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1%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을 감내해야만 한다. 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인건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이 똑같다면? 아니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더 높다면?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덴마크가 바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나라다. 비정규직은 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규직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이영주 씨가 쓴 덴마크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싣는다. 이 글은 지난 4월까지 <프레시안>에 '덴마크에서 살아보니'를 연재한 김영희('과천 품앗이' 운영위원) 씨가 이영주 씨와 주고 받은 편지글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편집자>
덴마크에서는 노동인구의 90%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기술직, 교직, 간호사,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보모, 파출부, 청소부, 공무원, 군인 등 각 일하는 분야에 따라 해당노조에 가입을 하게 됩니다. 월 회비는 노조마다 거의 비슷해서 1400 크로네 (약 30만 원) 정도입니다. (저소득자에게는 비싼 편이지만 세금면제가 되니까 실제 내는 액수는 절반 정도입니다.)
모든 노조는 LO 라고 하는 노조 총연합(http://www.lo.dk/Englishversion.aspx)에서 관리를 합니다. 대부분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조에서 차별 없이 보호를 받지요.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되었더라도, 3개월 이내에 임용계약서를 고용주가 작성하지 않으면 고용주에게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이 된답니다.
특히 비정규직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일주일 전에는 해고를 시킬 수 없도록 노조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일지라도 최소한 계약만료 4주 이전에만 해고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비정규직으로 3개월간 채용했을 경우, 해고를 원하면 고용주는 2개월 후에 해고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이 서면통보 시일이 단 하루라도 지나면 자동적으로 정규직 직원이 됩니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노조는 반드시 규명을 해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합니다.
비정규직은 연금혜택은 없지만 그렇다고 차별은 받지 않습니다. 채용 계약 시 정규직과 이런저런 차이가 있다고 미리 명시를 하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는 이 차이를 알고 수용합니다. 그 외에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은 연금이 없는 대신 정규직보다 높은 급여를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가령 시간당 덴마크 법정 최저임금인 140크로네(약 3만 원)를 받는 직장이라고 한다면 정규직은 급여(140크로네x노동시간)와 휴가비13.5%와 복지비를 월급으로 받게 되지만, 비정규직은 급여(140크로네x노동시간)와 휴가비13.5%, 복지비 외에 정규직이 아니라서 적용되는 15% 상당의 보상금, 주말과 국경일휴가비 3.5%를 더 받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주말에 일하면 주말수당, 저녁에 일하면 저녁시간수당이 지급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심하면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세 배까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간호사노조 파업이 있었는데 이처럼 정규직보다 훨씬 높은 비정규직 임금이 발단이 되었답니다. 경력 있는 50대 간호사가 일일 고용 간호사로 한 달에 4일 정도 주말을 끼고 일을 해서 받는 임금이 웬만한 정규직 간호사가 주당 37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과 맞먹습니다. 그래서 덴마크 간호사의 월급은 유럽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월급 15% 올려 달라고 농성을 한 것이지요.
대부분의 덴마크 기업들은 노조법을 지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는 노조법을 존중하고 반드시 지키며, 노조 임원들에게는 특전이 있습니다.'고 명시해 놓습니다. 임용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그 회사가 노조법을 잘 지키는지 미리 노조에 알아 볼 수도 있지요. 만일 비정규직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전 노조가 연대파업을 해서 그 기업에 항의합니다.
덴마크에서는 개인회사에 고용되었다 해도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아 월급을 못 받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든 고용주는 '월급책임보험' 이라는 것에 가입을 해야만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등록할 때는 반드시 '월급 책임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이 보험에 든 이후에 직원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재정 상태와는 상관없이 직원들 월급이 보장됩니다. 회사가 망해서 사장은 빈털터리가 된다 해도 직원들 월급과 휴가비는 보험회사에서 100% 지불하지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차별은 물론 없습니다.
현 덴마크의 실업율은 3% 미만으로 역사상 제일 낮다고 합니다. 만일 실직을 하게 되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종전 직장의 월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누구나 월 1만7000 크로네(약 370만 원)정도의 실업수당을 받습니다. 최대 4년 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물론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직장을 갖도록 본인도 노력해야 하고 정부기관인 인력센터에서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급이 평균 2만5000-3만 크로네 (540만 원-650만 원) 선이라, 실업자가 될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로 월급보장보험을 든답니다. 현재 전 노동인구의 50-60% 정도가 들어있는 실정인데 이 보험료가 정치적 의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받는 개인의 월급보장보험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월급이 3만 크로네 이상 되는 사람은 개인이 추가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최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똑같은 추가 보험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요사이 이곳서는 '핀란드식 벌금제도'을 도입하자는 토론도 있습니다. 가령 속도위반이나 주차위반 등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경우, 핀란드에서는 개인소득에 따라 벌금이 부과됩니다.
예를 들어 수입이 30만 크로네 이상 사람은 주차벌금 1만 크로네, 수입이 25만 크로네 이상 사람은 주차벌금 9000 크로네, 수입이 10만 크로네 이하 사람은 기본요금 510 크로네 하는 식입니다.
많이 벌수록 세금도 많이 내고 벌금도 많이 내는 것이 공평한 것 같습니다. 덴마크도 이런 벌금 제도를 도입하려고 연구 중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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