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 상명대 교수 등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 9명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권고안을 거부한다"고 4일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의 좌편향 시각을 담고 있는 부분 50곳을 수정하라고 권고했었다.
이날 집필진들은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교과부가 한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책임을 망각하고 정권의 성향에 맞춰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는 교과서 검·인정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에 나온 50개 수정 권고안 중 절반 이상은 숫자 채우기식의 '첨삭 지도' 수준"이라며 "나머지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어디까지나 검·인정제도 하에서 다양성의 측면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교과부가 '사실 여러모로 조사해 보았으나 '좌편향'이라고 규정할 내용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밝히고, 검·인정제가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을 보완할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수정 권고는 앞으로도 정권이 바뀌면 제도를 무시하고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례로서 역사의 오점"이라며 "역사 교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검·인정 제도는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교사가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정제보다 교사의 자율권을 확보하고, 학생이 다양한 교육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것.
최근 교육계와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교과서 검·인정제 확산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제도는 정부의 교육 자율화 정책과도 부합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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