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자신의 집무실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소속 의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KBS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 논란과 관련해 "KBS를 공정하고 정상적인 위치로 돌려놓겠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정권의 진퇴와 관계없이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정치문화적 상황이 다르다"며 "국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편향된 시각'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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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정연주 편향된 인물"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편향적 시각을 가진 인사로서 KBS 사장으로 적절치 않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며, 앞으로는 매번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이 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이뤄진 YTN 사장 등 방송 및 방송관련 기관 인사 등을 예로 들며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를 거론하며 발끈했다.
김재균 의원은 "현재 KBS 사장에는 이명박 선대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냈던 김인규 씨를, EBS 사장에는 이재웅 전 한나라당 의원을 임명하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특히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라고 반박하는 등 방송 사장 인선 과정에 개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천정배 의원은 "사장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나 보다"고 말할 정도로 최 위원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줄곧 "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 될 수도 없다"면서도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의 퇴진 문제에 대해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김 전 이사장을 만나 KBS를 어떻게 정상화 시킬 것인지 대화를 나눴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현직 기관장들은 진퇴에 대해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신념은 지금도 그렇다"고 '사퇴 압력'을 사실상 시인했다.
또 "검찰이 PD수첩을 수사하고, 감사원과 검찰이 KBS 사장을 압박하는 등 언론탄압이 극심한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방통위원장이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최 위원장은 "검찰이나 감사원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만 말했다.
이날 열린 최시중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 5명 사이에서는 반박의 재반박을 하는 등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초 방통위 측에서는 이날 면담을 비공개로 하려 했지만,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방송과 언론의 취재 자유를 보장해야 할 방통위가 취재를 방해하면 되겠느냐"고 말해 1시간여의 면담 전체가 공개됐다.
| 천정배 "이 정권은 언론 문제로 수렁에 빠질 것" ○…가장 먼저 '인사 말씀' 격의 발언을 시작한 대책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최고의 역할을 하신 분이 왜 방통위원장을 하셨나 궁금했다"며 "국정원장이나 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조언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느냐"고 공격을 시작했다. 천 의원은 "국회가 원이 구성돼 열리기 전에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며 인사말을 마쳤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 여론'에 대해 "이미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관둬라, 안 된다고 보도하고 있고, 오늘까지도 일부 언론들은 이틀에 한 번 정도 보도하고 있다"며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라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80년대까지 일선에서 기자로 뛰었고, 90년대는 여론조사를 해서 인생 '이모작'으로 끝낼지 알았는데, '삼모작'이 시작됐다"며 "좀 더 안정된 정권으로 우리나라의 내일을 개척하는데 힘이 될까 고민하고 있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장악 음모'에 대해 "내게 무슨 힘이 있어 언론을 장악할 힘이 있겠으며, 누가 이 나라의 언론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도 못한다"며 "언론은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제4부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별칭에 대해서도 "3김 시대부터 취재하면서 그들에게 조언과 충언을 하기도 했다"며 "DJ 정권이 출범하는 데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 배경으로 "열심히 취재해서 분석하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살아온 게 이명박 정권 탄생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이 국무회의와 당정협의 등에 참석한 일, 국회 문광위의 보고에 나오지 않은 일, 김금수 전 KBS이사장을 만나 면담한 일 등을 줄기차게 따졌다. 이 과정에서 기자 출신의 장세환 의원은 "최 위원장은 원로 언론인으로 나이도 70세가 넘는 등 존경을 받아야 할 분인데, 최근 행보를 보면 정권의 시녀처럼 비칠 것 같다"며 "언론이 아니라 권력의 자유와 대통령의 사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쏘아 붙였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은 "정치의 압박을 막아줘야 할 방통위원장이 오히려 정치 압박의 통로가 됐다"며 "최 위원장은 언론인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재윤 의원은 "'언론 프렌들리'라고 하는데, 언론은 권력 비판자로서 권력과 '프렌들리'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시간여의 설전의 마지막은 인사말을 했던 천 의원이 맡았다. 입가에 묘한 웃음기를 머금은 천 의원은 "처음 뵙지만 정권 출범 연출가로서의 대단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하다"는 최 위원장에게 천 의원은 "누가 뭐래도 최 위원장은 이 정권의 실세인 것 같다"며 "실세는 외국에 나가 있어도, 감옥에 있어도 실세더라.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해달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최 위원장의 생각이 이해가 된다. 정권의 실세로서 당연한 생각이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방통위원장이 아니라 국정원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을 해 방송의 빅브라더가 아니라 정권의 빅브라더가 돼라"고 충고했다. 천 의원은 이어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권은 이 문제로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문화관광위원회 지원을 했는데, 앞으로 국회에서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최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으나,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뵙겠다"고 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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