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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수석, 성장률 높으니 선방했다고?"

[기고]'무능한 전문가의 오류'에 빠진 청와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9일 "참여정부 기간 환율이 45% 절상됐는데, (같은 기간)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은 아무리 높아도 달러기준으로 25% 절상됐다"며 "우리가 특이했고,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난 5년간 원화가치가 절상돼 있는 데 대해 시장이 반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한겨레신문 8월 30일)

<한겨레>에 실린 박재완 수석의 발언내용이 하도 어이가 없어 다른 언론사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연합뉴스>,<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언론사들도 동일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중국의 환율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결론부터 말하면 박 수석의 발언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코미디에 불과하다. 박 수석은 참여정부 기간 동안 미국 달러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원화가치가 45% 절상되는 등 원화의 움직임이 특이했다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한국은행이 집계하고 있는 주요 20개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절상률을 표로 나타낸 것이다.

[표-1] 주요 21개 통화의 미달러화 대비 절상률(월말 기준)
(주) 절상률(%)=[(2003년 2월 말 환율-2008년 2월 말 환율)/2008년 2월 말 환율]x100
(원자료 출처) : 한국은행 홈페이지

▲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29일 오전 정기국회 대비, 의원연찬회에 참석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 비전과 국정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표-1]에서 보다시피 참여정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원화의 절상 폭은 결코 특이하지도, 과도하지도 않았다. 노무현 정부로부터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던 당시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말 그대로 '멀쩡한'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MB정부의 독선적인 강만수 경제팀이 이런 멀쩡한 외환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심각한 내수위축을 불러왔다는 것.

박 수석은 또 참여정부 기간 동안의 중국의 환율과 우리나라의 환율을 비교하며 우리나라 환율이 경쟁국에 비해 특이했다 하는데 이 말도 근거 없는 것이다. 1998년 이후 2005년 6월까지 중국의 위엔화는 1달러당 8.277위엔으로 완벽할 정도로 일정하게 미국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었고 2005년 7월에 가서야 중국 통화당국의 정책 변경으로 미달러화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참여정부 기간(2003년 2월~2008년 2월)동안 우리나라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1186.8원에서 937.3원으로 249.5원이 내려 26.6%의 절상률을 보였고, 중국의 위엔화는 2005년 6월과 2008년 2월 사이 2년 8개월간 8.277위엔에서 7.113위엔으로 1.164위엔 내려 16.4%의 절상률을 보인 바 있다.

카드대란 직후 성적표보다 좋으니 선방했다?

박재완 수석은 또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초기 6개월 성장률은 3.02%였는데 올해는 5.3% 성장했고, 참여정부 6개월엔 일자리가 2만 개 줄었지만 우리는 16만~17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냈다"면서 이명박 정부 6개월의 경제 성적에 대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주장 또한 경제정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발언이다. 2003년 상반기는 2000~2001년의 '카드 거품'과 2002년의 '월드컵 거품' 등이 붕괴하면서 그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상당히 특별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표-2] 매년 상반기 창출된 일자리 수
(주) 경제성장률 : 전년동기 대비 경제성장률
(주) 일자리 창출 = 전년동기 대비 일자리 증가 수
(원자료 출처) : 한국은행 홈페이지

최근 중국의 올림픽 후유증에서 보여지듯이 2002년 우리나라의 월드컵 후유증도 상당히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다 2002년 월드컵 호황으로 가려졌던 카드 거품의 후유증이 2003년 상반기 집중적으로 나타남으로써 당시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수 증가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원래 기본에 충실하고 지적으로 성실한 경제분석가는 절대 박 수석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시계열상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려 할 뿐이지, 박 수석처럼 매우 특별한 한 시기를 뽑아내서 이를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박 수석과 같은 행태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은 5.3%인데 왜 일자리는 급감했을까

[표-2]를 보면서 결정적으로 드는 의문이 있다. 2008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5.3%로 비교적 양호한 편인데 왜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급감했을까. 아마도 박재완 수석은 5.3%라는 수치에 감격한 나머지 다른 수치들은 들여다 볼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집권자 측근 입장에서 모든 지표들이 다 나쁜데 경제성장률 지표 하나만 양호할 때 그는 다른 지표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분석가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10개의 주요 경제지표 중 9개는 나쁜데 하나만 특별히 좋아 보인다면 이 경우 어느 지표에 함정이 있겠는가. 그 특별한 한 지표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상반기 성장률 5.3%라는 수치의 치명적인 함정은 무엇일까. 그것을 추적해 보기로 하자.

경제분석가는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선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으로부터 출발해 보기로 하면,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 : 국민소득은 만들어서(생산) 나누어 갖고(분배) 쓰는(지출) 양이 모두 같다는 원칙.
(1) 생산국민소득 = 분배국민소득 = 지출국민소득
(2) 지출국민소득 = 소비+투자+순수출(수출-수입)
(3) 생산국민소득[GDP] = 지출국민소득[소비+투자+순수출(수출-수입)]

위의 (2)에서 투자를 지출이라 하는 이유는 국민계정에서 투자란 경제주체들이 기계류나 운수장비를 사들이거나(설비투자), 건설사로부터 건축물이나 토목물을 사들이는(건설투자) 행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수출을 지출이라 하는 이유는 수출이란 국외의 경제주체가 국내에서 생산된 물품을 사들이는 행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의 경제주체가 국외에서 생산된 물품을 사들이는 행위(수입)는 수출과는 정반대의 기능을 하므로 국민소득에 수출액을 더해 주는 대신 수입액만큼은 빼 주게 된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 골병드는 한국 경제

이런 기본적인 개념과 위의 식(3)을 토대로 하여 각 부문별 지출국민소득 증감액을 산출해 보고 2008년 상반기 성장률 5.3%의 함정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표-3] 각 부문별 지출국민소득 증감액
(주)GDP 증감액 =소비 증감액+투자 증감액+순수출 증감액
(주) 위 수치들은 명목가격에서 가격변동요인(물가변동요인, 환율변동요인 등)을 뺀 실질가격을 의미함.
(원자료 출처) : 한국은행.

[표-3]을 보면 박 수석은 왜 자신의 자화자찬성 주장과 국민들의 체감경기 간의 엄청난 차이가 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여 올해 상반기 소비증가분은 3조 3127억 원 줄었고, 설비투자 증가분 또한 4조 542억 원 줄었으며, 건설투자 증가분은 1조 7859억 원 줄었다.

반면 재고 증가분은 4조 3078억 원이나 늘어나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체감 경기가 매우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증가분이 9조 1528억 원 줄고, 재고증가분이 4조 3078억 원 늘었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GDP 증가분 수치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내부적으로 심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징표가 된다.

상반기 수출 증가분은 그럭저럭 5조 271억 원 늘었지만, 수입 증가분은 3조 9204억 원 줄어들었다. 혹자는 수입증가분(실질가격)이 3조 9204억 원 감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은 절대 아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수입증가분 감소가 설비투자 증가분 감소와 유사한 액수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해외기계류 수입 증가분이 급감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설비투자라는 것은 국내외로부터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기계류나 운수장비를 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무능한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박재완

박재완 수석의 "선방" 운운 발언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수석은 그가 자칭 경제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무능한 전문가들의 함정'에 빠진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능한 전문가들의 함정'이란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전문성에 매몰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심각한 오류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또 박 수석처럼 독선에 빠진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국민들이 항상 엄살만 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라면 국민들의 항변 속에서 엄살과 진짜 고통의 호소를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구분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느 시기 국민들의 고통의 호소가 갑자기 높아진다면 그것은 결코 엄살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고통의 호소가 갑자기 높아지는 시점에서 각종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분명 그 속에는 국민들의 호소가 늘어나게 된 원인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경제지표는 좋은데 국민들의 고통의 호소는 늘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경제지표의 세부내역에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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