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우리의 사과를 받아내려고 요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리측이 우리와 무관한 사건과 정당한 자위적 조치를 두고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박아주자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서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
국방위 대변인의 주장 가운데 눈 여겨 볼 대목은 '초기 약속'인데요. 이 '초기 약속'이 류경-김숙 라인의 비밀접촉을 뜻하는 것이라면 맥이 잡힙니다. '초기 약속'의 내용을 보면 '유감 표명'의 주체가 북측으로 특정돼 있지 않고 오히려 '서로 노력한다'고 돼 있거든요. 이것과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남측이 요구한 '사과'는 하늘과 땅 차이죠?
물론 '통일뉴스'와 '동아일보'의 보도를 사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하는 말이라 확인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독고다이' 왈 "각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거침없는 입담은 끝이 없습니다. 어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그의 '우파 포퓰리즘'에 제동을 거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공동묘지의 평화보다 남대문 시장터의 치열함이 더 중요하다."
나쁠 건 없습니다. 국민 입장에선 서민 보듬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옳건 그르건 '내용'이 있는 그의 발언은 들을 만하지만 경계를 벗어난 발언을 들을라치면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집니다.
▲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은 홍준표 대표. ⓒ뉴시스 |
홍준표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넙죽 절하며 말했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큰절하는 분은 각하뿐"이라고 했습니다. 각하? 이게 도대체 어느 때의 호칭인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에서 '독고다이'로 대표가 되기 힘든데 이번에 계파들이 당의 위기를 인식하고 몰아줘 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독고다이'는 일본말입니다.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의 언사가 이처럼 경망스럽습니다. 절제와 적절의 미덕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때마침 '한국일보'의 황영식 논설위원이 일갈했네요. "누구나 말이 많다 보면 실수하거나 앞뒤가 다를 때가 있게 마련"이라며 "눌변의 행동이 빛을 발한다"고 충고했습니다.
더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 그냥 '이하동문'입니다.
'스폰' 받은 게 직무와 무관하다고?
'스폰서 검사'로 지목돼 면직된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향응 접대를 받은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점 등은 징계사유에 해당되지만 해고 다음의 중징계인 면직은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라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가 '과한 징계'라고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승철 전 부장이 100만 원가량의 향응을 받았지만 직무와 관련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또 다른 판단이 선행됐기 때문인데요. 의아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이런 게 있습니다.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하거나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어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한 걸까요? 한승철 전 부장에게 100만 원가량의 향응을 제공한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가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향응이 '사회상규에 비추어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하다거나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본 건가요? 100만 원가량의 향응이? 그럼 왜 국민권익위는 3만 원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지 못하게 할까요?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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