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에 힘을 주는 '지방자치가이드 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에 힘을 주는 '지방자치가이드 북'

<지방자치 가이드북> 무엇을 담았나?

90:10 혹은 80:20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예산감시운동을 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산학교' 혹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학교를 진행하면서 몇몇 의원들에게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힘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을 사적으로 했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의 답이 90:10, 많이 쳐줘도 80:20 밖에 안 된다는 답이었다.

의원들의 답은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하는 '기관대립형'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러한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을 설명하는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강(强)자치단체 약(弱)의회'의 지방자치 현실을 설명해주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방의회가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법은 행정사무감사, 시정 질문, 예산심의와 조례제정이다. 지난 2007년 10월 국정감사 때 정성호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광역16개 지방자치단체 중 삭감은 23건으로 48%, 증액 및 변동 없음은 25건으로 52%,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204개 기초단체의 경우 55%인 1백13개 단체가 3년 연속 삭감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조례 제・개정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민주공무원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5기 지방의회가 구성된 2006년 7월 1일부터 2007년 9월 30일까지 총 2,356건이 발의되고 2,188건이 통과되어, 3,626명의 의원이 1인당 0.6건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문제는 상위 법률 개정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례 개정 등을 제외한 주민생활과 관련된 조례는 864건으로 의원 1인당 0.24건에 불과하다. 특히 230개 기초의회 중 57개 의회는 의회관련 조례 외에는 단 한건의 조례도 제・개정하지 않았다.

현 지방의회가 가지는 객관적인 한계-의회 사무처에 대한 인사권, 전문성, 자치입법권의 제약,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정치의 지배와 특정지역의 일당 독점 현상 등-를 고려한다 해도, 의회가 시민들을 제대로 대의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 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0%에 힘을 주는 '지방자치가이드 북'

필자가 풀뿌리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초기에 가져 던 의문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왜 지방의회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전문가들이 없는가?"였고,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에 자문을 해주는 기구들은 모두 집행부에 있는가?"였다. 구체적으로 분석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방행정에 관한 논문의 수와 지방의회에 관한 논문의 수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행정학 교수에게 들은 답은 "지방의회는 돈이 안 되잖아요"였다. 솔직하면서도 명쾌한 답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모든 연구 용역의 발주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수많은 자문기구들도 마찬가지이다. 회의비라도 챙겨주는 쪽은 지방자치단체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방의정활동을 위한 연구가 없을 수밖에 없다.

외부의 도움을 밖을 수 없다면 스스로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생활자치연구소'가 펴낸 '지방자치가이드북'이 반갑다. '지방자치가이드북'은 몇 명 안 되는 지방의정 전문가들과 자신의 의정활동 경험을 나누고자하는 재선 지방의원들이 함께 엮은 책이다. 내용도 의회의 3대 기능인 '행정사무감사', '예·결산심의', '입법활동(조례제·개정)' 뿐만 아니라 단체장을 상대로 집행부의 정책을 따지는 '시정질문'까지 담고 있다.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지방의원들뿐만 아니라 재선이상의 의원들도 일독을 권한다.

의정활동 방식의 팁(Tip) + 콘텐츠(contents)

'생활정치연구소'가 정리한 서울시 25개구청장의 공약분석과 6.2지방선거분석, 강원도 인수위 활동 등은 덤 이상의 의미가 있다. '행정사무감사', '예·결산심의', '입법활동(조례제·개정)' 등이 의회의 고유기능이라면 환경, 아동, 여성, 교육, 복지 등의 좋은 공약들은 의정활동의 콘텐츠(contents)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서형원의원 입법활동 사례인 "과천시 장애인 등 당사자에 의한 편의시설 사전점검 및 설치·개선 지원조례", "과천시 친환경상품 구매촉진 조례"나 윤병국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동네 독서실 문제", "장애인콜택시 문제", "사회단체보조금 문제", "어르신 독감접종문제", "불우이웃돕기 실적 부풀리기", "결식아동 급식문제" 등의 정책, 이동영의원이 예산심사에서 지적한 "관용차량 예산", "통반장신문구독료와 단체장 홍보성 예산", "시설관리공단 등 공기업예산" 등 예산문제, 신현환의원이 구정질문을 통해 지적한 "끈 달린 친환경 쓰레기봉투 사용 건", "남구의 문화정책과 남구청사 이전 건", "주안 미디어축제 건", "교육경비지원에 관한 건" 등을 관통하는 내용은 환경, 아동, 장애인, 교육, 복지이다. 좋은 의정활동은 활동의 방식이 훌륭한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좋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가이드 북'은 활동의 방식(tip) 뿐만 아니라 의정활동의 좋은 콘텐츠(contents)도 담고 있는 책이다.

'생활자치연구소'와 지방의원들이 마저 채워야 할 일

필자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운동 매뉴얼이나 가이드 북'은 없다고 생각을 한다. 운동이라는 것이 전기밥솥처럼 1번에서 5번까지 차례로 하면 밥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가이드 북'도 마찬가지 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안내서이다. 그렇다고 처음으로 지방의원이 된 의원들의 궁금한 것을 모두 담고 있지도 않다. 필자가 만난 초선의원들이 의원이 되어서 제일 궁금한 것이 "오라는데 가 많은데 가야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다", "그 때 그 때 궁금한 것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동료 재선의원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한번 가는 의원연수도 마찬가지 이다. 가자니 뻔한 일정이고 안가자니 개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하는 괜찮은 의원들을 연결시켜주고, 상담해주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생활정치연구소와 먼저 의원이 된 사람들의 해야 될 일이다. 좋은 해외연수 연수프로그램하나 만들어주는 곳이 없는 현실에서 지방의원들이 해외 나가서 놀고만 온다고 욕할 것이 아니다. 생활정치연구소와 앞서가는 지방의원들이 80:20의 현 지방자치를 50:50의 관계로 만드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그 시작으로서의 의미를 '지방자치 가이드 북'이 담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