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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우ㆍ홍상표ㆍ신재민…'폴리널리스트', 그 추악한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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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두우ㆍ홍상표ㆍ신재민…'폴리널리스트', 그 추악한 실체

[윤재석의 '갑론을박'] 수치(羞恥) 참담(慘憺) 위구(危懼) ①

그렇게 비웃던 좌파 정권 말기에도 없었던 공직자들의 연쇄 비리. 그 비리의 주인공들이 언론출신 공직자라는 부끄러운 사실, 그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맥없이 목도해야 하는 신세, 그리고 언론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비수 같은 시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벽돌로, 엄혹한 독재시절 민주화의 촛불로 나름의 역할을 했던 언론이 범죄자 양성소로 전락한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언론 출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리의 양태, 그들이 추악하게 변모하는 이유와 그 배경, 그리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들의 양태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대신 사죄(謝罪)합니다"

부끄럽다, 언론인인 게. 참담하다, 그들의 선배인 게. 두렵다, 언론 출신 공직자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걸 얼마나 자주 목도해야 할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뻐하던 측근 수하들이 잡화상식 비리 종합선물세트를 옆에 끼고 줄줄이 검찰청사에 나타나는 것을 봐야 할 MB는 또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우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해야겠다. 공직에 들어가서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목탁(木鐸)이었어야 할 자들이, 목탁은커녕 사회의 지탄(指彈)이 되어버린 부끄러운 현실에 대해.

아울러 선배로서 그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함으로써 언론계 전체를 먹칠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언론인의 존재가치가 매춘부만도 못하다는 비밀(?)을 들통 나게 한 참담한 상황에 대해.

나아가 엉망진창으로 경영해온 3분의 2를 거울삼아 남은 3분의 1이나마 제대로 마무리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는 MB에게, 든든한 두레박이 아닌 깨진 쪽박을 한 아름 안기게 한 비극적 상황에 대해.

굳이 계수(計數)할 필요도 없이 역대 정권 최대의 비리를 자랑하는 이 정권이지만 그래도 한 가닥, 언론계 출신 공직자만은 제발 비리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소박한 바람은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두우(54)의 구속으로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言論 재직 때부터 부적절한 교류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의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김두우를 비롯해 이후 거론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의혹으로 다루겠다.

▲ 김두우 청와재 홍보수석 ⓒ뉴시스

먼저 김두우의 비리 의혹을 보자.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에 따르면 김두우는 대통령실 기획관리실장이던 작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71·구속 기소)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 원 안팎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을 건네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朴의 로비 이후 실제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에 유리한 조치가 내려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朴이 작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골프용품점에서 여성용 골프채 세트를 구입해 김두우의 집사람에게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金의 딸이 올 1월 중형 승용차를 사는 데 朴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포착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와 로비스트 간의 비린내 진동하는 거래 의혹. 의혹만으로도 고약하다. 그런데 정말 고약한 것은 이게 아니다. 金과 朴의 교류 경력이다. 朴은 金이 중앙일보 정치부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황상 朴이 김을 10년 이상 '관리'해 왔음을 방증하는 구도다.

그런데 모양이 좀 그렇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삼촌도 큰 삼촌뻘 되는 사람이 조카도 막내 조카뻘 되는 자와 교류라니?

홍보수석(弘報首席) 앞서거니 뒤서거니

▲ 홍상표 전 청와재 홍보수석. 청와대 입성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6월 9일 물러났다. ⓒ프레시안

검찰은 김두우의 전임이었던 홍상표(53) 역시 박태규로부터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착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홍상표의 비리의혹은 민주당이 제기했다.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4년 YTN 창립 멤버로 참여, YTN 보도국장과 경영담당 상무를 지내다 작년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옮겼다. 문제는 그의 기용이 MB 수하 역할에 충실한 데 대한 포상격이라는 점.

洪은 보도국장 재직 시 YTN이 최고시청률을 자랑하는 '돌발영상-마이너리티 리포트'를 MB의 심기를 불편케 한다는 이유 하나로 없앤 것도 모자라, 후배 기자 6명을 경찰에 고소해 해직시키는데 앞장섰다. 그 공로로 홍보수석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대형 비리 마트' 신재민(申載旻)

하지만 김두우와 홍상표는 어찌 보면 잔챙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짜 '선수'가 대기하고 있으니까. 바로 前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재민(53)이다.

작년 8월 문광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비리 백화점'이란 꼬리표를 달고 낙마한 申은, 이번엔 '대형 비리 마트'로 신분이 진화돼 다시 무대 위에 오를 것 같다. SLS그룹 회장 이국철(50)이 신에게 기자 시절과 최근 공직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원대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국철은 최근 <시사저널>취재진에 2002년~2010년 신재민에게 수십억 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李는 2002년 申이 한국일보에 재직할 때 홍보 기사를 써준 것에 감사 표시로 3000만 원을 갖다 주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한국일보 재직 시절 월 300만~500만 원씩을 주었고, 2004년 4월 조선일보로 옮긴 후 2006년 10월 퇴사할 때까지 월 500만~1000만 원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의혹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기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수칙 제1조 '기사 엿 바꿔먹기'다. 엿 바꿔먹기를 밥 먹듯 했다는 얘긴데, 요즘이야 검색이 워낙 쉬우니 시간 나면 한번 해 보는 것도 사실 확인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국철의 주장에 따르면 그 이후는 더 고약하다. 申은 2006년 MB의 대선 캠프중 하나인 안국포럼에 들어가는데, 이때부턴 단위가 커져 월 1500만~1억 원을 받았고, 2007년 12월 대선 직후부터 2008년 2월까지 대통령 당선자 정무·기획 2팀장으로 있을 때도 월 1500만~5000만 원 정도를 받아갔다는 것이다. 또 2010년 8월까지 문화부 제1차관과 제2차관으로 재직할 때에도 매달 1500만~2000만 원을 챙겼다고 한다.

공격적(攻擊的)·입체적(立體的) 비리(非理) 활동 명수(名手)

현찰만 챙긴 게 아니라는 게 이국철의 주장. 지난 9년 동안 현금을 포함해 법인카드, 상품권, 차량 등 총 10여억 원 규모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국철의 폭로 내용은 A4용지 9장 분량의 문건에 들어 있다. 이의 발언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李는 횡령과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09년 12월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고, SLS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경고 메시지를 줬는데도 무시해 비리를 폭로한 것이라며 "신재민 건은 시작에 불과하고 훨씬 더 충격적인 제2, 제3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검찰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李가 아무리 申과 척(蹠)이 졌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그처럼 넉살 좋게 할 수 있을까.

불관인(不觀人) MB 불관세음(不觀世音)

현재 비리 혐의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셋을 꼼꼼히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폴리널리스트란 언론출신으로 정관계에 진출하는 이를 일컫는 용어이지만, 난 좀 더 협의(俠義)로 국한하고 싶다. 언론인이라고 해서 정관계에 진출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따라서 내가 말하는 폴리널리스트는 현역 시절부터 음으로 양으로 정치권이나 관계에 줄을 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도움을 받는 등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자들을 말한다.

먼저 김두우를 보자.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金은 1983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 정치부 차장, 정치부장 등을 거쳐, 2008년 2월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으로 관계에 몸담기까지 정치담당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金이 정치부장 시절인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제의를 받고 사표를 냈다가 낙천되자 회사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정계에 입문했다가 바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당사자도 당사자이지만, 그걸 허락한 회사의 태도는 또 무언가! 아주 폴리널리스트를 양성하겠다는 노골적 시위 아닌가. 도대체 그 회사는 언론사인가, 한나라당 자매지인가!

결국 김은 정무2비서관을 거쳐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 그리고 홍보수석으로 승승장구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MB는 김두우를 아주 예뻐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순장 4인방(殉葬 四人幇: MB와 임기를 함께하는 참모)에 박재완, 이동관, 박형준과 함께 김두우가 들어 있을까.

MB, 참, 사람 볼 줄 모른다. 난 중앙일보에 근무하던 시절, 김두우를 보고 딱 감이 오더구만. '저놈 나중에 큰 사고 칠 놈이구나!' 하는. 사람 볼 줄 모르면 주위의 고언(苦言)이라도 들어줘야 할 터인데, 그 또한 먹통이니 이런 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다음 홍상표. 한국외대 출신인 홍상표는 앞에서 이미 소개했듯 YTN에서 잔뼈가 굵은 YTN맨이다. 그런데 언론인으로서 洪의 행보는 고약한 부분이 많다. '돌발영상 폐지' 건도 그렇지만, 후배 기자 6명을 해직시킨 행위는 5공화국 이후 최대의 언론 학살이다. 당시 MB가 자신의 언론 특보였던 구본홍을 YTN 사장에 앉히자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그 와중에 보도국장이었던 洪은 노조원 6명을 해고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YTN맨이 YTN을 정권에 팔아먹는 주구인 셈이었다.

괜찮았던 신재민의 현역(現役)시절

신재민. 정말 스토리가 많으신 분이다. 위장 전입 등 '비리 백화점'부분은 문광부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시시콜콜 다뤘으니 그냥 넘어가자. 되돌아보기도 싫다.

▲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 ⓒ뉴시스

그래도 신상(身上)은 알고 가야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申은 1981년 MBC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 곧바로 한국일보로 이적한다.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일하던 신은 정치부 차장이던 1997년 2월,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 난다. 이듬해 申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홍콩을 거쳐 도피한 MB를 워싱턴에서 조우,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면서 인간적 교류를 갖게 된다.

귀국 후 주간국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정치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04년 <조선일보>로 옮겨 편집국 기획탐사부장과 주간조선 편집장, 출판국 부국장으로 떠돌다가 2006년 MB캠프에 들어간다.

<조선일보> 시절은 별로였지만, <한국일보> 시절의 申은 발군의 행보를 보였다. 특히 논설위원 시절엔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고, 국정원의 국내 사찰을 지적했으며,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패배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다음 선거 때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지 않으면 또 실패할 것"이라는 고언까지 내놨다.

정치부장 시절(2003년~04년)엔, 청와대와 그 주변에서 언론사로 전화하고 정보원을 상주시키며 조사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던 申은 2006년 말 MB 캠프에 합류, 메시지 단장으로 각종 연설문과 인터뷰, 축사, 기고 등을 담당했고, 언론·정치권·법조계 등의 동향을 파악해 이명박에게 자주 보고했다. 경선과 대선 당시 MB와 매일 아침 선거 전략에 대한 의논을 했다고 하니, MB가 얼마나 총애하는 참모인지 가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여기까지는 봐줄 수 있다.

드러난 '주구본색(走狗本色)'

2008년 3월 MB 정권 1기 내각의 문광부 1차관으로 권부에 입성하자마자 숨겼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5월 9일 정부 관계자 언론 대책회의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이슈를 모니터 및 신속 보고하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진원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같은 날 문광부 홍보지원국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선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하다"는 망발이 담긴 교육 자료집을 배포해 큰 파문을 일으킨다.

그 뒤론 그야말로 '무소의 뿔'처럼 독불장군(maverick) 노릇에 심취한다. 7월 5일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발언 정연주 KBS 사장 축출의 당위성을 설파하는가 하면, 10월 24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선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팔짱 풀고 답변하라"고 질책하자 "이 자세가 불편하십니까"라고 대거리,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11월 14일, YTN 사장 구본홍 임명 반대 투쟁에 대해 "일반 기업이라면 노조원들은 열흘 만에 잘릴 일인데 언론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될 일인데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망발로 이후 있을 홍상표의 후배 숙청에 '논거'를 제시했다. 또 MB가 "(왼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가운데 갖다 놓으라"고 했다고 전해 MB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를 공론화했다.

이후 인간이기를 포기한 망언도 여러 차례 뱉는다. 2009년 2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인 5명이 숨진 용산참사와 관련, "철거민, 생존권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않으며 생존권과는 무관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주장,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인다. 또 권리금을 요구하는 상가 세입자의 행동은 생존권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이쯤 되면 투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투기의 달인인 申으로선 적절치 못한 발언.

2009년 6월 3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선 유인촌의 압박으로 총장직을 사퇴한 황지우 시인을 두고 "황지우 전 총장이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야 한다"며 "정권의 성향에 맞는 인물이 총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 발언을 계기로, 申은 1933년 바우하우스를 해체하고 좌파 예술인들을 숙청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Dr. Paul Joseph Goebbels)의 현신(現身)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金‧申‧洪으로 끝?

바라건대, 앞에 거론된 후배 3명의 비리 의혹이 사실과 다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불행히도 그들의 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셋에만 국한되기를 바란다. 유사한 케이스, 즉 폴리널리스트 공직자의 비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기생보다 못한(아니 기생은 지조라도 있다) 처신으로 언론인 전체를 먹칠하는 불상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곳저곳에서 "다음 타자는 누구다", "MB 수하들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들어갈 거다"하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동관. 서울대 정치학과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나와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李는, 2007년 5월 BBK 스캔들로 MB의 지지도가 30 몇%를 헤맬 때 MB의 삼고초려로 캠프에 들어갔다. MB로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내 새끼'인 셈이다.

李는 MB 경선후보 공보실장,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을 거쳐 MB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일해 왔고 홍상표에게 자릴 물려준 후에도 대통령 언론특보로 MB를 보좌하고 있다. 가히 '순장 4인방'의 일원답다.

그런 그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의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의원 이석현이 지난 6월 2일 국회에서 폭로한 바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김두우 외에도 신재민, 이동관이 브로커 박태규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李는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부산저축은행 퇴출 방지를 위해 로비한 박태규 씨가 언론사 정치부장, 보도국장, 편집국장 등과 교류하면서 여기에 실세 정치인을 끼워 골프를 즐겼다"며 "그 중 하나가 김두우 실장이며 "박 씨가 이동관 언론특보와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도 언론인 시절부터 잘 안다고 하는데 검찰은 두 사람을 조사했는가"라고 추궁한 바 있다.

올 초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설 폭로로 흠집이 나긴 했지만, 이석현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지난 6월 폭로가 그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 "MB의 언론참모 악취가 진동한다" 성명서 발표 ⓒ프레시안


이제 시작일 뿐!

무죄추정 원칙에 따르면 이동관 비리 역시 아직은 의혹에 불과한 상황이다. 의혹이 의혹만으로 끝나길 고교‧대학‧언론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바란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비리 의혹 스캔들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많은 폴리널리스트 공직자들의 비리가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언론계의 우울한 전망이다. 그보다 더 우울한 것은 바로 이들 폴리널리스트 공직자들의 비리가 초대형 비리의 깃털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

결국 언론인 출신이란 비리를 엑스트라 노릇이나 하지 몸통은 되지 못한다는 서글픈 전철을 이번에도 또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건 결코 대형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언론 출신이 깨끗한 공직 생활을 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비리를 저지르면서 고작 하는 짓이란 게 껌값에 놀아난다는 게 한심하고 서글퍼서 하는 넋두리다.

그런 껌값 때문에 언론계, 사회에 물의를 빚고 있는 후배들을 대신해 다시한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

* 다음편 "<2>폴리널리스트 비리, 朝·中·東+MB 합작품"과 "<3>정치꾼 기자를 색출하자"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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