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트는 그러다가 두 번째 토지투기를 감행하게 된다. 1943년 플로리다에 있는 오렌지 농장을 사들인 것이다. 이번에도 토지가치 주기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토지를 매입한 호이트는 또 다시 토지투기에 실패하게 된다. 호이트는 두 번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토지가치가 바닥일 때 사서 정점에 이르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투기의 원리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어렵사리 얻은 교훈을 통해 호이트는 토지투기로 훗날 억만장자가 된다.
이 이야기는 토지가치의 18년 주기설을 주장한 영국의 경제학자 프레드 해리슨(Fred Harrison)이 쓴 <The power in the land>(Universe Books, New York)'에 나오는 내용이다. 프레드 해리슨은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를 따르는 조지스트(Georgist)로서 영국과 미국에서 토지가치가 18년을 주기로 움직인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입증한 바 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주기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토지가치가 주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레드 해리슨은 토지가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정체를 지속하다가 붕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토지가치가 상승할 때는 극심한 토지투기가 발생하고 토지가치가 붕괴할 때는 건설과 금융에서 시작된 붕괴가 전 산업에 걸쳐 마치 도미노처럼 번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1989년에 시작해 1992년까지 지속된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aving & Loan Association) 연쇄 파산사태와 최근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입증된다.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발생한 시점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사이에는 대략 18년 정도의 간극이 존재한다. 가까운 일본에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토지가치의 붕괴와 '토지불패 신화'의 붕괴가 있었다.
이러한 토지가치 주기는 제1~2차 세계대전과 같은 거대한 외부변수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에 맞아 떨어졌다. 18년은 영국과 미국에서 지주들이 일반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기간과도 일치한다.
세계적 거품 붕괴를 우리만 피해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10년을 주기로 토지가치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대체로 15-18년을 주기로 토지가치가 등락한다는 주장도 있다. 18년을 주기로 본다면, 유신 말기에 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이던 1979년 말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사이를 18년 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10년을 주기로 본다면, 1980년부터 시작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살인적인 부동산 폭등이 있었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사이를 10년 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토지가치와는 상관없이 주기에 끼어든, 외부변수로 가정한다면 1998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인 지금까지를 10년 주기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토지가치 주기가 10년이냐 아니면 대략 15-18년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토지가치가 붕괴 직전인 정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토지가치가 앞으로 더 상승하여 부동산 시장이 계속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을까? 여러 조건들을 놓고 본다면 이러한 가설은 대단히 회의적이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갈 곳 없는 돈들이 부동산에 몰렸었고, 투기광풍이 한바탕 몰아치고 난 후 지금 전 세계의 부동산 거품은 꺼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시작되었고 중국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등 유럽의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붕괴 추세에서 우리나라만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 부동산 부문의 투자수익률 하락, 경제성장률 둔화, 금리인상, 미분양사태에 따른 공급과잉, 유가급등 및 원자재가격 상승, 불투명한 경기전망, 환율과 주가의 불안, 투자심리 위축 등 어느 한 지표도 토지가치 주기가 상승할 것이라 말해주는 것이 없다.
토지가치 주기설에 따르면, 토지가치 주기가 올라가는 대세상승 국면에서는 어떠한 수단을 써도 토지가치는 대부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토지가치 주기가 내려가는 대세하락 국면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하락을 멈출 방법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대세하락을 조금 더 뒤로 늦출 뿐이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전쟁 발발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공황으로 인해 실제로 세계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부양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안에서 물 퍼내기
토지가치 주기가 하락할 때는 지역적인 호재에 따라 국지적으로 몇몇 지역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대세하락을 멈출 수는 없다. 아무리 돈이 많은 나라라 하더라도 이러한 토지가치 주기의 경향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의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부시 대통령이 감세를 하고 FRB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토지가치가 붕괴하는 시점에서는 경기를 살릴 수 없다. 이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안에서 바다로 물을 퍼내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안에서 바가지를 들고 물을 퍼내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나라에 있다. 이들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다. 소위 '당정청'이 한마음이 되어 감세와 부동산 경기부양이라는 구멍 난 바가지를 들고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를 건지겠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이라는 새 바가지를 들고 나와 열심히 물을 퍼내라고 관료들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비극적인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일시적으로 경기를 반짝 띄울 속셈이다. 폐기처분했던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슬슬 꺼내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토지가치가 정점에 다다른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꼼수를 부려봐야 토지가치 주기의 대세하락을 멈출 수는 없다. 오히려 토지가치가 붕괴할 때 받을 충격만 더하는 셈이다.
설마 이명박 정부가 자기 임기만 무사히 넘기고 폭탄을 다음 정부로 돌릴 생각이라면 이는 큰 오산이다. 아직도 남은 임기가 창창하기 때문이다. 토지가치 붕괴 폭탄은 바로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자기가 싸놓은 똥을 자기가 다시 치우는 험한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자기 발등을 찍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멈추고 지금 있는 부동산 제도를 잘 활용하여 부동산 시장을 서서히 하향안정화 시켜 연착륙을 유도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토지가치를 지탱하거나 더 올리려다가 만약 토지가치가 일시에 붕괴해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는 날에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재앙이 닥치게 된다. 지금 진정한 위기는 정부를 믿지 못해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환율 및 주식 같은 '금융'시장이 아니라 바로 '부동산' 시장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9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부동산이라는 더 큰 '진짜 괴물'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하는 기로에 서있는 위태로운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무모하고 어리석은 부동산 경기부양을 하는 것은 재앙의 부메랑이 되어 이명박 정부에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 그것도 더 커진 충격으로 한국경제를 강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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