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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통치' 4년 막 내리다…이상득, 총선 불출마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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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통치' 4년 막 내리다…이상득, 총선 불출마 불명예 퇴진

본인은 '쇄신 밑거름'이라지만 '청산 대상일 뿐' 중평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15년 측근' 구속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쇄신을 위한 자발적 불출마라기 보다 '떠밀려 나가는' 처지가 됐다. 대통령의 형으로 그간 '상왕' 역할을 하면서 권력 사유화 의혹의 중심이 됐던 이 의원의 '퇴장'은 한나라당에 커다란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상득 의원은 1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긴 설명보다 옛말의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의 심정임을 밝힌다"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한자성어는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굉장히 넓어서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이 의원의 측근 보좌관인 박배수 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이날 구속된 상황을 염두한 것으로 읽혀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 당사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상득 의원 ⓒ뉴시스
이 의원은 다만 "저는 지난 2009년 6월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국가적 외교 현안과 자원외교에 전념해왔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며 본인은 부정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의원의 퇴진을 불러온 보좌관 박 씨는 현재 두 갈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박 씨가 2009년 부터 SLS그룹 워크아웃 무마 및 검찰 수사 무마 관련 청탁을 받고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2억 원 가량, 이 회장의 로비 통로인 대영로직스 대표 문환철 씨에게 5억원 가량의 현금과 고급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박 씨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서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을 포착했다.

상식적으로 이미 구속된 이국철 회장이나 유동천 회장이 이 의원 보좌관을 보고 돈을 건넸을리는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하게 될지 주목된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친분이 돈독함과 동시에 '이상득계'로 꼽힌다는 점도 향후 검찰 수사를 짐작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천막당사' 회상하며 '단합' 강조한 이상득…쇄신 물꼬? 청산 대상?

이 의원의 퇴진은 '상왕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2008년 18대 총선 때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았던 이 의원은, 자신을 압박한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의원 등에 대해 '보복사찰'을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미디어법, 예산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정국 현안이 있을때마다 야당의 반발을 물리치고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았었다. '권력 사유화', 그리고 '형님 정치' 논란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왕 위의 왕'이라는 의미로 '상왕'이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그런 이 의원은 이날 "저에게 가족이자 생명과 같은 존재인 한나라당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단합만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퇴진이 당 쇄신의 물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

그러나 앞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형오 의원, 원희룡 의원, 그리고 이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쇄신파 홍정욱 의원의 경우와 이상득 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이 의원의 불출마는 측근의 부정 부패로 인한 정치적 타격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은 한나라당을 둘러싼 몇 가지 전망을 던져준다.

첫째, 이 대통령을 지탱했던 권력의 가장 큰 축이 떨어져 나간 모양새로, 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여지는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측근 비리로 '불명예 퇴진'을 한 이상득 의원이 당 쇄신의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리는 만무하다. '쇄신의 물꼬'보다 '청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2004년 탄핵 정국 때는 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우리가 철저히 반성하며 천막당사로 이사하고 진심어린 노력으로 단합한 결과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당시 당 대표는 박근혜, 사무총장은 이상득 의원이었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인연을 강조하며 '단합'을 요구한 것은 묘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간 이상득 의원과 관계를 복원시켜 온 친박계도, 이제는 '죽은 권력'인 이 의원은 골치덩어리다. 박 전 대표가 주도하는 '쇄신'에도 맞지 않다. 당내 실세로 부상한 박근혜 전 대표가 '친SD계'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이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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