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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내란죄', 정치적 의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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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내란죄', 정치적 의도 없을까?

[기자의 눈] 댓글 달던 국정원, 종북 실체 입증할까?

'국가정보원 해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을 부정할 수 없는데다 불안한 남북관계의 사정이나 국제적인 '경제 전쟁' 분야에서 정보기관이 우리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 논의가 그런 쪽으로 모아지는 게 개명천지의 세상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국정원 개혁은 곧 법으로 국정원의 행동 반경을 조절하는 일이다.

국정원이 28일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익명의 사정당국 관계자들로부터 흘러나온 구체적 혐의는 지하 혁명 조직을 활용해 의회 진출을 모색했다거나 북한이 남침하면 파출소와 무기저장고 등을 습격할 준비를 했다는 것 등이다. "국정원이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지만 이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10여 년 전의 행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기동부'로 통칭되는, 종교집단화된 소수 극렬 운동권 시절의 행위를 확인하는 것과 그것이 현재적 의미의 체제 전복의 요건을 충족시키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내란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과 현실화시킬 방법이 충분했는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선 당국의 수사를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적용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그 실체 규명에 앞서 정서적 충격이 크게 다가온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33년 만의 내란죄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5공화국 출범 직전인 1980년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로 DJ, 문익환 목사 등을 내란음모 혐의로 연행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2004년 김 전 대통령이 청구한 재심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엔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 맞춰 증거가 조작된 것이 드러나 2000년대 들어 줄줄이 이어진 재심 청구에서 무죄로 판명됐다.

이에 비쳐보면 현직 국회의원과 정당에 내란죄 혐의를 씌운 일이 보통 상황은 아니다. 이석기 의원은 '종북의 수괴' 쯤으로 여론화된 사람이다.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타깃이다. 하지만 '종북'은 실체의 지칭이라기보다 정치적 언어로 사용돼 왔다. 혐오와 지탄의 대상이지만 종북 세력으로 인해 체제가 뒤흔들릴 거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종북 논란은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까지 흔들었다. 심지어 인터넷 일각에선 아직까지도 '노무현=종북'이다.

그러나 '심리전'이란 정책 하에 인터넷 댓글로 종북을 사냥하던 국정원의 행위는 '국내정치 개입'에 다름 아니었다. 전직 국정원장에게 검찰은 "그릇된 종북관에 따라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야당 정치인에 대해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체면 구긴 국정원이 이참에 '종북의 실체'를 입증하려는 듯 현직 의원과 정당을 겨냥했을 거란 의심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파장이 커진 'NLL 사건' 등에서 국정원의 활약이 눈부셨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사건은 국정원의 또 다른 정치 개입 논란을 낳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흔적은 없다. 외려 국정원의 자체 개혁을 주문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런 흐름에서 나온 33년 만의 내란죄 수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의 용도가 법으로 규정된 직무범위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된다. 정보기관 활용 방법에 관해 정권의 심중이 다른 방향이라면 아무리 법을 고쳐도 소용 없어진다. 용도는 용법의 이해로부터 나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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