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야겠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안을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봐야겠다. 문제의식은 김효석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경로는 정치공학의 길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이것처럼 민주당의 허장성세를 밝히는 데 좋은 방법이 없다.
전면전은 함부로 펼치는 전략이 아니다. 드넓은 중원에 좌군, 중군, 우군을 일렬횡대로 배치해 상대와 맞서는 전면전은 힘의 우위, 또는 힘의 균형을 이뤘을 때 펼치는 전법이다. 아울러 최후에 펼치는 전법이다. 상대의 주력을 궤멸시킴으로써 전쟁을 마무리 지을 때 쓰는 전법이다.
민주당은 지금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무상의료를 좌군 삼고, 무상급식을 중군 삼고, 무상보육을 우군 삼아 질풍노도의 기세로 내달리려고 하고 있다.
오죽 좋을까? 민주당의 이런 전법이 먹혀들면, 그래서 복지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멸을 자초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한나라당을 정점으로 한 보수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국민의 증세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여기에 민주당 안에서 제동을 거는 세력까지 나타났다. 김효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20명이 보편적 복지안에 대한 정책검증모임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이 상태에서 민주당이 전면전을 벌이면 궤멸한다. 안팎으로 저항에 봉착했으니 좌군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다. 좌군이 뚫리면 중군과 우군 또한 부서진다. 전열이 깨지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무패라 했다. 민주당이 행해야 하는 건 '지피' 이전에 '지기'다. '너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는 것이다. 20%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 잇단 '뻥정치' 탓에 '양치기 목동'으로 전락해 버린 신세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에 맞는 전법은 전면전이 아니라 유격전이다. 상대의 후미에 진지를 구축하고, 이 진지를 거점 삼아 세력을 넓히는 전법 말이다. 이 유격전을 통해 지지 세력의 사기를 북돋우고 중립세력에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그런 예다. 무상급식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보편적 복지안'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보편적 복지안'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내 지갑 열지 않고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복지안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 주력해야 하는 일은 '제2의 무상급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처럼 '실현가능한 보편적 복지안'을 특정해 실천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전면적인 보편적 복지안은 그 후에, 최종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보편적 복지를 체험해 보지 못한 국민으로 하여금 실감케 한 다음에 내놓아야 한다. 수입과 지출 항목만 있는 국민의 가계부에 투자 항목을 신설케 한 다음에 내놓아야 한다. '제1진지'와 '제2진지'를 잇는 선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게 한 다음에 내놓아야 한다.
어리석은 장수가 병권을 쥐면 부하를 죽이고, 선무당이 칼춤을 추면 사람을 잡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금 절실히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산통 깨지 말란 말이다.
▲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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